기계치란 말야

'다음카카오' 서비스 개편이 불편한 까닭

새 날 2015. 6. 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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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안치환 씨가 새로운 앨범을 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어떤 곡들로 채워졌는지 궁금하던 터라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검색을 시도해 봤다.  그런데 난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아래와 같은 다음카카오의 공지사항 하나가 떡하니 올라온 탓이다.

 

 

'다음뮤직'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달을 끝으로 해당 서비스를 접겠단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다음 영화' 카테고리에 접속했다가 마찬가지로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종료 안내에 관한 공지사항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이보다 앞서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올해 말 종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수많은 네티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그런데 실은 내가 알고 있거나 현재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서비스들이 이미 종료되었고, 또한 앞으로 줄줄이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5월 합병을 발표하자마자 일찌감치 블로거들의 놀이터라 할 수 있던 메타블로그 서비스인 '다음뷰'를 종료하며 많은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의 여파로 인해 블로그 활동을 아예 접은 블로거들이 의외로 많았던 건 같은 블로거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어 8월엔 '다음여행' 등의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으며, 다음카카오가 공식 출범한 이후에는 ‘다음소셜쇼핑’, ‘다음소셜’, ‘다음검색쇼’, ‘다음대입’, ‘다음간편결제’, ‘키즈짱’, ‘쇼핑하우’ 등의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는 비운을 맞았다.  오는 30일 서비스 중단을 앞둔 '마이피플'이야 사실 카카오톡과 중복되는 영역이기에 진작부터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혀 오던 터다. 

 

바야흐로 포털 서비스 '다음'과 '다음카카오'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매출 정체에 빠진 웹 기반의 PC 서비스보다 현재 시점에서 지속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겠노라는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한쪽에선 이렇듯 돈 안 되는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정리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생활 밀착형 모바일 플랫폼을 표방하며 굵직한 신규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 다음카카오이기도 하다.  '카카오택시'와 카톡 '샵검색' 그리고 '카카오TV' 등이 그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 추진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난 블로거이기에 무엇보다 블로그 서비스에 눈길이 더 가게 된다.  최근 다음카카오가 새롭게 선보인 블로그 서비스 하나가 있다.  다름아닌 '브런치'다.  이는 이용자가 콘텐츠 생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 최적의 창작 환경을 제공하는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을 지향하며, 수준 높은 콘텐츠 공유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에 앞서 다음 카카오는 지난 4월에도 모바일 지향의 블로그 서비스인 '플레인'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기존 블로그 서비스가 웹 기반인 탓에 모바일에서의 이용이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에 착안, 모바일 친화적인 서비스를 추구한다. 

 

이로써 다음카카오는 '다음 블로그', '티스토리', '플레인'에 이어 '브런치'까지, 총 4종의 블로그 서비스 플랫폼을 갖춘 셈이 됐다.  굳이 이를 PC 기반과 모바일 기반으로 나눠 보자면,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는 전자에, 그리고 '플레인'은 후자에 속할 테다.  '브런치'는 어느 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양쪽 환경 모두를 겨냥한 서비스로 읽힌다.

 

 

비단 다음카카오뿐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축은 진작부터 모바일로 기우는 추세다.  이와 같은 결과는 광고 매출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모바일 광고 매출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인 상승 흐름세를 타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관련 광고 매출은 올 1분기 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다.  이쯤되면 다음카카오가 왜 PC 기반 서비스를 줄이고 모바일 기반 서비스에 올인하고 있는지, 충분하진 않지만 일정 부분 납득 가능해진다.  

 

이용자의 사용 환경에 따라 서비스 역시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오히려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무한 경쟁의 구도이기에, 더더욱 빛과 같은 속도로 앞서서 변화해야만 한다.  인터넷 서비스의 모바일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은 다음카카오에 있어 네이버에 이은 포털 서비스 만년 2인자의 설움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모바일 시장 전체에서 카카오톡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는 애초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시너지가 기대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러한 합병 이점을 이용하여 불요불급한 웹 기반의 서비스를 줄이고, 생활 밀착형 모바일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우려하는 대목 역시 이 지점이다.  나를 비롯한 다음카카오 서비스 이용자들은 웹 기반의 서비스가 언제 종료될지 몰라 솔직히 조마조마한 입장이다.  그동안 여타의 서비스들이 은근슬쩍 종료되는 모습을 직접 목도해 온 바로는 현재 네 개의 플랫폼으로 운용되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라고 하여 그들의 운명과 과연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음뷰 서비스가 종료된 뒤로 '다음 블로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축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블로그 서비스를 두 개나 런칭한 건 향후 특정 서비스의 퇴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용자의 사용 환경이 제아무리 모바일로 옮겨간다 한들 주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도구 및 환경은 여전히 웹과 PC 기반이 압도적일 테다.  이는 마치 대조적인 태블릿과 PC의 사용 환경과 비견된다.  태블릿 및 휴대용 스마트 기기들은 그저 콘텐츠 소비를 위한 단말기에 불과할 뿐, 정작 생산적인 작업을 필요로 할 땐 PC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라 여겨진다.  블로그 서비스도 그렇지 않을까?  콘텐츠를 감상하고 소비하는 건 모바일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스런 콘텐츠의 생산은 여전히 웹 기반에서 이뤄져야 하는 탓이다.  

 

ⓒSBS

 

작금의 상황은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뒤 비로소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읽힌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자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예측 가능하지 못한 서비스를 마냥 이용하기엔 인내심이 그다지 깊지 않다.  지속 가능하며 안정성을 추구히는 탓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 때문에, 혹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PC 기반 서비스를 마구잡이로 중단한 결과는, 해당 서비스로부터의 이탈자 증가와 같은 단순한 현상만으로 치부될 사안이 아니다.  이는 이용자에 대한 배려와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앞서 든 이유 때문에라도 웹 기반의 블로그가 쉽사리 사라질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이 또한 나만의 바람으로 그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카카오가 펼치고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우리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PC 서비스가 돈이 되지 않거나 시류에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 서비스 종료를 통해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탓에 현재의 서비스, 특히 블로그 서비스 이용이 다소 우려스러우며 불편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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