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중국 제품 윈도10 설치, 서두르면 안 되는 이유

새 날 2015. 8. 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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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도 중국 브랜드 전자기기, 그 중에서도 태블릿,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윈도태블릿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윈도10이 지난달 29일자로 정식 런칭됐다.  직업상 기술적인 테스트를 요하거나 아니면 얼리어답터, 그도 아니면 성미가 다소 급하신 분들은 정식 버전이 출시되기 전부터 이미 프리뷰 버전을 설치하여 새로운 OS를 사전에 맛보았던 걸로 기억한다.  늘 그렇듯 새로움이란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며, 남들보다 앞서 경험한다는 것 역시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뿌듯한 일로 다가올 테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가 9인치 이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휴대용기기에 무상으로 공급해 왔던 윈도8.1 with Bing 버전에 대해 새로운 OS를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소식은, 해당 제품 이용자들을 더 없이 들뜨게 만들고도 남을 만큼 반갑기 그지없다.  가뜩이나 성능과 기능면에서 전혀 뒤처짐 없는 값싼 중국 브랜드의 윈도 태블릿이 대거 풀리면서 이를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이들은 이른바 득템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 윈도10마저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준다고 하니 이보다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싶다.


나 역시 저가 중국 브랜드 윈도태블릿의 수혜자(?) 중 한 사람으로서 주어진 혜택을 마다할 리가 없다.  윈도10 출시 당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업그레이드를 제법 서두른 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운로드 경로를 통해 설치 파일을 내려 받은 뒤 해당 작업을 마쳤다.  윈도 태블릿의 특징이라고 하면 인텔 칩셋 기반이라는 단일 규격인 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하는 조건을 통과한 제품들일 터이기에 브랜드가 다르고 제조 국가가 모두 틀리더라도 각기 제품마다 특별한 사양 따위를 타지 않을 것이라 짐작해 왔다.  이는 윈도10으로의 업그레이드 과정에 별 다른 문제점이 발생치 않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시간 남짓 소요된 윈도10으로의 업그레이드 결과는 예상을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외견상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터치 부분에 오류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터치가 되긴 했으나 따로 놀고 있었다.  손가락이 닿는 위치와 실제 화면에서의 터치 위치가 마치 x축과 y축으로 이뤄진 사분면에서 원점과 대칭을 이루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낭패였다.  이의 해결을 위해 제조사의 홈페이지를 찾아 접속했다.  사이트는 그럴 듯하게 꾸며져 있었다.  적어도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말이다.  하지만 제품 안내에 대한 내용은 알차게 소개돼 있는 반면,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서비스는 흡사 속빈 강정처럼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외화내빈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결국 제품 제조사 사이트로부터 도움을 얻는 데엔 실패하고 말았다.  같은 제품 사용자들로 이뤄진 커뮤니티나 카페 같은 곳을 수소문해야 할 처지다.  다행히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과 이의 해결방법을 공유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요는 터치 드라이버 문제라고 한다.  아무래도 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최대한 저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품 내지 짝퉁이 활용됐을 테고,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부품까지 일일이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빚어진 결과물일 듯싶다.  한 사용자가 윈도8.1 버전용 드라이버를 별도로 추출해 놓았는데, 이를 설치할 경우 터치 오류 증상이 말끔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외화내빈의 중국브랜드 홈페이지

 

그나마 내가 사용 중인 제품은 사용자층이 제법 두터워 이들의 도움이라도 얻을 수 있었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은 제품을 이용하다 비슷한 증상을 접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중국 IT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화이트박스나 OEM 방식의 제조 관행에서 벗어나 어느덧 자체 브랜드까지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대폭 높여 오고 있다.  세계 2위의 IT업체가 중국에서 탄생하였고, 중국시장에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휴대폰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내 준 것도 어쩌면 본격적인 IT계의 거대 공룡 탄생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난번 포스팅 <'중국산' 하면 떠오르는 편견, 깨지기 힘든 이유>를 통해서도 살짝 언급했듯, 중국의 치고 올라오는 기술력과 놀라운 속도에 비해 아직은 미흡한 구석이 더 많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스펙, 일례로 배터리 용량 따위를 속여 파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며, 제품 제조와 판매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고객 관리와 사후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브랜드 태블릿 류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터져 나오는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드라이버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홈페이지에서 선택하여 다운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서비스가 갖춰져 있지 않은 부분일 테다. 

 

OS가 탑재된 전자기기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드웨어적인 문제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 증상이 훨씬 잦으며, 이러한 증상들 대부분은 올바른 드라이버 설치나 펌웨어 업그레이드 방식 등으로 쉽게 해결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브랜드들이 오로지 제조와 판매 등 1,2차적인 서비스에만 역량을 집중한 채 지금처럼 사후 관리에 소홀히한다면 값싸고 질 좋은 제품 이미지로부터 축적해 올 수 있었던 그동안의 신뢰마저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악재 아닌 악재로 작용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 브랜드의 윈도 태블릿을 갖고 계신 분께서 윈도10으로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제조사로부터 드라이버 다운 등의 사후 관리를 이용할 방법이 전무하다시피 하기에 무턱대고 이를 진행하기보다 만약을 대비, 이전 버전의 드라이버 등을 다른 이용자들을 통해 수소문하여 구비해 놓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물론 앞선 경험자들로부터 특별한 문제 발생은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일 또한 게을리해선 안 될 테다.  윈도10 설치를 서둘러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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