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중국산' 하면 떠오르는 편견, 깨지기 힘든 이유

새 날 2015. 6. 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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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중국산 윈도 태블릿의 저가 공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의외로 윈도 태블릿에 관해 어떤 제품으로 결정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는, 안드로이드가 OS로 탑재된 태블릿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단순하기 그지없습니다.  인텔 칩셋으로 단일화된 태생적 구조 때문입니다. 

 

'중국산'이라는 선입견은 중국 제품을 구입하는 데 있어 큰 장애가 되고 있긴 합니다만, 적어도 윈도 태블릿만큼은 그로부터 한 발자욱 정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저 역시 중국산 윈도 태블릿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CHUWI

 

태블릿을 한 대 장만하다 보면 자꾸만 곁눈질을 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이 제품 저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좋게 표현한다면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기기를 찾아가는 최적화 과정 중 하나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다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그러한 과정을 이미 거쳤습니다.  액정 크기와 해상도 그리고 배터리 용량, 무게 등등 결국 제 기준에서 바라볼 때 가장 적합한 기기는 가벼울수록 좋고, 손 안에 제대로 잡힐 만한 크기에, 액정은 클수록, 아울러 되도록 오래 사용 가능한 배터리 체력이 뒷받침될 수 있는, 그러한 녀석이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기기란 없습니다.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이 담긴 탓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무언가 기능 하나씩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택 장애에 빠지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제가 현재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중국 브랜드 'CHUWI'입니다.  만듦새는 좋은 편입니다.  8인치라는 적당한 액정 크기에 베젤 영역이 좁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입니다.  무게도 300그램 정도에 불과한 터라 한 손만으로 사용하기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윈도 태블릿의 장점이라면 역시 PC에서 사용하던 환경 그대로를 태블릿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일례로 웹 접속의 경우 모바일 페이지가 아닌, PC에서 보이는 형태 그대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한편 직구족들에겐 일종의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항입니다만, 중국 쇼핑몰을 통한 해외 직구시 절대로 구입해선 안 되는 품목들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메모리 종류나 충전기 그리고 중국 브랜드의 전자 제품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보통 짝퉁으로 만들어지거나 겉만 멀쩡하고 내용물이 엉터리인 경우가 비일비재한 탓입니다.  저 역시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한 번은 판매자가 태블릿과 함께 서비스 개념으로 보내준 충전기를 이용하여 충전을 하고 있었는데, 본래의 기능인 충전도 잘 안 되는 데다 너무 뜨거워진 바람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중국산 전기제품 액세서리들은 아예 쳐다도 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윈도 태블릿의 경우 인텔 칩셋과 윈텔 진영의 규격을 충족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가 직접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여타 국가의 제품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만족스럽게 와닿는 측면이 더 많았습니다.  윈도와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탑재하여 가상 버튼 터치만으로 이질적 OS 간 스위치가 가능하게 만든 듀얼 부팅 태블릿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될 정도로 기술력이 일취월장 중입니다.  때문에 이제 한국이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망이 속출하는 것도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 브랜드의 제품이 제아무리 좋아지고 기술력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중국산'이라는 편견 내지 주홍글씨 딱지를 쉽게 떼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CHUWI사의 제품을 구입할 당시 휴대용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엇보다 배터리 용량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전에 사용했던 델사의 베뉴8프로나 아수스사의 비보탭8노트 모두 4000mAh대였고, 솔직히 사용시간이 예상보다 짧아 아쉬운 대목 중 하나였습니다. 

 

CHUWI사 공식 스펙

중국 쇼핑몰에 기재된 스펙

 

그런데 CHUWI사의 제품은 스펙에 5000mAh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CHUWI사의 홈페이지에도, 중국의 유명 쇼핑몰에도 모두 그렇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용량이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앞서 언급한 제품들로부터 느꼈던 부족함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 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해보니 그다지 차이가 없었던 겁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짧게 느껴졌습니다.

 

윈도상에서 조회한 배터리 리포트

 

이 대목에서 호기심이 발동하고 말았습니다.  제조사가 밝힌 5000mAh가 과연 맞는지 확인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윈도상에서 배터리 리포트를 조회한 결과 15540mWh가 측정되었습니다.  이 제품의 전압이 3.7V, 이를 이용하여 계산한 결과 정확히 4200mAh가 나왔습니다.  제품 스펙과 비교해 800mAh가 부족했습니다.  16%나 모자랐던 것입니다.  결국 체감상 실 사용시간이 짧게 느껴졌던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이러한 결과, 누군가에겐 사소한 일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또 다른 이에겐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무엇보다 저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던 건, 속임수를 통해 제품 판매를 늘려보겠노라는 취지의 서비스 마인드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일종의 사기 행각이었던 셈이죠.  중국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여 우리를 위협해 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소비자 기만 마인드가 여전하다면 그동안의 발전 모두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중국 회사들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우롱하는 자세로 경영에 임할 경우, 비단 전자제품이 아니더라도 '중국산' 하면 흔히 떠오르던 좋지 않은 편견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은 채 중국산 제품 위를 계속해서 배회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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