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통신사 '제조겸업 규제 폐지', 사물인터넷 날개 다나

새 날 2015. 7. 25. 12:41
반응형

근래 TV를 켜면 유독 자주 보이는 광고 하나가 있다.  모 통신사의 IoT@Home 서비스다.  그런데 그 내용이 무척 불친절하다.  언뜻 봐선 무얼 의미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구체적인 설명 하나 없이 나레이터의 몇 마디와 함께 단순 모식도 하나로 끝을 맺는다.  물론 이 또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한, 일종의 광고 기법 중 하나이겠지만 말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집안에 배치된 온갖 가전기기들을 제어, 관리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는 듯싶다. 

 

이 회사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이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양새로 보아 하니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사물인터넷'은 요즘 가장 핫한 개념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 성장 추이가 만만찮다.  이는 생활 속 모든 사물들을 인터넷 기반의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상호 간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을 말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나 디지털 기기들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원격진료, 스마트카 등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인 모든 사물들을 인터넷 기반의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일컫는다.

 

 

가령 요즘 애플 스마트워치가 웨어러블 기기의 인기를 촉발시키고 있듯, 한층 진화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병원에 직접 가지 않은 채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거나 원격으로 진단,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앞서 언급한 통신사의 서비스처럼 집이나 사무실 관리를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이용한 앱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심지어 목적지만 말하면 주변 장애물을 파악하여 알아서 달리는 무인 자동차 서비스 따위가 그에 해당한다.  가스불을 켜놓고 온 건 아닌지, 보일러는 껐는지 혹은 전등은 모두 끄고 왔는지 등의 지극히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걱정 따위, 적어도 사물인터넷 시대엔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은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는 올해 전체 사물인터넷 관련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29% 성장한 624억달러(약 72조2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는 21% 성장한 484억달러 규모에 불과했으니 그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다.  물론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밝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와 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은 2022년 1225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란다.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신세계가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셈이다.

 

ⓒ뉴시스

ⓒ전자신문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물인터넷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분석자료 하나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특허청이 23일 발표한 13대 분야에 대한 특허분석 결과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지능형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등 미래성장동력 분야 기술 경쟁력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특허출원 규모면에서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나타나, 양적 규모로 볼 때엔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으며, 특히 ‘지능형 사물인터넷’ 분야만큼은 우리나라가 출원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네트워킹 장비 및 솔루션 전문업체 시스코 정경원 대표의 최근 강연 내용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프레임워크는 센서, 디바이스, 네트워크,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등 5가지인데, 이 중 센서와 디바이스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사물인터넷은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며 앞서 나갈 수 있는 사업 분야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는 두각을 나타낼 만큼 뚜렷한 반면 한국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황, 앞으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 역시 이러한 우리만의 특수한 환경과 기술 우위적 특징을 염두에 둔 데서 비롯된 바 크며, 앞으로 신성장 동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제시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25일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 즉 통신설비와 망을 갖춘 유무선 통신사업자가 통신기기 제조업 겸업 시 사전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쉽게 말해 앞으로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자유롭게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통신사업자의 통신기기 제조 겸업 규제가 폐지되면, SK텔레콤은 물론 KT나 LG유플러스도 통신기기 제조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 시장 급성장세와 함께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무선연결을 가능케 하는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 등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생태계 조성 및 이의 확산이 더욱 기대되는 탓이다.  2014년 기준 스마트폰은 이미 40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은 자동차, 가전제품 그리고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 연결되고 있는 중이다.  시스코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까지 100억개가 넘는 기기가 이와 연결될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의 한계를 넘어,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의 핵심 기기로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액세서리류는 배터리나 커버 등과 같은 교체용 부품 내지 단순 장식품 따위가 대세를 이루었으나, 근자엔 각종 센서를 장착, 무선 연결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이번 통신기기 제조 겸업 규제 폐지 법 개정은, 무선통신에 기반을 둔 스마트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최근의 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우리만이 지닌 특화된 사물인터넷의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이의 성장과 확산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셈이 아닐까 싶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