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윈도태블릿, 전자책 단말기로 쓸 만한가

새 날 2015. 4. 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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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연합 진영인 '윈텔'의 파상 공세가, 국내 윈도태블릿의 시장 점유율을 뚜렷하게 신장시키는 마법으로 작용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윈도태블릿의 판매 점유율이 전체 태블릿 시장에서 고작 1%를 차지하며 65%의 안드로이드와 33%의 아이패드에 비해 존재감이 극히 미미했으나, 불과 1년만인 올 3월엔 그 판도가 크게 바뀐 것이다.  윈도 태블릿의 점유율이 26%까지 치솟으며, 안드로이드의 그것을 46% 그리고 아이패드를 25%로 확 끌어내렸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iOS를 근소한 차이로 역전시킨 대목이 아닐까 싶다.

 

중국 브랜드 윈도태블릿

 

8인치 이하의 저가 제품을 대거 선보인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국내 직구족들의 중국산 윈도태블릿을 향한 애정이 남달랐던 터라 실제 점유율은 알려진 결과보다 더욱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데 문제는 점유율보다 정작 윈도 태블릿의 쓰임새가 생각보다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데 있다.  다양한 앱의 개발이 사용자들을 이끌고, 이는 다시 더 좋은 앱을 탄생시키는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이루는 법인데, 윈도 태블릿 시장엔 그러한 조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메트로 앱 스토어에 들어가 보면 썰렁하기가 그지없다.

 

때문에 윈도태블릿 사용자들은 이를 사놓고도 막상 사용할 용처를 제대로 찾지 못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손에서 멀어지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계륵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물론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대용으로 잘 활용하는 분들도 더러 있으니, 결국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전적으로 각자에게 달린 몫이긴 하지만 말이다.  콘텐츠 소비 용도로써의 윈도태블릿은 안드로이드나 iOS의 환경에 비해 전혀 견줄 바 못 된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분명하다.  물론 마우스나 키보드 등 입력장치 활용의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적인 용도로써도 그리 썩 적합한 기기가 아니라는 점 역시 부인하긴 어렵다.

 

크레마 안내 페이지

 

손에서 멀어지고 눈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계륵 내지 장롱 행이 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면 어떡하든 활용 방안을 찾아 이를 억지로라도 굴리게끔 만들어야 할 테다.  뭐가 좋을까?  이북(ebook) 단말기 용도로는 어떨까?  다행히 국내 대표적인 전자책 서비스 제공 기업들 대부분은 PC용 전자책 뷰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YES24와 알라딘의 크레마, 그리고 교보문고의 e서재 등이 그의 대표적인 사례다. 

 

e서재 안내 페이지

 

아울러 국내 웬만한 공공도서관에서는, 예로 구립 도서관 등,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른바 전자 도서관이다.  실제 도서를 일정 기간 대출 받아 다 읽은 뒤 반납하는 방식과 운용형태는 같으나, 이 모든 작업이 온라인 공간에서, 물리적인 형태의 도서가 아닌 전자책을 매개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즉 도서관까지 직접 오가는 발품을 팔 필요 없이 온라인 접속과 간단한 대출 절차만으로 최근 발간된 전자책을 쉽게 빌려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다가 무료이기까지 하다.  이 서비스를 제공 받기 위해선 태블릿에 전용 뷰어를 설치해야 한다.  제공된 도서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뷰어의 종류는 다양하게 나뉜다.



왠지 윈도태블릿 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PC와는 전혀 다른 OS가 탑재돼 있을 것 같고, 전혀 다른 기종일 것이라 연상하기 쉬운데, 윈도태블릿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이라는 범용 OS가 설치된, 터치 UI 방식의 또 다른 PC에 불과하다.  때문에 별도의 메트로용 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PC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전자책 서비스 용도의 앱이나 전자 도서관용 메트로앱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윈도태블릿에 설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모두 PC용으로, 터치 기반의 태블릿 환경과는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맞지 않는다.   

 

전자 도서관 뷰어 안내 화면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전자책 단말기 용도로써의 윈도태블릿은 아직 시기상조다.  안드로이드나 iOS에서는 전자책 제공 업체들이 자신들만의 전용 뷰어용 앱 개발은 물론, 전국의 전자 도서관과 제휴를 맺은 뒤 하나의 앱을 통해 이들의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고 있어 활용하기가 꽤나 편리하지만, 윈도태블릿에선 언감생심인 이야기일 뿐이다.  만약 윈도태블릿상에서 다수의 전자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각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해당 전용 뷰어를 따로 설치하여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각각의 사이트에서 구입하거나 대출 받은 전자책은 DRM 기술이 적용돼 있어 앞서 언급한 각기의 전용 뷰어를 통해서만 전자책 감상이 가능하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터치를 고려한 UI가 적용돼 있지 않아 윈도태블릿상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가장 기본적인 조작조차 지극히 어렵게 다가오지만, 폰트 조절 등의 설정 작업 역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일례로 프로그램 종료시 오른쪽 상단 구석에 위치한 조그마한 종료 단추를 누르는 일이 윈도태블릿에서는 얼마나 어려운 행위인가를 직접 경험해본 분들은 아마도 잘 알 테다.  그나마 10인치 이상의 커다란 액정일 경우 불편함은 조금 덜하겠지만, 8인치 이하의 환경에선 그야말로 곤혹스러움 그 자체다. 

 

저 구석의 종료 버튼은 정말 안습이다

 

DRM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범용 ePUB 파일이나 PDF 파일을 볼 수 있는 메트로 앱은 이미 개발돼 있어 스토어에서 얼마든 구할 수가 있다.  그러나 윈도태블릿의 메트로 UI 환경이 적용된 각 업체별 DRM용 전자책 뷰어는 현재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책 관련 업체들에게 있어 윈도태블릿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닌 탓이다.  그렇다고 하여 DRM 적용된 이북 감상만을 위해 윈도태블릿을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줄로 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구입하는 게 훨씬 이득일 테니 말이다.  이래나 저래나 전자책 감상이 주 용도 중 하나인 분들껜 현재 시점에서 윈도 태블릿의 구입은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윈도태블릿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약간의 상황 변화가 감지된다는 사실이 그나마 고무적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윈도태블릿 유저들을 외면하기 바빴던 전자책 서비스 업체들, 이젠 제법 사용자층이 두터워진 여건을 고려해서라도 메트로 앱 개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함은 물론, 윈도태블릿의 점유율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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