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전작에 갇힌 영화적 상상력

새 날 2015. 2. 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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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벌써 4년전의 일이다.  당시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관람했을 때의 느낌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물론 그에 비례해 재미도 있었다.  김명민과 오달수 두 배우의 대사 하나하나로부터는 연신 웃음보를 터뜨리게 할 만큼 위트가 넘쳐 흘렀다.  때문에 2편 '사라진 놉의 딸'과 전작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적어도 전작보다는 모든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않았을까?  난 무언가 패턴이나 연출 기법에서 색다른 점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관람했지만 아쉽게도 전작을 뛰어넘기엔 무리였던 것 같다.  4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전작에 갇힌 채 여전히 그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조 19년, 조선 전역에선 불량은괴가 유통되고 있었다.  조선명탐정 김민(김명민)은 외딴 섬에 갇힌 채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탓에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어느날 12살 소녀 다해가 그의 명성을 듣고선 그에게 쫓아와 사라진 자신의 동생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한다. 

 

 

다해와 실종된 그녀의 동생 역시 불량은괴와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힌 김민은 불법 불량은괴 유통이 조선의 경제 상황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서민들의 삶마저 궁핍하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터라 그대로 유배지에 묶인 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비록 불법행위이지만 자신의 파트너 서필(오달수)과 함께 결국 유배지를 몰래 빠져나와 불량은괴 유통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중반에 이르기까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아니 많이 지루했다.  나른한 오후 시간대에 관람한 덕분에 자꾸만 잠이 쏟아졌다.  절로 감기는 눈꺼풀 때문에 눈에 억지 힘을 주느라 애를 먹어야만 했다.  1편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 때문일까?  아니면 익숙한 연출 때문?  그도 아니면 몰입감 떨어지는 극의 전개 때문?  물론 이들 모두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

 

 

다행히 흡인력은 중반 이후, 그러니까 사건 전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론 무난한 관람이 가능했으며, 빵빵 터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편의 명탐정 걸 하사코로 분했던 이연희 씨의 가슴과 엉덩이 부분에 아로새겨진 명탐정의 야광 손자욱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가장 눈에 띠는 배역은 조악사라 불리는, 기생방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가짜 시각장애인이었다.  꽤나 괜찮은 연기력 덕분에 그가 누구일까 무척 궁금하던 차였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가수 조관우 씨란다.  정말 의외였다.  영화속에서는 그의 가야금 다루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모두가 조관우 씨의 직접 연주 장면이란다.  그의 연기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악기 연주 대목은 제외하고 일반 연기로만 봤을 때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그를 택할 것 같다.  전업 배우로 전직을 한다 해도 전혀 손색 없을 정도였다.

 

1편을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껜 김명민과 오달수 두 배우의 깨알 같은 콤비 플레이가 제법 재미있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이미 관람하신 분들이라면 그들의 연기가 다소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  1편에 비해 그다지 업그레이드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설날 때 가족끼리 그냥 시간 죽이기용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부족한 구석이 적잖다.

 

 

감독  김석윤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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