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나이트 크롤러> 자극과 욕망 사회가 빚은 괴물

새 날 2015. 2.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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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면?  '나이트 크롤러' 이 영화가 딱 그짝이다.  물론 여기서의 공포감이란 이른바 무서운 영화를 관람할 때면 전해져오는, 온몸을 전율시키는 괴기스러움과 모골을 송연케 만드는 그러한 류의 공포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무언가 섬찟하면서도 잔인한 기운 따위를 말한다.

 

특정한 직업 없이 철조망이나 멘홀 뚜껑 등 고물을 몰래 훔쳐 내다팔며 생계를 유지해오던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어느날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사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뒤 방송국 같은 곳에 영상을 판매하는 프리랜서 직업인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들로부터 돈 냄새를 맡게 되는데.. 

 

 

카메라 한 대와 차량 그리고 경찰 내부 통신망을 몰래 감청할 수 있는 무전기 등의 장비를 구비한 채 각종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끔찍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는 루이스다.  어느 날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 하나를 방송국에 판매하며 자신감을 얻은 루이스는 특종을 따낼 경우 더 많은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이를 위해 보다 적나라하면서도 자극적인 영상을 좇는다.  그의 수완은 나날이 발전하여 어느덧 보다 상품성 높은 영상을 위해 현장 조작마저 서슴지 않게 되는데...

 

 

애시당초 루이스라는 사람은 간사하면서도 찌질한 인물로 묘사돼있다.  특별한 직업 없이 철조망 등을 훔쳐 내다파는 좀도둑인 데다 외모로부터 전해져오는 이미지 탓이 클 테다.  그러나 영화 첫머리에서 철조망을 훔치다 경비원에게 발각되자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 따위 가리지 않는 그의 집요한 성품을 슬쩍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그의 감춰진 자질(?)은 특종 사냥꾼으로 변신함과 동시에 서서히 본질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까운 훗날 그가 최고의 특종 사냥꾼으로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으로부터 비치는 집요하면서도 섬찟한 행동은 간사함과 찌질함이라는 첫 인상이 그에 더해지더니, 상영관을 나설 즈음엔 어느덧 이들 모두가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공포감이라는 형태로 다가오고 있었다.



잠재돼있던 잔인한 그의 본성은 특종으로 먹고 사는 방송국의 생리와 돈 그리고 사회적 성공을 좇는 욕망이 한데 어우러지며 이를 깨우고 그를 점차 괴물로 변모시켜 나간다.  그가 지닌 본질적인 능력(?)에 자극과 욕망이 덧씌워지니 결국 극단적인 형태로의 진화가 이뤄진 셈이다.  방송국이 자극적인 영상을 특종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보다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함이었을 테고, 이는 방송국의 인기 및 수입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그러한 류의 소재 및 영상에 대한 치열한 경쟁과 루이스 류 인물의 탄생은 어쩌면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루이스가 얼마나 영악한 인물인가는, 자신이 조작하여 만들어낸 특종 영상을 들고 방송국 간부 니나(르네 루소)와 벌이는 흥정과 그녀의 약점을 파고든 채 반대로 자신을 띄우고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속내를 내비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니나 역시 그녀의 성공을 위해 루이스와 외줄타기와도 같은 모호한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설사 특종 영상이 불법으로 제작된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선 모른 척 눈을 감고 마는 니나다.  성공과 욕망 앞에 도덕적 관념이나 윤리 따위는 발을 들여놓을 틈이 없는 셈이다.  결국 루이스가 승승장구하게 된 배경엔 그의 본질적인 성향도 한 몫 하긴 하지만, 이처럼 성공이라는 욕망을 좇는 사람들과 자극을 바라는 사회가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보다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종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사건 현장을 조작하거나 심지어 사건을 직접 유발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인 경쟁자를 제거하는 일 그리고 동료를 제물로 삼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아왔던 루이스다.  비록 영화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에도 성공의 감춰진 이면엔 수많은 루이스 류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어 못내 찜찜하다. 

 

루이스의 연기를 맡은 주연 배우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선 원맨쇼라 할 만큼 그의 비중이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꿈벅이는 커다란 눈망울의 움직임과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도 또박또박 정돈된 발언만을 읊는 그의 말솜씨 뒤로 천연덕스레 펼쳐지는 각종 음모와 무리수는 탄식을 자아내게끔 한다.  그의 뻔뻔한 연기 덕분에 영화관을 나설 즈음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과도한 폭력성과 잔인함보다 어쩌면 루이스처럼 자분자분하면서도 집요하게 펼치는 몰래 행동이 더욱 공포스럽거나 괴기스럽게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감독  댄 길로이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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