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메리칸 셰프> 행복감 선사해주는 영화

새 날 2015. 2. 2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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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 비슷한 장르로 분류돼온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먼저 눈독을 들이던 찰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당 영화는 독립영화로 분류된 탓인지 서식지 주변에서 상영관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아메리칸 셰프'의 상영관 수는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영횟수가 문제였다.  하루에 고작 1회 내지 2회만을 상영하는 곳이 부지기수였던 터라 시간상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하고 있던 칼 캐스퍼(존 파브르)는 주방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전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채 일해 왔으나 메뉴 결정 등 주요한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레스토랑 사장으로부터의 간섭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창의적인 요리 활동에 제약을 받는 부분이 그에겐 늘 불만이었다.

 

어느 날 유명 음식 평론가로부터 그의 음식을 평가 받기로 약속 받고 동료들과 함께 정성껏 요리를 준비한 칼 캐스퍼,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그에 대한 혹평 일색이었다.  이를 참지 못한 칼 캐스퍼는 트위터 상에서 해당 평론가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해당 사건은 부지불식 간에 들불처럼 번져가고,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요리를 하고 싶어하던 칼 캐스퍼에게 있어 이번 건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빌미가 된 채 그동안 누적돼온 사장과의 갈등과 함께 일시에 폭발하며 결국 레스토랑을 그만두게 되는데...  

 

졸지에 직장을 잃은 채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다름아닌 이혼한 전 아내였다.  그녀는 그가 한때 꿈꿔왔던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며 그의 재기를 물밑에서 도운 수훈 갑이다. 

 

 

트위터를 전혀 몰랐던 칼 캐스퍼는 10살짜리 아들에게 이용법을 배우고 그를 조롱하는 평론가의 트윗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현상을 직접 목도한 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차에 그만 평론가에게 비난 트윗글을 남기며 일은 더욱 꼬이게 됐으며 결국 그가 일자리를 잃게 된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  맨유의 전 감독 퍼거슨 옹의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일침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하지만 푸드트럭으로 미국 전역을 휘저으며 쿠바 샌드위치를 개발하여 판매할 땐 거꾸로 SNS가 마케팅에 카다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의 아들이 실시간으로 올린 트윗글과 위치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그가 평론가와 벌였던 사건이 오히려 유명세로 작용하며 트위터가 그의 사업 성공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퍼거슨 옹 어록의 절반은 맞고 또 다른 절반은 틀린 셈이다.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의 관계는 늘 형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등 그의 개인사는 사실 실패작에 가까웠으나 그녀의 아내 덕분에 운영하게 된 푸드트럭은 아들과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며 부자 간의 어설픈 관계를 끈끈한 관계로 재설정해 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그의 음식을 향한 열정과 창의력은 푸드트럭과 함께 본격 빛을 발하며, 영화 속 많은 이들을 행복감에 젖어들게 만든다.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부주방장은 칼 캐스퍼의 푸드트럭 운영 소식을 듣고 과감히 레스토랑 일을 그만둔 채 그에게 합류한다.  칼 캐스퍼가 다소 다혈질로 그려진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 잦은 충돌을 빚어온 인물이지만, 이러한 결과는 사실 그의 성품이 그 만큼 솔직담백하다는 의미이자 요리사로서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스칼렛 요한슨만의 그 허스키한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행복감이란 요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들만 만끽할 수 있는, 그들만의 전유물은 결코 아닐 테다.  칼 캐스퍼의 손 끝에서 완성되어가는 멋진 음식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스스로 그려왔던 그만의 요리와 함께하는 삶은, 창의적이며 맛깔스러운 음식의 조리 과정과 함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복원 내지 재설정을 통해 관객에게도 무한 행복감을 선사해준다.   

 

 

감독  존 파브로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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