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테러리즘의 광풍, 우리에게 미칠 파장은?

새 날 2015. 1. 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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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인질로 억류돼 있던 일본인 두 명 중 한 명이 결국 살해됐다는 소식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최근 터키에서 실종된 청소년 한 명이 IS에 가담했으리란 추측성 보도가 나온 뒤 빚어진 일이라 우리에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살해된 것으로 전해진 유카와 하루나 씨가 생전 일본의 극우 성향인 '넷우익'으로 활동해 온 데다 혐한 성향의 블로거였던 것으로 알려진 터라 국내에서는 그의 죽음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거나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도 일부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와 관련한 그의 과거 행적과는 별개로 종교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이용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반인륜적 테러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점일 테다.  평소 이슬람과는 그다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만 같았던 일본이기에 이번 IS의 만행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즉 김군의 IS 가담과 일본인 인질 살해 사건으로 인해 어느덧 우리에게도 IS의 공포가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트위터에서

 

바야흐로 테러리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테러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로부터 피생되는 여러 현상을 통해서도 우린 우려스러운 측면을 엿볼 수가 있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일본의 행태다.  이번 사태를 기화로 자위대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노라는 소식이다.  사실이라면 IS가 자칫 일본의 극우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아닐까 싶다.  일본인 인질 사태가 발생하자 일본 내에서 자위대 파병 등 집단자위권 행사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저울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 때문에 우리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시선이 영 불편한 상황에서 IS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아닐까 싶다.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애국주의와 그로부터 비롯된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 문제 또한 심각하다.  최근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관련하여 미국 수사당국이 사용자 정보 제공을 요청해 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를 주저없이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그간 극구 반대해 온 정부의 인터넷 감시에 대해 테터리즘 광풍이 명분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911 테러가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제 주인공인 레전드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탄생시켰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영화속에서도 언뜻 비치지만, 주인공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무고한 미국인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TV로 시청하다 들끓는 애국심에 이끌려 군 입대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 같아선 언뜻 이해하기 힘들 만큼 황당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사실 911 테러 당시만 해도 미국엔 애국심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기라 충분히 가능했던 얘기일 테다. 



물론 911 테러는 역대급의 규모였던 만큼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특출난 상황이었지만, 어쨌거나 당시 미국 전역을 휩쓴 애국주의의 광풍과 함께 국가 안보 및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시민의 보편적 권리마저 크게 제약되는 사태가 빚어졌던 건 엄연한 사실이다.  테러 및 범죄수사에 관한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시민의 자유권을 제약할 수 있도록 한 '애국자법' 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가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는 건 일상이었다.  때문에 진정한 공포는 911 테러가 아닌, 그 이후 미국 사회에서 목격된 갖가지 현상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애국심으로 포장된 광기가 미국 사회 전반을 휩쓸던 암울한 시기였던 셈이다.

 

한편 지난 1월 7일 벌어졌던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태 이후 유럽 국가들 역시 안보 강화라는 명분 아래 대테러 조치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단속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테러 작전도 벌여오던 참이다.  덕분에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감시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점차 911 테러 당시의 미국을 닮아가는 와중이다.  물론 또 다른 테러 행위에 대한 욕구와 시도를 막기 위한 조치는 필요악일 테다.  다만, 이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옥죄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려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유럽연합(EU)이 테러 위협에 대처하고자 인터넷 기업에 이메일과 통화 내용을 당국에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란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애국자법이 제정되고, 국토안보부가 신설되거나 개인에 대한 정보감청이 이뤄지는 등 시민들의 권리가 최악의 수준으로 약화됐듯 유럽 역시 온라인에서의 글에 대해 합법적인 형태로 억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이 온당하게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와 시민안전이라는 서슬퍼런 명분 앞에 뒷전으로 밀린 채 점차 탄압을 받아간다.  더 나아가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시민들에 대한 억압을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갑갑하게 한다.

 

지난해 말 호주에서의 테러와 연초 프랑스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한껏 높아진 공포 수위가 어느덧 이웃국가 일본에까지 스며들며 전 세계를 물들여가는 양상이다.  우리라고 하여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테러 자체에 대한 공포도 공포지만, 이를 빌미로 일본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터라 우리에겐 여간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마저 테러 울렁증으로 인해 시민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등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우리로서는 한층 걱정스럽기만 하다.  왜냐하면 우리와 같이 민주화의 기반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테러 공포가 자칫 국민의 자유를 더욱 심하게 옥죄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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