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번복이 불편한 이유

새 날 2015. 1. 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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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담뱃값 인상 및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의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에 논의되었다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던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올해 다시 추진하겠노라고 밝혔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25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힘이 들더라도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알려진 뒤 거센 비난 여론이 비등했음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민심에 가장 민감하다는 정치권의 반응은 예상대로 신중 모드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왜일까?

 

연초까지만 해도 세수 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지방세법 개편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새누리당마저 주춤했던 것은 아무래도 연말정산 때문에 악화된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연말정산으로 한껏 달아오른 비난 여론이 채 수그러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또 다시 증세 논란을 부추기고 나선 셈이니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 입장에선 화들짝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을 테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행자부는 하루만에 방침을 번복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역시 26일 개최된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자동차세와 주민세는 모두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의 강한 요구와 국회의 협조가 없는 이상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노라는 의미이다.

 

ⓒ청와대

 

그러나 우린 정부와 정치권의 번복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이 26일 있었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재정 조정제도 개혁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의 경우는 그동안 산정 기준이나 배분 방식에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온 터였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들을 손질해 중앙정부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겠노라는 의도로 읽힌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 전에 우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지방교부세란 지방자치단체 간의 재정력 균형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재원을 일컫는다.  국가가 국세 수입 중에서 일정한 비율로 지방 자치단체에 교부하게 된다.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의 일부를 재원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할당해 줌으로써 지자체의 수준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제도다.



아울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나 빈부의 격차로 인하여 발생하는 교육기회의 불균형과 교육의 질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국가가 지방교육자치단체에 교육재정을 지원하는 재정보조제도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국세 중 일정 비율을 이들에게 교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지방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에 칼을 꺼내든 이유는 중앙정부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데서 비롯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지방 재정의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또한 교육 기회의 불균형과 질적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굳이 변경하여 중앙 정부의 곳간을 조금이라도 지키겠노라는 발상은 국민 입장에서 볼 땐 그다지 달갑지가 않다.  증세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이자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지자체의 반발만을 불러올 뿐 그렇다고 하여 대규모로 구멍이 난 세수 결손분을 원천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재추진하겠노라는 발상은 결국 이로부터 기인한 듯싶다.  즉 앞서의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손질한 뒤 이들에게 교부할 금액을 줄여 중앙 정부의 곳간을 일부 메우고, 그 대신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통해 서민들로부터 그의 부족분을 일정 부분 충당하려는 시도쯤으로 읽힌다.  때문에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실제로 손질하게 될 경우 번복한다고 밝힌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카드를 언제든 다시 꺼내들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증세 등의 근본적인 처방 없이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세수 부족 사태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또 다시 국민들에게 간보기 식으로 슬쩍 던져 여론을 살핀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를 번복하는 꼼수 처방만을 남발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보아 하니 더욱 그렇다.  정부가 이러한 태도로 일관할수록 국민들의 분노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작금의 난맥상을 정부가 과연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게 될지 기대보다는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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