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독도는 일본땅' 꼼수에 당한 어처구니없는 국방부

새 날 2015. 1. 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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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지금 일본 도쿄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옆에 설치된 소녀상과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2012년 축소된 소녀상 모형물의 전시를 시도했다가 일본 사회로부터 금기로 여겨지는 정치적 표현물이란 이유 때문에 일방적으로 철거된 바 있던 터라 이번 행사가 더욱 뜻깊게 다가옵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일본 내 예술가와 시민들이 뜻을 함께 모은 것입니다.  2012년 당시 전시를 거부당했던 작품들이 대거 선을 보였습니다.  우리에겐 매우 친숙한 이 소녀상이 일본 내에선 일종의 반일 감정의 상징처럼 각인된 상태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익 세력이 이를 가만히 둘 리 없었겠지요.  그러나 이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은 개의치 않은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시장 주변을 직접 지키고 나섰노라는 전언입니다.  흐뭇한 소식입니다.

 

이렇듯 일본인들조차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맞서 의로운 행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반박은커녕 되레 이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와 더 나아가 이에 감사한다는 뜻마저 전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자국 방위백서 한글 요약본을 최근 우리 국방부에 배포했는데요.  여기엔 독도가 일본 영토로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문제는 이러한 치명적인 오류 투성이의 일본 방위백서를 우리 정부가 5일동안이나 갖고 있으면서도 제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국방부는 21일이 되어서야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을 초치해 엄중 항의했으며 문제가 된 방위백서 50여권도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역시 이날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하고 자료 배포 중단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국민일보

 

일본은 방위백서 요약본을 전달할 때 우리 군으로부터 감사하다는 표현이 있었노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이러한 상황을 뒤에서 몰래 즐기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받을 당시엔 내용 숙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을 테니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울러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누구나 실수란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우리 영토를 자신의 영토라 기재한 인쇄물을 다른 부처도 아닌 한 나라의 국방을 총괄하는 부처에 버젓이 가지고 왔는데도 이를 5일이나 지난 뒤에야 조치한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우리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들에겐 자칫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우리 정부가 인정하노라는 암묵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게 아니라도 적어도 우리 정부가 독도 영유권에 대해서 만큼은 일본 정부가 품고 있는 그것보다 큰 관심이 없노라는 신호를 그들에게 주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안이한 일 처리로 그동안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힘겹게 벌여온 민간 각계의 독도 지키기 캠페인 등을 정부가 나서서 모두 우스운 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최근 냉각된 양국 간의 관계를 복원코자 물밑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데요.  국익상 외교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일도 물론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다른 사항도 아닌 이렇듯 우리의 영토인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한글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어와 러시아어판까지 방위백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또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버젓이 이를 공개하고 나섰다는 건 그만큼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국가 간의 외교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은 상호 존중일 것입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이런 자세를 갖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런 꼼수와 망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국교정상화 50주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도 안 먹는다는 그 방사능 오염 수산물을 우리가 자처하여 먹겠노라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에 과연 배알이 있기나 한가 모르겠습니다.  이토록 일본에 목을 매는 이유가 도대체 무언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뜨고 나선 셈이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대한민국의 영토 수호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한글로 기재해 놓은 백서를 받고도 감사하다며 5일 동안이나 이를 묵인했다는 것은 심각한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처음 언급했던 일본 소녀상 전시 얘기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단언컨대 우리 정부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도쿄 한복판에서 소녀상을 전시하며 왜곡된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려는 일본 시민사회보다 백배 천배는 더 못났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부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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