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심상치않은 박대통령 지지율, 민심이반 변곡점인가

새 날 2015. 1. 19. 08:40
반응형

한국갤럽이 지난 13일에서 15일 사이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긍정평가가 35%로 나타나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정평가가 무려 55%에 달하였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입장에선 나름 지지율 반전의 기회로 삼았을 법한 12일 신년 기자회견 직후 실시된 설문 결과였던지라 폭락의 여운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양상입니다.

 

물론 지지율이란 언제든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이전 사례와 비교해 그 모양새가 조금은 다른 듯하여 유의미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한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연합뉴스

 

단순히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여겨졌던 40%대의 벽이 무너져서가 아닙니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무한 성원을 보내왔던 핵심 지지 기반 계층의 이탈이 가장 먼저 눈에 띱니다.  지난 대선 당시 다른 계층에 비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바 있으며, 박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져 주었던 50대에게서 처음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이랄 수 있는 대구 경북 지역, 이른바 TK에서조차 부정적 여론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언가 조짐이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때마다 적절한 아이템을 동원,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으며 그동안 지지율 관리에 관한 한 늘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능력을 뽐내왔던 박 대통령입니다.  최근 '십상시'라 불리는 국정개입 사건을 그 누구보다 빠른 시간 내에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봉합하며 이의 부담으로부터 완전히 떨쳐내려던 찰나였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은 바로 그를 위한 화룡점정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이벤트 때마다 지지율을 높여주던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신년 기자회견 직후 어이없어 하거나 썰렁했던 국민들의 반응이 이를 알리는 전조 증상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온라인에서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비난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는다는 건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는 의미일 텐데, 작금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모 인터넷 커뮤니티 관련 댓글 캡쳐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 댓글 캡쳐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 일색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국민들의 정서와는 반대로, 의혹 투성이에 각종 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사건을 대충 덮어버린 채 주변에서의 인적 쇄신 등 올바른 국정을 위한 조언과 여론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또 다시 대통령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가 이번이 처음이었으면 결과는 또 달랐을 겁니다.

 

국민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수많은 기회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잘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내며 기회 부여하기를 무한 반복, 그럴 때마다 대통령은 매번 실망으로 보답하였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끝까지 그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불통 대통령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대도 그럴 때마다 지지율 반등이라는 선물을 선사해 주었던 우리 국민들입니다.



그러나 짝사랑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상대방의 조그마한 피드백이라도 있어야 지속적인 애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국민들은 수 차례의 기회를 주며 무한 신뢰를 보내주었건만 대통령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취사 선택하여 듣고,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되뇌이는 행동을 무수히 반복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은 누가 보아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의혹 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스스로의 아집과 고집만을 고스란히 드러내놓는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않게 다가오는 건 집권 이래 보여왔던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계속해서 누적된 채 쌓여오다 이를 국민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만큼의 수준인, 어느덧 임계치에 다가선 상황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전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비슷한 집권 3년차 시기 박 대통령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44%의 지지율을 유지한 바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이후 지독한 레임덕 현상을 겪게 됩니다.

 

ⓒ세계일보

 

그렇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미래 권력을 향한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물밑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가뜩이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현재의 권력에 대해선 관심 밖으로 내쳐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뾰족한 대책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기에 더욱 커다란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거나 또 다시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충격 상쇄 아이템을 꺼내드는 일이 전부일 텐데, 양치기 소녀가 돼버린 박 대통령이기에 과연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지 기대 난망인 상황입니다.  때문에 혹여 운좋게 지지율 반등을 꾀했다 한들 이를 또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 또한 미지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 안팎의 친박계 일부 인사들은 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지지율이 바닥을 찍은 것을 의미한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집권 3년차 구상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곧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현실 인식과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극히 근시안적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면 여전히 정신 못차렸다는 말로 압축되겠군요. 

 

대통령이 지금처럼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되뇌이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은 아예 귀를 막아버린 채 철저히 외면해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때문에 이번 지지율 폭락은 그를 알리는 경고음이자 변곡점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2년 동안 보여주었던 그 식상한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마도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각자의 길로 접어들 공산이 큽니다.  이는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말끝마다 '창조'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만큼 유행인 상황에서 창조는커녕 그로 인한 피해만이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들에게 전가될 터이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욱 암울하게만 다가올 뿐입니다.  단순한 인적쇄신이 아닌, 대통령 자신의 쇄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