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소방관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 말입니다

새 날 2015. 1. 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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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 10일 발생했던 의정부 화재로 인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목도했지만, 사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슬픔과 고통 앞에 제삼자가 감히 나서 무언가 위로의 말씀을 건네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아무리 아픔을 통감하며 이를 함께 나눈다고 한들 정작 당사자들의 고통을 같은 눈높이에서 이루 헤아려 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린 그토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비슷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며 다짐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예방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해당 화재와 관련하여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뒷말이 무성합니다.  화재의 원인 때문인 듯한데요.  최초 발화가 아파트 입구에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시작되어 수사당국이 이에 대한 정밀감식을 국과수에 의뢰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애초 의심됐던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로부터 기인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입주민 피해자들이 차량으로 인한 화재는 보상이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화재의 원인을 다른 방향으로 자꾸만 돌리려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재 당시 화재 진압용 헬리콥터가 건물 상공에 투입됐는데, 이의 프로펠러가 화재를 확산시켰노라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이는 화재 초기시점부터 일부 피해자들에게서 주장돼 왔던 내용이긴 합니다.  지난 12일 피해 이재민들이 소방의 미숙한 초동 진화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나선 바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주장만으로 그치고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화재의 확산 원인을 소방관들에게 고의적으로 돌리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의정부 화재 주민 회의에 참석했던 한 사람이 당시의 상황과 관련한 글 하나를 소방관 Korea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 글이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해당 글과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입주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회의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그들 중 한 사람이 올린 글에는 "현재 2층에서 회의 중이다.  불난 원인이 차량 화재이기 때문에 보상이 힘들다고 해 소방관 책임으로 돌려야지 보상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 소방관이 뭘 잘못했는지 말 하나로 맞추는 중이다.  기자들 왔다가 다 쫓겨났고 문 잠그고 회의 중이다"라는 내용이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쿠키뉴스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체가 아닌, 일부 피해 이재민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겠지만, 만일 그렇더라도 이분들 너무 과한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차마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영문도 모른 채 인명이나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그분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금전적 보상을 꾀하려는 목적으로 엉뚱한 피해자를 만드려는 행위는 도의적으로 보나 법적으로 보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재난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인명을 구조한 소방관들의 노력에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도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한 새내기 소방관의 살신성인에 의한 주민 구조 덕분에 13명이 옥상으로 대피하여 더 큰 참사를 막은 사실 등이 알려지는 등 당시 소방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충실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피해를 당하신 분들은 현재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소방관들 역시 남들이 가지 않는 곳, 하지 않으려 하는 궂은 일을 묵묵히 처리하며 갖은 욕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약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재민들의 일부가 벌이고 있는 이러한 행위는 자신들의 처지 역시 같은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더 나약한, 다소 만만하게 여겨지는 약자를 또 다시 유린하려는 파렴치한 행동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진화 과정 중 소방관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의혹 제기 내지 지적은 얼마든 가능한 일입니다.  어느 영역에서건 쓴 소리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니까요.  하지만 이렇듯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 이득을 취하려는 방식은 옳지 못합니다.  이러한 도를 넘어선 행동은 가뜩이나 힘든 소방관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에 불과할 뿐입니다.

 

화재의 원인은 일단 둘째 치더라도 화재가 확산된 이유를 굳이 따지려 든다면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를 탓하기보다 건물 간격이 1미터도 채 되지 않았던 주거 여건과 스타이로폼 등 불에 잘 붙는 값싼 외장재로 덧씌워진 건물 등 지극히 화재에 취악한 환경을 만들어놓은 제도와 정책을 탓해야 할 것입니다. 

 

부동산을 살리겠다며 정작 엉터리 규제 완화로 대한민국 사방천지에 이렇듯 열악한 주거 환경을 한껏 만들어놓아 서민들을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킨 이명박 정부에 화살을 돌려야 함이 온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소방관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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