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 MB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까닭

새 날 2015. 1. 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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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습니다.  '혹시나' 했습니다만, '역시나' 였던 결과입니다.  몇 가지 점을 제외하고 여타 부분은 그다지 언급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입만 아프기 때문입니다.  소통을 위해 특보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건 그동안의 불통 논란을 의식했던 탓인지 나름 이를 불식시키려 함이었겠으나 불통의 원인이 과연 이러한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되묻고 싶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소통이란 게 무언가 시스템이 부족해서 안 되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었던가요?  실은 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와 진정성의 문제 아닐까 싶군요.  더불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속내를 슬쩍 엿볼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얻은 유일한 소득 아닌 소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뉴시스

 

어쨌거나 이날 기자회견의 백미는 경제 활성화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이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느낌입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을 분석한 한 언론사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라는 단어가 42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마디로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셈입니다. 

 

우리 경제가 요즘 참 어렵긴 합니다.  때문에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올인이 개인적으로 충분히 납득이 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누구든 경기가 살아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싶군요.  대통령은 올해가 경제 활성화의 골든타임이라며 누누이 강조하였고, 이날 구상을 밝힌 경제 활성화 3대 방안으로부터는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동산 시장 회복을 통해 경제활력을 되살리겠노라고 한 점과 수도권 규제 완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부분에 절로 눈길이 가게 됩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통해 규제 단두대를 확대해 규제 혁명을 이루겠노라고 밝힐 만큼 이번 정부 들어 각종 규제에 대한 철폐 내지 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입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쓸모 없이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함은 권장할 만한 일임엔 틀림없습니다. 

 

ⓒ매일경제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또 다시 터진 안전 사고는 과연 규제 완화가 능사인가 하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일깨우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난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를 비롯하여 워낙 많은 사고를 경험한 탓에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우리 사회, 또 다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습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화재의 원인은 우리에게 경제적 효율을 위한 규제 완화가 무조건 옳은 일인가 하는 제법 심각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이른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불리는 건축물입니다.  이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서민주거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로 대거 지어진 바 있습니다.  물론 침체된 건축 붐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특단의 조치가 함께 이뤄진 형태였겠지요. 

 

전국적으로 33만 채가 지어졌으며, 서울에만 9만여 가구가 공급돼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꺼져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취지로 건축을 쉽게 유도하기 위해 크게 완화시킨 규제 탓에 해당 건물에 대한 안전 및 편의 시설 설치 의무가 대폭 줄었다는 데 있습니다.  우선 이번 화재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부분인데, 이들 건물들은 간격이 좁고 주차장이 적어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머니투데이

 

이번에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와 옆 건물 간 간격은 1.5m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해당 지역은 상업지구라 일조권 적용에서도 배제돼 간격이 최소 50㎝만 넘으면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화재가 난 대봉그린아파트를 소방당국이 조사했더니 옥상의 경우 간격이 57㎝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외벽이 스타이로폼으로 마감 처리된 바람에 옆 동으로 불이 쉽게 옮겨 붙는 구조였습니다.  경제적 효율성이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사회 풍조와 인위적으로 형성된 건축 붐 앞에서 값 싼 외장재와 간편한 시공은 시공사들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이자 먹잇감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양입니다.  



소방관계법상 소방시설 설치 기준 또한 중소형 건물에는 관대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스프링클러는 11층 이상의 건물에만 해당되며 옥내 소화전은 4층 이상 건물 중 바닥면적이 600㎡ 이상인 층에만 의무 설치토록 돼 있습니다.  화재가 난 건물은 해당 의무로부터 모두 자유로웠습니다.  건축과 관련하여 특별히 법을 어긴 부분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화재는 성장 만능과 경제 효율만을 앞세운 엉터리 규제 완화 정책과 중소형 건물의 느슨한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함께 만들어낸 참화였던 셈입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혈세를 엉뚱한 곳에 쏟아부어 환경을 파괴시키고 국가 재정을 파탄나게 한 데다 성장 만능주의와 경제 효율성을 내세운 엉터리 규제완화로 결국 이런 참사마저 빚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정부에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대목입니다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나고 있듯 또 다시 국민소득 4만불이라는 달콤함으로 포장한 채 경제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에 올인하는, 지난 정부를 답습해가는 모양새입니다.

 

규제 완화나 철폐가 필요한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때문에 잘못되었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완화해야 함이 맞습니다만, 이전 정권에서 벌여놓은 규제 완화로 인해 다음 정권에서 커다란 사고로 빚어지고 있듯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은 우리 사회에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큽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와 같은 일반 서민들을 향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마치 가시적인 성장이 만능인 양 부동산 시장 회복 및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인위적인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려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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