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열정페이로 희망고문시키더니 결국 해고라니

새 날 2015. 1. 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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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땅콩회항으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갑질 논란이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열기가 쉬이 식지 않은 채 이곳 저곳에서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습니다.  그 형태도 아주 다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재벌을 비롯한 가진 자들의 횡포에서부터 고용주들의 희망고문까지, 그 스펙트럼은 한없이 광활하기만 합니다.

 

특히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초년생들에게는 자비심 하나 없는, 너무도 혹독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입니다.  얼마전 인터넷 채용 사이트에 게재된 모 편의점 고용주의 채용공고 하나가 가뜩이나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 때문에 어깨가 한없이 무겁기만 한 청년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른바 열정페이 때문입니다.

 

 

'열정페이'란 무급 또는 아주 적은 대가를 지불하면서 취업 준비생 내지 사회 초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입니다.  즉 정규직 대신 인턴 혹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채용한 뒤 실무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하는 대가로 낮은 급료를 주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열정이 있으면 돈은 필요 없지 않느냐'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로부터 비롯된 신조어입니다.  열정페이의 관행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술계나 패션계 그리고 웬만한 기업과 국가기관 심지어 국제기구나 인권단체 따위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의점 채용공고에 기재돼있던 '돈벌기 위해 편의점 근무는 좀 아닌 것 같고요. 열심히 하시는 분은 그만큼 챙겨드리겠습니다'란 문구가 청년들의 분노를 사도록 만든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로 읽힙니다.  가뜩이나 사회 곳곳에서 기득권을 쥔 자들이 자신들을 열정이란 이름으로 착취하려고만 드는 상황인데, 심지어 편의점조차 그 대열에 합류하고 나선 셈이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해당 편의점은 법에서 정해놓은 최저임금마저 지불하지 않겠노라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2015년 최저임금은 2014년도보다 7.1% 인상된 시간당 5580원으로 책정된 바 있습니다.

 

ⓒ국민일보

 

이런 상황에서 국내 3대 소셜커머스 중 하나인 '위메프'가 정직원 전환을 대가로 수습사원을 채용하여 정직원과 같은 업무를 시킨 뒤 전원을 해고시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채용한 영업직 사원 11명을 대상으로 수습기간인 2주간 실무 능력을 평가하는 '필드 테스트'를 거쳤는데, 하루 14시간 가량 근무할 만큼 노동강도가 셌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위메프는 수습기간 2주가 끝나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전원을 해고한 것입니다.

 

회사마다 내규가 있을 테고 그에 따른 기준이 어떤 내용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아울러 내규로 규정된 해당 기준에 수습사원들이 도달하지 못할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정직원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회사만의 고유 권한이기에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사실상 월권행위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위메프는 해고 사유를 떠나 몇가지 부분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선 해고된 이들이 받은 수당이 1인당 55만원으로, 하루 14시간씩 주 5일로 계산하게 될 경우 한 시간 당 3900원 가량의 시급을 받은 셈이 됩니다.  최저임금 5580원보다 낮습니다.  그래도 국내 3대 소셜커머스 회사인데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 싶군요.  아주 저렴한 대가로 직원들을 실컷 부려먹은 셈이니 말입니다.

 

아울러 해고된 직원들이 정작 회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해고됐다고 하면서 위메프는 이들이 발로 뛰며 계약 맺거나 따온 딜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판매하던 와중이라고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열정과 단물만 쏙 빼먹은 채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가만을 지불하고 내차버린 셈입니다.

 

열정페이를 제시하고 수습기간을 모두 통과시 정직원의 혜택을 주겠노라며 미생들을 미혹하고 희망고문시키더니, 정작 그들에게 돌아온 건 해고 통지서 한 장이었습니다.  그러고선 그들이 희망을 안고 발로 뛰며 닦아놓은 실적들을 회사가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으로 챙겼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절대 손해볼 일 없는 장사였던 셈입니다.  

 

3포세대라 불리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열정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이뤄질 듯 현혹하여 그들의 희망을 값싼 대가로 취하고, 그래도 부푼 희망을 안고 열심히 뛰었을 젊은이들의 꿈을 해고 통지서로 갈갈이 찢어놓은 위메프의 갑질, 너무도 괘씸합니다. 

 

ⓒ경향신문

 

네티즌들의 심상치 않은 반응이 이어지자 위메프는 발빠른 조치를 취하고 나섰습니다.  해당 건에 대해 사과하고 해고한 수습사원을 전원 채용키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와 갑질에 질린 청춘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위메프 탈퇴와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열정페이와 희망고문이 이땅의 젊은이들의 꿈을 산산이 부숴놓고 있는 터라 결코 남의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춘들의 들끓는 분노 뒤엔 결국 그들의 짓밟힌 희망과 꿈 때문에 그동안 한없이 흘려왔을 눈물방울이 가득 맺혀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열정을 값싸게 취하며 꿈과 희망마저 빼앗는 이러한 잔인한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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