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소년 역사 인식 낙제점, 과연 누구 탓인가

새 날 2015. 1. 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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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식 문제를 다룬 모 언론사의 분석 기사로 인해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느낌입니다.  해당 기사는 중고생들의 65%가 고노담화를 알지 못하며,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인식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부지기수일 만큼 우리 미래세대의 역사인식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우려스럽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제겐 별로 놀랍지 않게 다가옵니다.  오히려 너무도 당연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고노담화 인식과 관련하여 정작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데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굳이 우리 선생님들께서 심혈을 기울이고 부연 설명까지 덧붙여가며 이에 정성을 쏟기엔 제반 여건이 너무도 미흡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비단 우리 청소년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라고 한들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 아니고서야 고노담화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뿐 아니라 일본 정부가 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최초로 인정한 담화입니다.  전후 50년과 60년이었던 지난 1995년 그리고 2005년, 식민 지배로 인한 아시아 국가의 고통에 사죄하노라는 뜻을 담은 무라야마 및 고이즈미 담화 역시 고노 담화의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노 담화의 상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 일본 총리인 아베는 고노 담화를 사실상 부정하는 등 우경화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고노담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영향이 가장 클 테니 다소 씁쓸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고, 오히려 진짜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낮은가 하는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편향의 왜곡된 역사관을 심고자 교과서 전쟁을 벌여오고 있는 현 집권세력과 정부의 행태를 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체계 또한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정부는 우익 성향의 뉴라이트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를 검정 승인 통과시키더니 여론에 밀리며 점유율이 제로에 이르자 어느덧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부터 국정 교과서 체제로의 회귀 카드마저 만지작거리며 역주행을 꿈꾸고 있는 와중입니다.  우리 정부가 겉으로는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달리는,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5천년의 우리 역사에서 150년에 불과한 근현대사 비중이 한국사 교과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무리인 데다 이념논쟁만 부추긴다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대폭 축소시키기로 해 논란을 야기시킨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선 정작 도외시한 채 단순히 전체 역사에서의 시간적 비중만을 따지는 무지함마저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부의 인식이 이러할진대 우리 아이들의 위안부 문제 인식 수준이 낮은 건 사실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극우 코스프레 커뮤니티인 일베 류는 정권의 비호 아래 그들의 활동 영역을 오프라인으로까지 대거 넓혀가며 비뚤어진 이데올로기의 확산에 주력해온 탓에 온라인에 대한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 아이들의 의식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쿠키뉴스

 

일부 일베 회원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갖은 모욕과 비하성 글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일본의 우경화 세력들의 도를 넘어선 망발과 비슷한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단지 인기글로의 등극을 노린 치기어린 행동이라고 치부하며 넘어가기엔 참으로 어리석은 데다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베와 그 아류 사이트들은 청소년들의 접근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는 데다 자극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게시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덕분에 호기심 왕성한 청소년들의 유입을 이끌어내며, 그들의 의식 세계마저 황폐화시키고 점차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말도 되지 않는 우리 내부의 환경이 든든한 토대 역할을 하며, 일본의 우경화 망동마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흡수되어 점차 일본의 주장이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져 최악의 경우 그들의 논거에 동조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결국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적극 대응해 나가는 일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우리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역사 교육 및 인식 제고가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실히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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