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반기업 정서' 과연 누가 부추기나

새 날 2015. 1. 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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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태로 인한 반기업 정서 확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4년 기업 및 경제현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51%가 탈법과 편법 등 기업 자체의 문제를 반기업 정서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10년간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대한항공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반재벌, 반기업 정서가 자칫 다시금 확산되는 건 아닐까 싶어 재계는 신경을 온통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계일보

 

물론 이번 조현아 땅콩 회항 사태는 재벌가 자제의 인성 부족으로부터 기인하고, 또한 그에 의한 일탈에서 비롯된 슈퍼갑질이 얼마나 국민들의 정서와 크게 어긋나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해 보여 재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유발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작금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번 조현아 전 부사장 사태는 사법당국의 엄밀한 조사 후 사법처리로 일단락지으면 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언론의 먹잇감이 된 느낌입니다.  너도 나도 이를 부추겨 여론을 일정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엔 이른바 '십상시'라 불리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던 터라 집권세력에겐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던 건 분명 맞습니다.  결국 집권세력의 시선 분산을 위한 시도로 인해 하필 그 시점에서 논란이 됐던 대한항공이 과도하게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구속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복수하겠노라는 메신저 내용이 연말 세간에 알려지게 되며 꺼져가던 땅콩 회항 논란에 다시금 새생명을 불어넣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감정에 화를 돋운 셈이니,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메신저 내용은 어디에서 유출된 것일까요?  다름아닌 검찰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이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이 시점에서 굳이 수사 중이던 사항을 왜 누설했는지 그 속내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쯤되면 정작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세력은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반기업 정서의 주범은 비단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군불을 때고, 이를 화력 삼아 청와대에서 열심히 저울질 중인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 내지 가석방 논의는, 일반인 생계형 사범 사면과 딜을 시도하자는 무리수가 알려지게 되며 국민들의 정서와는 정 반대로 움직이는 행태 때문에 또 다시 반기업 정서를 더욱 확산시키는 모양새입니다.  재벌에 대한 특혜,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 성격의 상대적 박탈감은 국민들만 더욱 자극시키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JTBC 방송화면 캡쳐

 

여기에 대통령은 한 술 더 뜨고 나섰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새해를 맞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떡국을 끓여놓은 채 박근혜 대통령을 초대하였습니다만,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아 행사 현장엔 떡국만 덩그러니 놓여진,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작년 한 해동안 여실히 느낀 바이긴 하지만, 이렇듯 정작 서민과 약자들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하면서 배임과 횡령 등의 중죄를 저질러 기업을 파탄나게 하고, 국가 경제마저 흔들리게 하여 현재 수감 중인 재벌 총수 구하기에 골몰하고 있는 대통령의 태도로부터는, 과연 누가 진정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주범인지를 여실히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들끓게 된 연유 뒤엔 이렇듯 재벌 스스로의 무능함과 몰상식함이 기본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만,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행태가 보다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던 것입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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