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SNS, 진정 인생의 낭비인가

새 날 2015. 1. 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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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박지성 선수가 몸 담았던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감독을 역임했던 알렉스 퍼거슨이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했던 일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따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의 발언과는 별개로 SNS는 이미 지구촌 전체의 소통 도구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다만, 근래 역기능이 심화되고 있는 터라 이를 활용하는 이들에 대한 자성론이 높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30일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유머저장소에 게시된 '수도 서울 지하철 대참사'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성인 남성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뒤엉켜 격렬하게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담겨있다. 

 

 

게시글에는 두 사람이 신촌역에서 어깨를 부딪혔는데 고등학생이 '눈깔 똑바로 뜨고다녀 XX아' 라고 말해 벌어진 사태라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  해당 게시글은 300만건 이상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였고, 4만개가 넘는 댓글에는 온통 젊은 남성을 비난하는 내용 일색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알려진 사실과는 전혀 달랐다.  경찰에 따르면 동영상 속 젊은 남성은 학생도 아니었으며 먼저 시비를 걸지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젊은 남성이 아내와 통화하고 있던 중 중년 남성이 자꾸 쳐다본다며 먼저 시비를 걸고 뒤통수를 때렸던 게 이번 사건의 발단이란다. 

 

결국 실체적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 마치 사실이기라도 한 양 SNS 공간을 타고 네티즌들 사이에 확대재생산되며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해 온 셈이다.  이와는 그 성격이 다소 판이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한 유력 동영상 사이트가 최근 서울에서 작업 걸기 몰래카메라 실험을 했는데, 실험에 참여한 한국 여성 100%가 모르는 남성의 작업에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뉴시스

 

실험은 한 남자가 고가의 자동차를 타고, 늦은 밤 유흥가에서 무작위로 뽑은 젊은 여성에게 접근하여 태워주겠다고 제안한 뒤 여성들의 승낙 여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베이징에서는 7명 중 5명, 홍콩에서는 7명 중 6명, 서울에서는 7명 중 7명의 여성 전원이 모르는 남성의 차에 탄 것으로 확인됐단다.  2일 이를 보도한 중국 포털 왕이 자동차 채널은 실험 대상 한국인 여성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의 허영과 탐욕, 물질만능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노라고 지적했단다.

 

그러나 아무리 해당 실험이 특정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의도된 조작이 아닌 사실 그대로라 해도 7명이라는 표본은 너무 적어 이를 놓고 한국 여성이 가장 돈을 밝히고, 중국의 일부 여성들은 금전 유혹을 잘 물리치는 편이라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흔한 말로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매체와 네티즌들은 이를 그대로 믿으며 한국 여성 전체를 향한 비뚤어진 고정관념을 심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중국에서의 반응만이 아니다.  이 기사를 접한 우리 네티즌들의 다수는 해당 실험의 목적 등 숨겨진 의도에 대한 합리적 의심보다는 '그럼 그렇지' 라는 의외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을 일삼으며 자위해 오던 예의 그 버릇이 외국의 SNS에 올려진 실체 불분명의 한 실험결과를 빌미 삼아 또 다시 하이에나처럼 이를 물어뜯기 위해 몰려들고 있는 셈이다.

 

이쯤되면 SNS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SNS로 인한 폐해는 그동안 많이 알려져왔지만,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수술실에서의 일탈 행위를 아무 생각없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의료인들에 대한 온갖 비난과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영역 및 직업관, 더 나아가 성형외과 전체에 대한 자성론까지 불러온 모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올린 사진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물론 이 콘텐츠 덕분에 수술실에서의 은밀한 일탈 행위 따위의 실체가 세상에 까발려지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를 올린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땐 단순한 SNS에서의 글쓰기 하나로 인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렇듯 일부 분들에겐 퍼거슨의 SNS에 대한 일침이 아마도 정답이 아닐까 싶을 만큼 뼈아프게 와닿을 테다.

 

누군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관심을 끌어보기 위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올리고, 또 이 콘텐츠들이 퍼나르기 되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거나 엉뚱한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하기 일쑤다.  지금 이 시각에도 비슷한 사례는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테다.  지난해 발생했던 선릉역 나체녀 사건은 실체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퍼나르기 되거나 '카더라'식 풍문이 덧붙여지며 우리 사회에 SNS의 폐해에 대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SNS에 대한 의존 심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보다는 이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 급급하고, 근거없는 카더라식 목격담이 확대재생산되며 인터넷상에서 마구 떠돌고 있는 현상이 일상이 되어간다.  그 사이 새로운 피해자가 양산되며 SNS의 순기능마저 크게 위축시켜 가던 찰나다.  때로는 이를 기화로 약자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무리들 또한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한다.

 

퍼거슨의 어록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만큼 SNS가 무조건적인 해악을 끼쳐오지 않음은 분명하다.  SNS가 인간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하는 소통 도구로서 더없이 유용한 게 확실하지만, 아무리 좋은 도구라 해도 그 쓰임새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우려마저 상존하기에 이를 활용하는 이들의 주의가 더욱 요망된다.  이쯤에서 퍼거슨의 어록을 다시금 곱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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