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10대 청소년 IS 가담이 우려스러운 이유

새 날 2015. 1.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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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 봐야 정확한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만, 여러 정황상 터키에서 사라진 김모군은 IS에 가담한 것이 거의 확실시돼가고 있습니다.  때마침 IS가 일본인 인질 두 명에 대한 몸값을 요구하며 이들을 살해하겠노라 협박하고 나선 상황이라 IS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결코 남의 일로만 와닿지 않던 참입니다.

 

잘 알다시피 IS의 태생에 대해선 뭐라고 콕 짚어 단정짓기가 어려울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게 얽힌 문제입니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해묵은 반목과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깊은 연관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태생적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IS가 벌여온 일련의 행위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온통 반인륜적인 극악한 범죄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군이 IS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우리 언론들이 대서특필에 나서고 모든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18세에 불과한 심신미약 청소년이 어쩌다 이렇듯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 걸까요?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난해 신은미 황선 씨 콘서트 현장에서 폭탄을 던지며 백색테러 행위로 논란을 야기했던 그 학생과 정황상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학생은 신은미 황선 씨가 종북세력이라 싫었으며, 자신이 혐오하는 세력, 더군다나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여성이라는 점을 노린 채 작정하고 행동에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김군 역시 비슷한 측면이 읽히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남자가 차별을 받는 시대다. 난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IS가 좋다"  김군이 남긴 메시지입니다.  김군으로부터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노라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나선 것입니다.  물론 단순히 해당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는 싫고 IS는 좋다고 밝히고 나선 상황이라 이것이 실제 IS 가담에 상당한 유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되는 부분입니다. 

 

종북과 여성 그리고 특정지역 혐오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주 봐왔던 매우 익숙한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우리 사회를 온통 더러운 배설물로 오염시키고 있는 특정 커뮤니티가 언뜻 떠오르게 됩니다.  이는 마치 조건반사와도 같습니다.  이렇게 된 연유엔 그들 스스로의 탓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를 넘어선 일탈과 패륜 행위로 이미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군의 행적이 알려진 뒤 해당 커뮤니티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누가 특별히 묻거나 따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군이 일베를 안 한다는 증거' 내지 '일베는 여성보다 이슬람이 더 싫다'라는 취지의 글이 게재되며 김군의 IS 가담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심상찮음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듯한 이들의 행동, 때문에 역설적으로 외려 그들의 관련성을 더욱 의심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싫다라는 이유 때문에 김군을 '일베하는 사람'으로 등치시키는 행위는 모순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가 여성을 혐오하거나 비하하게 된 데엔 그동안 이들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베와 그 아류 커뮤니티들의 망동이 가장 우려스러웠던 건 그들의 논리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채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도 않은 청소년들에게 여과없이 받아들여져 그들의 사고와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매체들이 분석한 일베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눈에 띠는 대목 하나가 있습니다.  그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경우 한없이 여리고 평범한 청년이라는 것입니다.  실은 현실세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익명의 온라인상에선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 이에 쉬이 빠져들게 되고, 더 나아가 조금이라도 두드러지는 행동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오늘날의 테러나 IS 가담 따위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은 겁니다.

 

결국 종북세력을 혐오한다며 백주대낮에 폭탄을 던진 아이나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IS에 가담한 아이 모두 어쩌면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들을 부추긴 것입니다. 

 

물론 IS의 홍보전도 무시 못합니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조직원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군 역시 SNS을 통해 IS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집을 제공해 준다거나 각종 공과금이 무료이고 심지어 용돈까지 얹어준다는 감언이설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선전물은 현실이 어려운 이들 혹은 아직 정신적으로 어린 청소년들에게 있어 어쩌면 귀가 솔깃한 얘기로 와닿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현재 IS에 몸담고 있는 중국인은 100여명, 그리고 일본인은 10여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며, 얼마전 한국인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사실과는 달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인 인질의 살해 위협과 김군의 IS 가담 소식을 접하며 그동안 남의 얘기이겠거니 싶었던 IS가 어느덧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온 느낌입니다.  김군의 IS 가담을 단순한 일탈 행위로만 치부하기엔 우리의 주변 여건과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기에 앞으로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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