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는 왜 오바마에 열광하는가

새 날 2015. 1. 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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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율이 90%까지 치솟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 새해 국정연설 덕분입니다.  미 전역에 생중계된 이날 오바마 연설의 골자는 한 마디로 '부자 증세'와 '중산층 살리기'로 압축됩니다.  즉 부자 증세 등을 통해 빈부 간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 회복의 과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중산층을 살리겠노라는 복안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구상을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국정 로드쇼에 나선 오바마입니다.  21일(현지시간) 오후 아이다호 주 보이시 주립 대학을 찾아 연설을 한 오바마는 취임이래 총 47개 주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방문하지 않은 3개 주도 남은 임기 동안 모두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니 50개주를 방문한 역대 미국 대통령의 명단에 그 역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1

 

그의 연설은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쳐 흘렀습니다.  그는 "소수만 유별나게 성공하는 경제를 받아들일 것이냐, 모든 노력하는 이들의 소득 증대와 기회 확대를 창출하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고 되물으며, "정치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중산층을 위한 경제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간 발목을 잡아온 공화당을 직접 겨냥한 것입니다.  상위 1%가 축적된 부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을 회피할 수 있게 해 불평등을 초래하는 세금 구멍을 막아 그 돈을 더 많은 가정에서 자녀 보육이나 교육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는 1년 내내 일해서 버는 1만5000달러(1600만원) 정도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으며 미국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0달러 10센트(약 1만 원)로 전격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7달러 25센트(약 7800원)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최저임금은 5580원입니다.  고작 한 자리수의 인상안을 놓고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채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한없이 부러운 대목입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우리와는 크게 연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오바마의 이러한 행보에 오히려 우리 국민들이 더 열광하고 나섰습니다.  아니 열광한다기 보다 부러워한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오바마 자체는 그동안 우리에게 영 달갑지 않게 다가오던 인물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우리에게 있어 오바마라는 인물은 그리 썩 유쾌한 인물로 기억되지 못할 것이며, 미국 내에서도 그동안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연설이 살갑게 다가오는 건 우리의 녹록지 못한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던 기반마저 무너지더니 어느덧 30%선도 불안불안한 상황입니다.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3.2%에 불과합니다.  또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체감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어쨌거나 굳건한 지지 기반을 고려해 볼 때 이 정도의 수준이면 레임덕이 코앞이라는 의미로 해석돼도 딱히 할 말이 없을 듯싶습니다.

 

그동안의 무리수를 감안한다면 이마저도 사실 감지덕지한 수준임이 분명합니다.  국정 파탄의 원인이 워낙 광범위한 탓에 이를 모두 언급하기엔 입만 아플 테고, 따라서 여기에선 오바마가 내세운 정책과 단적으로 비교되는 부분만 언급해 볼까 합니다.  오바마가 내세운 정책기조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끔 하고 이를 통해 중산층을 늘리겠노라는 구상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이와 반대입니다.  즉 부자에겐 감세를, 서민에겐 증세를 안기고 있는 와중입니다.  가뜩이나 간극이 큰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뉴스1

 

물론 정부가 정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4%대의 잠재성장률과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가겠노라는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치들이 무엇보다 공허하게 와닿는 이유는 정책 기조가 서민과 중산층보다 대기업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시절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국민행복시대'가 어느덧 '대기업 행복시대'로 둔갑해가고 있습니다. 

 

경제활성화를 한다며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선 박근혜 정부입니다.  그런데 서민들을 위해선 기껏해야 푸드트럭 등 형식적인 몇가지 규제를 완화, 생색내기 하는 게 전부이고, 반대로 대기업에겐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과 면세점 추가 허용 등과 같은 온갖 혜택을 보따리로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로 과연 우리 국민 전체를 먹여살릴 수 있는 경제 기반을 만든다는 게 가당키나 한 건지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오바마의 새해 연설에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된 연유 뒤엔 근래 터진 연말정산 파동이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민증세’ 논란에 휩싸인 채 가뜩이나 팽배해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이 거의 폭발 일보 직전에 직면했노라는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더 웃긴 건 연말정산으로 인해 근로소득자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주먹구구식의 땜질 처방을 제시하더니 급기야 '소급입법'이라는 기묘한 해법을 내놓고 말았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와 단적으로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바마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오바마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미국이란 나라가 한없이 부럽고, 또 의회에 서서 저런 명연설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단순히 우리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과 달리 부자 증세와 중산층을 살리겠노라는 국정 구상 때문만이 아닙니다.  우리로선 지난 16대 대통령 이후 절대로 갖출 수 없을 것만 같은, 이러한 높은 의식을 지닌 지도자를 뽑아준 미국인들의 빼어난 혜안과 더불어 그러한 지도자가 담대한 국정 구상을 의회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정치적 토대가 한없이 부럽게 와닿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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