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민 앞 꼿꼿한 대통령에게 국민 지지 따위란 없다

새 날 2013. 4. 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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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취임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되었나요. 지난 3월 30일 그녀가 사과하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녀가 아닌, 그녀의 비서실장이 사과하였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서실장도 아닌, 청와대 대변인이 사과하였습니다. 최근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즉 인사 참사에 따른 사과입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박근혜 정권, 이번엔 대통령의 사과 형식과 방법을 놓고 무수한 논란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인 걸까요?

  꼿꼿한 불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

사과는 17초 짜리 단 두 줄이었으며, 그것마저도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의 사과문을 대변인이 대독한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물론 사과문 내용이 반드시 길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단 한 줄이라도 진정성이 묻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 앞에 정중하게 머리 숙이지 않고, 비서실장, 그것도 대변인의 입을 빌려 이뤄졌다는 데에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대국민 사과와 비교해 보면, 현재 박 대통령의 자세가 얼마나 꼿꼿하다 못해 부러질 것 같은 모양새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껏 역대 대통령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담화 또는 생방송, 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 왔습니다. 비근한 예로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취임 4일만에 인사 실패에 따른 사과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추락하는 지지도

박 대통령의 꼿꼿한 자세와 불통 이미지, 고집스런 행보는 고스란히 지지율 속에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취임 한 달만에 44%까지 추락했던 지지도는 더욱 떨어져 3월 29일 현재 40% 언저리에서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대통령들의 집권 1년차 1분기의 그것 중 최하위를 기록하여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에 따른 위기 의식 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거듭해서 취해 오고 있습니다.

30일의 대국민 사과도 그렇거니와, 사과 직후 "홀가분하다. 자동차를 아우토반 위에 올려 놓는 기분이다"라는 청와대의 표현은, 이번의 형식적인 사과를 통해 그간의 문제들을 모두 털어내었다는 득의양양함? 바로 그것이었던지라 더욱 아연실색케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의 얼렁뚱땅 엉성한 사과를 통해 국면 전환이라도 꾀하려 했는가 봅니다.

  국면 전환을 위한 안간힘, 과연?

이번 사과의 빌미가 된 잇단 인사 낙마를 막기 위해 청와대는 인사 검증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증 사각지대 부분까지 꼼꼼하게 검증할 계획이란 얘기입니다만,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그렇게 안 해와서 문제가 된 것일까요? 그랬다면 관련자 모두를 문책해야 맞겠군요. 아울러 청와대가 새로 밝힌 검증 방법이란 게 기존 방식에서 새로울 게 있던가요? 결국 말장난에 불과할 뿐입니다. 늘 하는 얘기입니다만, 이쯤되면 시스템이 문제가 아닌 사람이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요즘 무척 조용한 듯하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을 새누리당, 박 대통령의 대독 사과가 있던 지난 30일 당정청 워크숍을 개최, 말그대로 당과 청와대 간 관계에 전환 모색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는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당정청 고위급과 실무진 간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하였으나, 이는 이전 정권에서도 있었던 뻔한 제도이기에 당내 여론을 무마해 보려는 일종의 땜질 처방이란 측면이 더욱 강하게 와 닿는 형국입니다.

청와대는 이번 사과를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이후엔 정책 홍보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만, 안 하니만 못한 사과로 인해 오히려 불씨를 더욱 키운 셈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국민 앞에 진정한 자세로 정중히 사과하지 않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는 대통령, 아집과 고집 그리고 독선,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리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국민들의 진심어린 지지를 얻어내기란 무척이나 힘들 듯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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