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고공낙하' 은지원과 박 대통령 인사 시즌2

새 날 2013. 3. 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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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연일 이어지며 신문 지면엔 온통 그와 관련된 얘기들로 가득합니다. 재원 마련 여부에 따라 실제 시행으로까지 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들, 저마다 장밋빛 계획들을 대서특필하느라 바쁜 모양새입니다. 그 사이 장물 논란을 빚어왔던 정수장학회 이사장 최필립씨의 후임으로 전 상청회 회장 김삼천씨가 선임된 것이 보도되었더군요. 새로 선임된 김 이사장의 이력 또한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밝혀진 터라 정수장학회의 대리 운영 논란을 빚었던 최필립 이사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비타민'의 진행자 김용만씨가 불법도박 혐의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바 있습니다. 정은아씨와 함께 콤비로 진행해 왔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프로그램 운영의 변화가 예상되기는 하였습니다만, 그 자리엔 은지원이란 전혀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였고, 이와 함께 본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정은아씨에게는 너무도 달갑지 않은, 퇴출이란 불똥이 튀게 되었습니다.

  은지원의 낙하와 정수장학회, 무슨 관련이?

진행자인 김용만씨의 갑작스런 하차, 때문에 '비타민'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왜 하필 새 진행자가 박 대통령의 조카인 은지원 씨여야 하는 것이며, 교체 과정에서 사전에 당사자와의 교감 없이 사측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기존 진행자 정은아씨 등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무리한 방식으로 이뤄졌어야 했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은지원씨의 예능 감각 매우 뛰어납니다만, KBS측의 오이밭에선 신발 끈을 묶지 않는 신중함이란 게 혹시 결여되었던 조치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것입니다.

한편 정수장학회의 새 이사장 김삼천씨,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 상청회 회장을 두 번 역임한 바 있고, 박 대통령에게 정치후원금을 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국문화재단의 감사를 지낸 바 있어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리라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사장을 새 인물로 교체하였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의 영향이 미치는 인물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어 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관측입니다.


은지원의 비타민 진행 낙점과 정수장학회 새 이사장 선임,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건입니다만, 두 사건의 연결 고리 중심엔 박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인선에서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여 인사 참사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상황인지라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박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려 있을 텐데요. 물론 두 건 모두 회사와 재단 측에서 결정하거나 선임한 일이기에 박 대통령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 발뼘하거나, 실제로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KBS의 경우 사장 스스로 박 대통령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단행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건 모두 해당 조직들의 내부 상황이야 어떻든 국민들의 단순한 시각에선 박 대통령의 직간접적 개입 정황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겁니다. 특히 정수장학회의 문제는 좀 더 심각해 보입니다.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와 새 이사장 선임이란 일종의 쇼(?)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문제들을 봉합, 잠재우려는 시도로 읽혀지며, 결과적으로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문제들에 대해 유야무야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상황입니다.

  MB색깔 지우기, 박 대통령 인사 시즌2 도래

영원한 MB맨 강만수 산업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였으나 계속돼 온 사퇴 압박에 굴복, 결국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강 은행장의 사퇴는 공공기관장의 본격 물갈이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그가 MB의 최측근 실세였기에 다른 공공기관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공기업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하는 관행은 잘못된 일이다"라며 비판해 온 바 있고, 실제로 이를 막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책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싹 바꿉니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겠다" 얼마전 있었던 경찰청장의 물갈이와 같은 취지인 것입니다. 그녀의 말과 약속, 모두 공염불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의 일환으로 MB실세인 강만수 행장에게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가했으며, 그의 사임과 함께 공공기관장에 대한 본격 물갈이가 예측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던 낙하산 인사인데, 어차피 공공기관장 물갈이란 게 MB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색깔로 덧씌우려는 의도이기에 앞으로 예정될 공공기관장들의 인사, 그녀가 공언한대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골라 '고공낙하'라는 퍼포먼스 형태로 선보일 것이라 예상됩니다. 게다가 투하하려는 낙하산의 재질이 무척이나 질긴 놈이고, 상당히 높은 곳에서 이뤄지는 형태라면, 앞서 있었던 시즌1에 이어 시즌2, 그에 못지 않은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주리라 예상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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