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정희-나경원 두 정치인을 대하는 대학의 두 시선

새 날 2013. 3. 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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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서로 다른 대학교의 강단에 나란히 섰습니다. 그런데 두 정치인을 대하는 학교와 학생 측의 반응이 달라도 너무 달라 마치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판박이하여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여성 정치인의 대학 강연

전북대를 찾은 이정희 대표, 학교내 일부 보수 성향 학생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학교 측의 불허 방침이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교내에서의 강연은 불발되어 교문 앞에서 강연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지난 12일의 한양대 강연 또한 일부 학생들의 반발과 학교 측의 불허 방침에 의해 불발된 적 있어 자칫 연쇄반응이라도 불러오는 건 아닐까 하여 우려를 낳게 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동국대 '동국지성콘서트'에 초청받아 학교 본관에서 '투게더 위 캔'이란 주제로 성황리에 강연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정치활동 재개 여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인기가 그만큼 컸던 건지는 몰라도 그녀의 작은 움직임 조차에도 꽤나 많은 세간의 관심과 화제들이 꼬리를 무는 듯했습니다.


두 분 모두 촉망 받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여성 정치인들이지만, 그녀들을 대하는 대학 측의 태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진영논리, 네편 내편 갈라 놓고 각각 그 안에 가두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현실의 모습이 대학들에게서 투영되고 있었습니다. 이정희 대표의 경우 통합진보당 내분사태 때 불거졌던 수많은 문제점들을 스스로 감내해야 할 책무는 있습니다만, 당시 그녀에게 씌워졌던 '종북'이란 낙인이 말 그대로 낙인효과를 불러오는 듯하여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념에 갇힌 상아탑

18대 대선정국을 거쳐 오면서 이념논쟁은 불을 뿜게 되고, 양 진영 간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 전개되어 최근엔 서로 간 증오만이 남은 듯한 느낌입니다. 젊은이들 입에선 연신 "종북" "좌빨" "수꼴" 등의 저열한 단어들만 오르내리며, 네편 내편 가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문제는 편 가르기만으로 끝나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MB정권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는 새 정권 출범에도 변할 기미는 없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증오심 또한 커져가고 있기에 우리 사회에서의 "종북"이란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 역할을 하게 되는지는 이미 주지의 사실...

작금의 이념 논쟁은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세력에 의한 논리이자 영양가 없는 소모성 싸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행태가 답습되고 반복되어지는 한 우리 사회를 아픔에 이르게 한, 갈등이란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일 더욱 요원해질 뿐입니다.

지난 18대 대선 TV토론 과정에서 '박근혜 저격수'로 활약했던 이정희 대표의 괘씸죄가 혹시 대학에까지 영향이 미쳐, 학문의 전당 스스로 현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건 아닌지도 의심해 봐야 할 상황인 듯합니다. 대학에서마저 진영논리에 편승하는 지금과 같은 행위는 낙인효과를 더욱 부채질할 뿐이며,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기에 지금과는 다른, 대학들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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