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준비된 대통령이라더니 결국 언어유희였나

새 날 2013. 3. 2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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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취임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전체 임기의 60분의1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취임 이후의 시간만 놓고 볼 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 그리 짧지만도 않은 시간일진대,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기도 전 수많은 문제들을 노정하며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기간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 외치던 선거용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국민을 불편하게 했던 대국민 담화

지난 4일, 그러니까 취임 후 채 10일도 되지 않은 시점, 그녀는 정부 조직개편 관련 대국민 담화를 위해 TV카메라 앞에 섰고, 결연한 표정을 한 채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국민들에게 가감없이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무리해 보였던 대국민 메시지 전달방식,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던 듯싶습니다.

당장 야당으로부터는 대국민 담화가 아닌, 대국민 협박이란 힐난을 들어야 했으며, 그녀 주변을 늘 맴돌고 있던 소통 부재와 일방통행식 독단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보단 오히려 더욱 각인시킨 결과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이미지를 기대했던 터라 그에 따른 실망감이 배가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시 인기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들

어제 사퇴한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자까지 포함,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장차관급 인사 6명이 줄줄이 낙마하였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 병역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하차한 바 있고, 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였습니다.

 

이밖에 MB가 지명하였으나 사실상 박근혜의 인사로 간주되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여러 석연찮은 이유로 변경된 청와대 비서관까지,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의 낙마 자체보다 낙마하게 된 사유입니다. 이들의 뒤를 꼬리표처럼 따라 붙어 결국 낙마케 했던 각종 의혹들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어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성접대로부터 시작하여 병역면제와 세금 탈루, 로비스트 활동, 각종 비자금 조성, 부동산 투기와 같은 국민 정서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그녀는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빠른 처리를 요구하며 심지어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는 등 승부수를 띄운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정부 조직법 개정 지연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닌, 일련의 인사 과정에서 오는 난맥상에서 읽히듯 대통령으로서의 준비가 아직도 덜 된 그녀 탓이었던 것입니다.

  지지도 추락, 국민의 눈은 정확하다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박근혜 정부, 채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 자칫 새 정부 운영의 추진 동력마저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팽배해져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치상으로 보더라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불통 이미지가 더욱 견고해져 가고 있는 느낌이고, 짧은 기간 원활치 못했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확한 눈은 피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청와대 로고 변경

1995년 김영삼 정권시절 첫 등장한 청와대 로고, 이후 정권교체 시마다 조금씩 손을 보며 새로운 CI를 내놓는 것이 관행처럼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번 박근혜 정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새로운 CI를 공개하며 청와대 사이트 등에서 이미 새 로고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지난 정권과 차별화하고 싶은 욕구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고를 한 번 살펴 보십시오. 그동안 바꿔 온 로고들, 차별화되는 점이 무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군요. 제가 둔감한 건지 모르겠으나 분명 그놈이 그놈으로 보일 뿐입니다.

결국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라는 명분 하에 쓰지 않아도 될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전 정권과의 진정한 차별화를 바란다면, 바로 이러한 좋지 않은 관행부터 없애는 게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준비된 대통령? 언어유희에 국민은 피곤할 따름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 틀리지 않았다는 점, 이번 정권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 조각에 발목 잡는다며 국민에게 떼를 쓰길래 멍석 깔아주었더니, 정작 스스로 이를 걷어차며 人事가 亡事가 되게 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가 우려해 마지 않아 왔던 그녀만의 통치 방식에 의한 소통 부재가 불러 온 참극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엔 함구로 일관하고 있고, 자신의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땐 반 협박과 떼 쓰는 일마저 불사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집해 간다면 앞으로의 국정 운영, 안타깝지만 순탄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녀 자신을 어떻게 불러 주는 게 좋을지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이미지에 집착하기 보다는, 쓴 소리와 바른 말 할 줄 아는 사람을 항상 곁에 두고 자신의 통치 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검증을 스스로 거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일 듯합니다.

 

 

아울러 실제로는 준비가 한참 덜 되었거나 지금도 준비중이면서 대선기간 "준비된 대통령"이란 표현으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듯, 요즘 유독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내실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한 단어, '국민행복', '미래창조', '창조경제' 등과 같은 요란한 언어유희들, 오히려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채 실속은 없어, 가뜩이나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점 명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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