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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인간적인 영웅을 그린 판타지 영화 '염력'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 20대에 치킨집으로 대박을 터트린 신루미(심은경), 하지만 성공의 단맛에 취해 있기에는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지나치게 까칠하다. 그녀가 세든 시장 내 점포 건물과 주변의 상점들이 재개발로 인해 모두 비워주어야 할 처지, 그렇다면 적어도 권리금 등 제대로 된 보상이라도 이뤄져야 하나 이를 맡은 건설사는 정당한 보상 절차 따위는 생략한 채 용역을 대거 동원, 막무가내로 세입자들을 사지로 내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루미의 어머니(김영선)가 목숨을 잃게 되고, 이후 세입자들과 건설사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는데... 한편 젊은 시절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족 해체의 아픔을 겪은 뒤 나홀로 독립한 루미 아버지(류승룡)는 은행 경비원으로 근무 중이다. 어느날 등산..

애견인의 관점으로 본 애묘 영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복서인 미츠오 스키타(카자마 슌스케)는 한 경기만 승리해도 챔피언인 A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와 맞닥뜨렸으나 부상 때문에 결국 턱밑에서 좌절하고 만다. 그는 만화가인 형(츠루노 타케시)과 함께 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나, 언젠간 복서로서의 큰 성공을 꿈꾸는 청년이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집 앞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무작정 집으로 데리고 온다. 과거 반려견 '록키'를 그렇게 했던 것처럼 고양이 뒷바라지마저 결국 자신의 몫이 될 것임을 직감한 스키타는 입양을 완강히 거부한다. 하지만 거두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길바닥에 나앉게 된 새끼 고양이들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보내기엔 스키타의 마음이 지나치게 여리다. 결국 그가 우려하던 대로 고양이의 돌봄은 오롯이 스키타의 몫이 되..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꿈의 제인'

소현(이민지)은 가출 청소년이다. 또래가 각자 일을 하며 일정한 장소에 모여 함께사는, 이른바 가출팸이라 불리는 곳을 여러 군데 전전하게 되지만, 소현은 그 어느 곳에서도 환대를 받지 못한다. 그녀를 받아준 유일한 사람은 정호(이학주) 오빠였다. 하지만 그런 정호도 어느날 소현이 자고 있는 틈을 이용해 그녀 곁을 홀연히 떠나고 만다. 또 다시 혼자가 된 소현이다. 이때 그녀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건 제인(구교환)이라 불리는 트랜스젠더였다. 제인은 뉴월드 클럽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아울러 소현과 같은 가출 청소년들을 돌보는 가출팸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제인은 이들에게 엄마라 불린다. 소현은 자신을 받아준 제인과 함께 지내면서 한동안 ..

삶이 머물다 가는 공간 '더 테이블'

동네 언덕길에 위치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아주 조그만 카페, 이곳의 창가쪽 테이블에는 푹신해 보이는 의자와 쿠션이 양쪽으로 놓여져 있다. 손님들은 주로 이 테이블을 애용한다. 테이블에서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연인 관계였으나 지금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유명 연예인 유진(정유미)과 그의 연인이던 창석(정준원), 세 번의 짧은 만남 뒤 남성이 급작스레 해외여행을 다녀오느라 수 개월 만에 끊겼던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 사기 결혼 전문가로서 또 다른 사기 결혼 프로젝트의 미션 수행을 위해 만난 숙희(김혜옥)와 은희(한예리), 마지막으로 가을에 결혼을 앞두고 있으나 여전히 옛 연인 앞에서 몸과 마음이 흔들리는 혜경(..

주체할 수 없는 강한 열정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레스토랑 '노마'에서 취급하는 음식은 한결같다. 오로지 북유럽 스타일뿐이다. '노마(noma)'라는 레스토랑의 이름을 통해서도 이는 감지된다. 북유럽을 뜻하는 ‘노르디시’와 음식을 뜻하는 ‘마드’라는 의미가 각각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마 설립자가 어떤 생각 및 의지를 갖고 레스토랑을 설립하였으며, 운영하고 있는지 그 일단이 읽히는 대목이다. 셰프이자 레스토랑 노마의 설립자 르네 레드제피는 어느날 대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그린란드로 여행을 다녀온 뒤 그곳의 시간과 공간에 매료되었고,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이 살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오로지 북유럽 스타일의 음식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노마를 창립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은 주로 프랑스 영국 ..

진정한 소통이란 '목소리의 형태'

초등학교 6년생인 이시다의 학급에 새로운 학생이 전학을 온다. 니시미야였다. 그녀는 청각 장애가 있어 다른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반드시 노트를 이용해야 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자신들과 다른 니시미야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호의를 베풀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을 토로하더니 점차 그녀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개구지기로 소문난 이시다가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니시미야에게 다가가 괜시리 해코지를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시미야가 미안하다며 먼저 사과를 해오자 오히려 그의 괴롭힘은 더욱 심해진다. 그녀의 유일한 소통 도구였던 노트를 물에 빠뜨리며 니시미야를 곤혹스럽게 하고, 그녀에겐 둘도 없이 소중한 보청기를 빼낸 뒤 갖다 버리거나 망가뜨리기를 수 차례 반복, 그녀는 결국 이들의..

어떤 쌍둥이 자매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트윈스터즈'

미국 LA에 살고 있는 사만다(사만다 푸터먼)에게 어느날 낯선 여성으로부터 자신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자는 내용의 메시지 한 통이 배달된다. 그런데 그녀의 사진을 보니 놀랍기 짝이 없다. 외모가 자신과 완전히 판박이 아닌가. 낯선 여성은 다름 아닌 이역만리 떨어진 영국에 살고 있는 아나이스(아나이스 보르디에)로서, 그녀의 친구가 유튜브에서 사만다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난 뒤 아나이스와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인터넷을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은 것이다. 사만다는 어릴적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며, 아나이스 역시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어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은 탄생한 날짜가 같은 데다가 생김새도 같은 영락없는 쌍둥이였다. 아쉬운 대로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영상통화를 통해 서..

적당히 웃기고 감동적인 마요미표 영화 '부라더'

뼈대 있는 가문의 이단아? 아니 여기서는 왠지 진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석봉(마동석)과 주봉(이동휘) 형제는 부친의 장례 때문에 각자 고향 안동으로 향한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즈음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주봉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두 형제가 차 안에서 티격태격하는 사이 무언가가 차에 다가오더니 쿵하고 부딪힌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부딪힌 물건이 사람이 아니기만을 학수고대하면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바로 그 때다. 풀섶에 한 여성(이하늬)이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형제는 부리나케 그녀를 안고 차에 태운 뒤 병원으로 가려고 하는데, 정신을 문득 차린 여성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한다. 교통사고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쉼과 위안으로 다가오는 공간 '심야식당'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에 자리한 아주 조그만 식당, 이곳의 운영 방식은 조금 특이하다. 밤 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가 되면 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이라 불린다. 주인장인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는 손님이 요구해 올 때마다 자신이 조리 가능한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묵묵히 만들어 제공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매우 단촐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야식당에는 단골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왜 그럴까? 무언가 편안해 보이는 분위기, 마스터의 출중한 요리 솜씨 등이 일과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자꾸만 잡아끄는 건 아닐까? 야심한 시각, 그것도 도심 뒷골목이다 보니 주로 허기를 달래며 술을 곁들이려는 손님들이 태반이다. 마스터는 조용히 손님들 이야기를 ..

그대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응원합니다 '스타박'스 다방'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박성두(백성현)는 커피에 흠뻑 빠져 있는 청년이다. 성두의 어머니(김경미)는 그런 그의 뒷바라지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담금질 및 채찍질을 번갈아가며 하는 와중이다. 하지만 성두는 왠지 관심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듯싶다. 성두는 어머니 몰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에 한 발을 걸쳐놓은 상태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시간이 임박해 부리나케 고시 학원으로 달려가기를 수 차례,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커피숍 사장은 아르바이트 시간마저 빼먹고 학원에 다녀오는 성두를 탐탁치 않게 여겼고, 어머니는 어머니 대로 무언가 공부를 소홀히 하는 듯 보이는 아들의 행동이 영 못마땅하던 찰나, 성두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실이 발각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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