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가 몹시도 기승을 부리던 날, 난 마당에 풀어놓은 미르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물론 이중모로 이뤄진 두터운 털가죽이 온몸을 감싸고 있어 태생적으로 추위에 유독 강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곳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저 고위도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동료들과 무리를 지은 채 더불어 살아가고 있을 법한 녀석이거늘, 뜬금없이 중위도, 그것도 정가운데에 콕 박힌 한반도의 중심에 떨구어진 채 살아가고 있으니 녀석의 운명도 어찌 보면 참 기구하다. 15년만에 가장 추웠다던 그날 아침의 일이다. 난 녀석의 안위를 살피고 주변 정리를 위해 현관 밖으로 몸소 행차했다. 물론 추위에 맞서기 위해 중무장을 한 뒤다. 머리엔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두터운 잠바에 긴 털목도리로 목과 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