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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7

반려견과의 교감은 결핍을 메우는 과정이다

북극 한파가 몹시도 기승을 부리던 날, 난 마당에 풀어놓은 미르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물론 이중모로 이뤄진 두터운 털가죽이 온몸을 감싸고 있어 태생적으로 추위에 유독 강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곳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저 고위도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동료들과 무리를 지은 채 더불어 살아가고 있을 법한 녀석이거늘, 뜬금없이 중위도, 그것도 정가운데에 콕 박힌 한반도의 중심에 떨구어진 채 살아가고 있으니 녀석의 운명도 어찌 보면 참 기구하다. 15년만에 가장 추웠다던 그날 아침의 일이다. 난 녀석의 안위를 살피고 주변 정리를 위해 현관 밖으로 몸소 행차했다. 물론 추위에 맞서기 위해 중무장을 한 뒤다. 머리엔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두터운 잠바에 긴 털목도리로 목과 그 언저리..

미르의 전설 2016.01.26

도시에서 대형견과 함께 산다는 건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건 생각보다 그리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하나의 생명체를 건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애를 낳아 길러본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의미인가 더욱 피부에 와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애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에 대해선 쉽게 인식하며 공감하면서도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일에 대해선 그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가능하면 회피하고 싶은 대목이겠으나 생명체란 존재는 세상을 살다 보면 병에 걸릴 수도 있거니와 언젠가는 반드시 죽기 마련이다. 사람이 그러하듯 말이다. 즉, 생명체를 입양하여 키운다는 건 해당 동물이 아프면 병원에 ..

미르의 전설 2016.01.17

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과 산다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과 함께하는 동물을 우린 흔히 애완동물이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키로 하고, 동물이 결코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의미와 동시에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취지에서 우린 일찍이, 정확히는 1983년부터, 그들에게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결국 그 호칭에서도 드러나듯, 인간 일방만이 혜택을 받는 게 아닌 상호 존중과 교감을 통해 서로가 도움을 주거나 받게 되는 그러한 성질의 것입니다. 저희 집에서도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함께 생활해온 지도 어언 햇수로 7년이 되어가는데요. 매일 아침 주변을 정리해줄 때마다 따뜻하게 전해져 오는 녀석의 체온과..

미르의 전설 2015.12.27

사람보다 나은 반려동물의 배려심

우리집 개 미르가 말라뮤트이기 때문에 같은 견종을 보게 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때문에 아무래도 눈길이 더욱 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동물보호소에 맡겨진 한 말라뮤트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대략 7개월 전쯤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야산에서 말라뮤트 한 마리가 나무에 묶인 채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몽둥이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근처를 지나던 사람에 의해 발견됩니다. 이윽고 신고가 이뤄지고, 이 개는 동물병원에서의 치료를 거쳐 동물보호소로 이송됩니다. 당시 이마와 귀 등에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나운 기색 없이 얌전히 앉아 쉬며 순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

미르의 전설 2015.07.12

혹한 따위 두렵지 않은 "난 말라뮤트다"

나의 서식지.. 오늘 영하17도란다. 그대들 추운가? 어제 오늘 이틀동안의 인간 군상들을 보아 하니 참 가소롭기 그지없다. 물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깟 추위 때문에 다들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란 거다. 그리도 약해 빠진 몸뚱아리로 이 험한 대자연 속에서 어찌들 살아갈런지... 인간들은 춥다며 몸서리치던 날 밤, 난 모처럼 영원한 마음의 고향 알래스카의 기운을 느끼며 시원하게 잘 잤던 하루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아침 일찍 담 너머 바깥세상을 쳐다 보니,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인간들의 얼굴, 죄다 무언가에 감싸여 보이지 않는 거다. 어라?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완전무장을 한 탓이다. 쯧쯧..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주인님이 나오시는가 보다. 나..

미르의 전설 2013.02.08

우리집 개님은 MB스타일~

우리집 개님 미르 얘기인데요. 이 녀석 주인 말 잘 안 듣는 거 아시죠? 뭐 말라뮤트의 견종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여타 견종들에 비해 약하다는 것,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일 테니.. 저야 욘석의 야생성을 나름 인정해 주자 라는 주의라, 그러려니 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가끔 섭섭할 때가 왜 없겠어요. 그런데 욘석의 독특한 성향 하나를 얼마 전 알아냈답니다. 바로 욘석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인데요. 그냥 평상시의 톤으로 "미르야~"라고 부르면 원래 콧방귀도 안 뀌는 녀석이거든요. 모르겠어요. 자기딴엔 지가 도도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님 주인 따윈 말 그대로 개무시하려는 취지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별 무 반응일 때가 많거든요. 그저 간식이나 한 개 들고 가야 반응을 보이지요. 참 정직한 녀석..

미르의 전설 2013.01.18

드넓은 설원을 꿈꾸는 "난 말라뮤트다"

나의 서식지엔 밤새 또 눈이 내렸다. 많은 양이 아니었기에 물론 아쉬운 감은 있다. 그래도 최근 자주 내리는 것 같아 기분은 마냥 좋다. 기온이 낮아져 그런지 주인님의 날 찾는 빈도가 많이 줄어 들었다. 뭐 상관 없다. 난 언젠가 주인님의 감시와 보호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자유를 찾아갈 테니... 오히려 기온이 낮아지니 난 비로소 내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너희들이야 뭐 춥든 말든 사실 내 관심 밖이다. 기다려라, 드넓은 자연아 내가 간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살짝쿵 내린 눈을 보며 아침부터 화이트 크리스마스니 하며 호들갑 떠는 인간들을 보니 참 가소롭기 그지 없다. 이 정도의 눈이면, 나의 콧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쓸려, 모두 날아갈 정도의 양밖에 더 되겠는가. 그런데 웬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르의 전설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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