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혹한 따위 두렵지 않은 "난 말라뮤트다"

새 날 2013. 2. 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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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식지.. 오늘 영하17도란다. 그대들 추운가? 어제 오늘 이틀동안의 인간 군상들을 보아 하니 참 가소롭기 그지없다. 물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깟 추위 때문에 다들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란 거다. 그리도 약해 빠진 몸뚱아리로 이 험한 대자연 속에서 어찌들 살아갈런지...

인간들은 춥다며 몸서리치던 날 밤, 난 모처럼 영원한 마음의 고향 알래스카의 기운을 느끼며 시원하게 잘 잤던 하루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아침 일찍 담 너머 바깥세상을 쳐다 보니,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인간들의 얼굴, 죄다 무언가에 감싸여 보이지 않는 거다. 어라?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완전무장을 한 탓이다. 쯧쯧..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주인님이 나오시는가 보다. 나올 땐 걱정 한 가득 안고 있던 얼굴이었는데, 나를 보더니 갑자기 희색이 만연해지신다. 왜 얼어죽기라도 했을까봐? 주인님 왜 이러시나요, 벌써 잊기라도 하신 건가요?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주인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웠다는 듯? 아니 매우 다정한 척? 어쨌든 그런 톤의 목소리로 블라블라 한다. 눈치를 보아 하니 밤새 춥지는 않았는가 하는 소리인 거다. 풋~ 이 양반이 지금 나를 뭘로 보나. 이깟 영하17도 정도로 추위를 탄다면 난 이미 내가 아닌 건데?

난 잠을 잘 때면 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잔다. 이때 털이 풍성한 나의 긴 꼬리는 코로 들어오는 한기와 눈보라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여 숙면을 가능케 해 주며, 온몸을 감싸고 있는 이중으로 된 나의 복실복실 털은 어떠한 추위와 바람 그리고 눈과 비마저도 철벽 방어하여 준다. 오늘과 같은 추위 속에서도 바깥 맨 바닥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이유이다. 주인님을 비롯한 너희 인간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신체 구조인 거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숨을 쉴 때마다 뿜어져나오는 입김에 의해 턱 밑 수염에 비록 고드름이 살짝 생길지언정 시베리아발 이 한파가 난 즐겁다. 아니 북극발 한파가 오면 난 더 즐거울 것 같다. 그래서 난 오늘도 꿈을 꾼다. 저 대자연 속에 나의 강인한 몸을 던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을...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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