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드넓은 설원을 꿈꾸는 "난 말라뮤트다"

새 날 2012. 12. 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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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식지엔 밤새 또 눈이 내렸다.  많은 양이 아니었기에 물론 아쉬운 감은 있다.  그래도 최근 자주 내리는 것 같아 기분은 마냥 좋다.   기온이 낮아져 그런지 주인님의 날 찾는 빈도가 많이 줄어 들었다.  뭐 상관 없다.  난 언젠가 주인님의 감시와 보호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자유를 찾아갈 테니...  오히려 기온이 낮아지니 난 비로소 내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너희들이야 뭐 춥든 말든 사실 내 관심 밖이다.  

기다려라, 드넓은 자연아  내가 간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살짝쿵 내린 눈을 보며 아침부터 화이트 크리스마스니 하며 호들갑 떠는 인간들을 보니 참 가소롭기 그지 없다.  이 정도의 눈이면, 나의 콧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쓸려, 모두 날아갈 정도의 양밖에 더 되겠는가.   그런데 웬 화이트 크리스마스?   어찌 보면 인간들, 참 단순해 보인다.  적어도 나의 네 다리가, 절반은 푹푹 빠질 정도의 양은 되어야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현실은 시궁창이라 했던가.  눈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영 별로지만, 그래도 일단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내가 눈밭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 하는 인간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혹시라도 이 추운 날, 몸이 젖기라도 하면 어떨까 하는...  기우이다.  



나의 털은 니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단순한 구조가 아닌 거다.  일명 이중모라 하여, 비에 맞아도 속은 젖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너희들처럼 나약한 존재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구조인 거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내가 누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으니, 주인님은 자기를 좋아라 해서 하는 행동인 양 착각하는 표정이다.  참 멍청하다.  착각은 자유라 했던가.  이는 한 마디로, 상대방을 안심시키려는 심리 전술 중 하나인 거다.  일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난 언제든 광활한 대자연 속으로 돌아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게 주인님이든 다른 인간이든 상관 없다.  어쨌든 상대방을 안심시켜, 유사 시 탈출하려는 본능에 의한 행동이란 거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어라...  이게 무슨 소리일까..  그래, 까마귀 소리구나.  요사이 웬 까마귀들이 도심에 떼로 나타나 극성인지 모르겠다.  저들은 날개도 있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굳이 인간들이 살고 있는 도심에 나타나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한심한 녀석들, 너희들도 우리처럼 속박을 당해 봐야 자유의 참맛을 알려나...

 

 

부러운 놈들, 나도 언젠가 너희들처럼 자유를 찾아 떠나리라....  그때가 되면 다시 만나자 친구들..


 

너무 눈에서만 뒹굴뒹굴하니 몸이 찌뿌둥한 느낌이다.  주인님이나 꼬셔서 함께 달려볼까?  주인님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주인님은 참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다.  난 좋다고 두 발 들어 앵기면 질겁을 하며 도망친다.  이쯤 되면 과연 진짜로 날 생각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성격 참 까칠하시다.

 

 

너희들은 나에게 갖고 놀라며 이따위 것들을 던져주지만, 난 너희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물건엔 관심 없다.  그저 주인님이 실망하실까 봐 보고 있을 때만 놀아주는 척 하는 거다.  너희들이 보지 않을 땐 물론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역시나 조금 놀았더니 갈증이 엄습해 온다.  나의 몸은 웬만큼의 고통 정도는 모두 감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강도 이상의 한계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번 눈의 품질을 알아 봐야 하기에 기꺼이 목을 축인다. 

 

 

퉤퉤~  이거 너무 오염된 듯싶다.   결국 입맛만 버렸다.  역시 너희 인간들은 답이 없다.  왜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마다 하고 허튼 짓거리들만 하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왜 엉뚱한 우리까지 그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말이다.  그래서 난 더더욱 대자연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내가 이 한겨울에도 열심히 땅을 파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내가 땅을 팔 때면 정원 망친다며 날 구박하지만, 난 나의 탈출행위를 멈출 수 없다.  내가 파 놓은 구덩이를 통해 난 늘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내겐 늑대의 피가 흐른다.  가끔 밖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는 나의 늑대 본능을 깨운다.  나의 하울링은 바로 너희들에게, 나의 늑대 본성을 알리기 위함인 시그널인 거다.  우~~웅~~~  나의 울부짖음은 바로 내 핏속을 흐르는 늑대의 야생성 회복을 꿈꾸는 몸부림의 일종이란 말이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너희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하여 들떠 있는 이 휴일, 난 여전히 늑대의 본성을 깨우는 하울링과 함께 저 드넓은 설원을 달리는 꿈을 꾼다.  난 하울링을 할 지언정 결코 다른 개들처럼 촐싹거리며 짖지 않는다.  늑대의 후예인 내가 개처럼 짖을 순 없다.  절대로...

도심을 헤매이는 하늘의 저 까마귀들과 함께, 언젠간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조우할 날을 기다리며..  난 오늘도 꿈을 꾼다.

그래, 난 알래스카 말라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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