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여자의 적은 여자라 했던가

새 날 2014. 9.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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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중이었다. 

 

수저로 국을 뜨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맵다 하신다. 

된장을 기본 재료로, 그리고 양념으로 고추가루를 조금 넣었다는

집사람의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약간의 칼칼한 맛이 있었는가 보다.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은 어머니와 달리

특별한 감흥을 못 느꼈는지 아무런 말들이 없다.

 

그렇게 별 일 아닌 듯 식사는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다시 침묵을 깬다.

 

"얘야, 이거 너무 맵구나"

 

 

다른 식구들은 전혀 맵지 않은데

왜 그러냐며 어머니의 민감한 입맛을 탓한다. 

평소 자랑해 마지 않던 나의 절대 미각(?)으로

견주더라도 특별히 맵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그렇지 않으신 모양이다.

국을 뜨던 수저를 내려 놓으시더니 갑자기

국그릇을 아버지 쪽으로 밀친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국그릇을 조용히 받아들더니

원래 드시던 당신의 그릇에 쏟아붓는다.

 

이런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야 했던 난,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지금 어머니의 행동이 딱 그짝이네'

 

일흔이 훌쩍 넘으신 우리 엄니,

은근히 귀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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