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다문화사회가 불러온 추석풍경과 미래단상

새 날 2014. 9. 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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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저녁 친척집 방문을 위해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오이도를 찾았다.  전철을 이용했는데, 이날따라 외국인의 모습이 더욱 흔했다.  서울 도심을 지나 외곽으로 접어들며 경기 도내로 진입하자 외국인의 수가 본격 불어나기 시작했다.  외모로 판단컨대, 다수가 동남아, 아랍, 중국계인 듯싶다.

 

안산 주변엔 공단이 즐비한 데다 추석 연휴로 문을 닫은 상황에서 국내에 머문 외국인 노동자들이 휴일을 즐기기 위해, 혹은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대거 쏟아져 나온 모양이다.  꽤나 긴 시간을 달린 전철이 어느덧 종착지인 오이도 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제법 늦은 시각이다.

 

오이도 역 주변의 도로는 차가 없어 썰렁하다 못해 마치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한다.  이곳에 거주하던 이들 다수는 추석 명절을 쇠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 탓인지 주변 아파트들 역시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부근 친척집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윽고 누군가로부터 아이들을 위해 오이도로 가 폭죽놀이를 하자는 제안이 이뤄졌고, 모두들 혼쾌히 응해 우린 오이도로 향했다.

 

폭죽놀이하는 사람들, 오이도

 

이곳의 명물인 빨간등대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조개 구이 등을 판매하는 주변 상가들 역시 불빛을 환히 비춘 채 손님 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등대 주변의 둑 위로는 폭죽놀이에 빠진 사람, 연인들의 데이트, 가족 단위 나들이 등 다양한 형태의 인파를 만날 수 있었는데, 유독 신문지를 펼쳐놓고 빙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던 찰나다.

 

어쩌면 우리에겐 낯익은 풍경이자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때문에 당연히 한국인이라 여겼고 언뜻 보아 그런 듯했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니 중국인들이었다.  적게는 예닐곱에서 많게는 십여 명이 둘러앉은 채 연신 소줏잔을 비우고 있었다.  술판이 벌어진 곳은 한 두 군데가 아니었으며, 그리 유쾌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나마 추석 연휴 동안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행태이겠니 여겼지만 그렇지 않단다.  늘 이러한 모습이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렇게 술판을 벌인 뒤 마무리도 않은 채 자리를 뜨기 바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먹고 남은 자리는 고스란히 쓰레기 더미로 남는 셈이다.



이런 불편한 모습 뒤엔 우리나라의 관대한 음주규제 정책도 한 몫 거든다.  우리나라의 해당 정책은 OECD 30개국 가운데 22위에 랭크돼 있을 만큼 관대하기가 그지없는 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에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술을 판매할 수 없고, 미국 등지에서도 도수 높은 술의 경우 소매점 판매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 언제든 술을 살 수 있는 데다 소매점의 주류 판매 일수와 시간 또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란다.

 

물론 단순히 이러한 정책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가 숫적으로 우세해진 물리적 환경 변화의 탓이 가장 크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그들이 우리의 좋지 않은 문화를 손쉽게 받아들이며, 거기에 관대한 음주정책까지 한데 어우러지니 나타나는 진풍경일 테다.  이렇듯 외국인들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히 자리하고 있었다.

 

한편, 서울이 아닌 군 단위에서 살고 있는 친척분의 얘기를 빌리자면, 현지에선 다문화 가정이 이미 대세란다.  장가 못 간 농촌 총각들이 동남아 등지에서 신부감을 구해오는 탓이다.  언론에서 흔히 접해오던 얘기였지만, 실제로 들으니 더욱 실감이 나는 상황이다. 

 

추석 달.. 이게 어딜 봐서 수퍼문일까?  오이도

 

어찌 보면 거대 도심의 한가운데를 제외하고선 공단이 즐비한 외곽지역엔 외국인들이 이미 그득하고, 그보다 더 외곽으로 벗어나 농촌으로 가게 되면 외국인 신부로 꾸려진 다문화 가정이 대세를 이루며 우리 사회, 바야흐로 단일 민족이란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20명 중 1명이 이른바 혼혈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아가 2만2908명으로 전체 신생아 48만4550명의 4.7%를 차지하고 있었다.  2008년 2.9% 2009년 4.3%에 비해 뚜렷한 성장세다.  국가 정책도 이를 쫓고 있다.  교육부는 2009년도부터 단일민족국가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폐지한 바 있다.

 

길에 외국인의 모습이 흔해지고, 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인 걸로 봐선 우리 사회가 분명 단일 민족으로부터 벗어나 점차 글로벌 민족으로 변모해가는 게 확실하다.  이젠 제법 체감이 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 환경적 변화의 틈 바구니에서 정작 우려스러운 건 따로 있다. 

 

다름아닌 우리의 변모 과정보다 서로 체제가 전혀 다른 북한과의 단절 상태 지속이다.  남북 분단 상태로 반세기를 훌쩍 넘겨 어느덧 한 세기를 바라봐야 하는 시점, 남북의 이질성은 점차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남한에선 급격한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은 여전히 폐쇄정책이 근간을 이루며 고립 상태에서 우리와는 달리 나름의 순수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더욱 흘러 남북 간의 관계가 이대로 고착된다면, 남북간 단순한 문화적 차이뿐 아니라 같은 혈통으로부터 비롯됐던 민족적 특성마저 달라져 이질감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스럽다.  현재는 외모만으로도 한 민족임을 알 수 있지만, 나중엔 그 외모적 특성뿐 아니라 모든 요소들이 전혀 달라 차마 같은 핏줄이라 언급하기조차 민망해지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리 된다면 정말이지 통일이란 말을 꺼내는 일조차 금기시되는 게 아닐까?  추석 연휴 제법 잉여롭다 보니 별 뜬금없는 생각이 스쳐가는 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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