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파리바게뜨와 동반위 다툼에 감춰진 진짜 속내?

새 날 2014. 7. 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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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와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27일 동반위는 파리바게뜨의 올림픽공원점에서 500m 내에 개인제과점이 있다는 이유로 제과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에 위반한다는 시정명령서를 파리바게뜨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제과업종은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가 해당 시정명령을 거부하며 동반위의 심기를 제대로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파리바게뜨, 동반위 명령 거부..자존심싸움 비화되나?  기사 참조)

 

ⓒ이데일리


그런데 해당 제과점이 실제 개인제과점이 아니고, 500m 이내에 위치해 있다 해도 상권이 전혀 다르므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기본 취지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파리바게뜨 주장의 사실 여부보다는 이번 사안이 최근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개선방안 발표 즈음 불거진 일이라 파리바게뜨에게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반위의 권고에 법적 효력은 없지만 이제껏 분위기상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없었던 유사한 사례에 비춰볼 때 그에 너무 반하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그 이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11일 동반성장위원회는 28차 위원회를 열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개선 방안을 확정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 등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온 품목에 대해 3년간의 적합업종 지정 기간 내에라도 이의 재심의를 가능토록 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만 있으면 언제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부터 조기 해제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입니다. 

 

ⓒ동반성장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여기서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란 중소기업, 즉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해당 업종 확장을 제한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선방안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동반위의 애초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적합업종 심사를 위한 전 과정의 실태조사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됩니다.  이는 중소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우선 신청 접수 단계에서부터 중소기업의 피해사실을 명확히 하도록 요구함에 따라 자금과 규모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월등히 열세에 놓인 중소기업들로서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적합성 검토 단계에선 중소기업의 독과점 여부, 국내 대기업 역차별,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 등을 고려하기로 했는데요. 



개선 이전엔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간 내 해제는 애초 불가능하여 대기업 권고 사항 정도의 조정만 가능했습니다만, 이젠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간에 이의 해제가 가능하게 된 셈이니, 대통령이 던져놓은 '규제완화'의 화두와 맞물리며 지나치게 대기업 입장만 반영됐다는 중소상인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올해 마감되는 품목이 총 82개에 달하는데, 실제로 지난 10일 신청 마감된 현황을 보게 되면 대기업은 82개 중 무려 48개 업종에 대해 적합업종을 풀어달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적합업종 선정 대상이 실제로 대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파리바게뜨의 제과업종과 이웃한 업종인 커피업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역주행이란 도발을 해온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던 커피업종이 이의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지난달 10일 전경련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 협약식을 연 뒤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방향에 협조코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철회하게 됐노라고 입장을 밝힌 것인데요.  서비스업계에선 최초로 벌어진 일입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져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커피업종의 역주행을 파리바게뜨가 멀뚱히 바라본 채 놓칠 리 만무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동반위의 시정명령 무시 이면엔 커피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철회처럼 1년여 전에 지정됐던 제과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해제를 벌써부터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3년이 다 채워지지 않아도 중간에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해제가 가능해진 제도 개선의 잇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작정했을 테지요.  때문에 파리바게뜨의 입장에선 동반위의 시정명령이 달갑게 와 닿을 리 없으며,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동반위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 따위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을 것입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골목상권을 움직이고 있는 중소상인들이 뿔이 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겠지요.  이들은 대기업만 편애하고 있는 동반위와 전경련을 싸잡아 규탄하며,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불안하기만 한 지금의 제도를 아예 법제화하여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법 형태로의 법률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해당 특별법은 이미 2012년에 발의된 바 있지만 2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습니다. 


현재 대다수의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이와 대척점에 서 있는 부류는 아마도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들 뿐일 텐데요.  동반위의 이번 제도개선 방안은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너무 대기업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반영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의 안정적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제 단순한 제도보다 이의 법제화가 더욱 절실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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