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종고 훈남 교사로부터 얻는 몇가지 교훈

새 날 2014. 7. 15. 08:30
반응형

잘생긴 훈남 선생님이라고 하여 진작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던 세종고 선생님이 '1박2일'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직후 과거의 행적이 밝혀지며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과거에 올린 댓글이나 게시글에서 사용한 일부 단어 및 어투가 문제가 된 것인데, 물론 그 단어 몇 개의 사용만으로 그를 일베 회원이라 쉽게 단정짓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일베 회원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  정작 문제는 그가 일베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KBS2 1박2일 방송화면 캡쳐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이 일회성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한 사안을 놓고 왜 세인들은 이렇듯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까?  물론 무엇보다 그의 외모가 워낙 출중한 탓이 클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단 결국 또 일베가 문제다.  각종 패륜 행위와 망동을 일삼아온 일베에 노이로제가 걸린 대중들은 이제 그들이 사용하는 투와 비슷한 용어를 보기만 해도 경기에 걸린 것처럼 심한 거부감을 호소해오기 일쑤다.  설사 일베 회원이 아니더라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그가 무척이나 발빠르게 사과문을 올린 걸 보니 확실히 젊은 사람답게 순발력 하나는 무척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의 해명 중 시중에 떠돌던 문제의 댓글이나 게시글들이 실제 자신이 올린 글이 맞다며 쿨하게 인정하였으며,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일베 회원이 아니며 즐겨하지도 않는다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실은 그가 일베 회원이든 아니든, 아니면 일베를 평소 제집처럼 들날락거리든 그렇지 않든, 그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일베 회원들과 비슷한 사고를 지닌 채 동일한 행동을 취했다는 사실에 난 주목한다. 

 

한때 철이 없던 시절에 쓴 글들이라지만 불과 3년전 일이며, 당시 그의 나이 26세다.  철이 없을 나이는 분명 아니다.  더군다나 단순히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도가 지나쳐 보이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의 기본 인성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의 해명처럼 지금은 당시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과연 수년의 시간 흐름만으로 그의 사상과 인성을 지배하는 뇌의 영역이 쉽게 변모 가능할까?  인성이란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독특한 심리 및 행동 양식이기에 수년 사이 쉽게 바뀔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닐 텐데?

 

ⓒKBS2 1박2일 방송화면 캡쳐

 

아울러 정치적 성향과는 전혀 상관없이 비방하는 글이었노라는 그의 해명 한 꼭지를 바라보며, 과연 정치적 성향이 없다면 고인을 능욕해도 되는 것이며, 시위에 참가하는 동료들을 쥐떼로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조롱과 비아냥으로 점철된 과거의 댓글과 게시글을 지금에 와서 단순한 사과글 하나로 용서를 구한다는 건 너무 속보이는 행동 아닐까?  1박2일 제작진들 또한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방송 분량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방송사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얏보이지만, 어쨌든 실망스럽다.  물론 최종 판단은 시청자를 비롯한 일반 대중들의 몫이 되긴 할 테지만 말이다.

 

혹자는 일반인인 그가 왜 이리도 혹독하게 마녀사냥식의 곤욕을 치러야 하는가냐며 되묻지만, 그가 고등학교의 선생님이란 직책을 지닌 이상 이미 공인으로 봐야 하는 상황, 수많은 학생들이 그의 밑에서 수업을 받으며 그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면 그의 과거 행동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물론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엔 나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는 마녀사냥이라 정의내릴 수도 없을 것 같다.  근거 없는 공격이 아닌 자신이 남긴 댓글과 게시글로부터 비롯된 자업자득의 결과이기에 마녀사냥과는 엄연히 거리가 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여기며 쉽게 작성하는 경향이 짙지만,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 해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는 사건이다.  과거 자신이 던진 부메랑이 스스로의 목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철없던 시절 한때의 치기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아 봐야 이미 물은 엎지러진 뒤다. 

 

세상은 일순간 또 다시 일베하는 사람과 일베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이분법의 세상으로 변모했다.  근래 우리 사회가 수차례 겪는 홍역이다.  그만큼 일베의 해악이 사회 전반의 일상에까지 뿌리깊게 파고들었다는 방증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어쩌면 이 하나만은 세상에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는 듯하여 그나마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즉 일베라 불리는 곳은 우리 사회의 하수 처리장과 같은 곳이기에 이곳과 연관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 설사 실제 일베인이 아니더라도, 자칫 자신의 삶 자체가 꼬일 수도 있음을 중명해 보여주고 있으며, 일베의 폐해에 대해 또 한 차례 분명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그의 TV 출연은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상처만을 안겨 준 꼴이 돼버렸다.  외모가 멀쩡한 것에 비해 선생님의 행동 치고는 상대적으로 가볍기 그지 없는 데다가 솔직히 그러한 인성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의 시선으로선 도저히 묵과하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일베에서나 사용함직한 용어와 고인 능욕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와 수많은 사람들을 공분케 하고, 스스로의 명예마저 갉아먹은 행동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런 인성을 갖춘 사람 밑에서 학습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