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너무 막나가는 '도를 아십니까'

새 날 2014. 5. 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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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 도중 낯선 사람이 접근해 온다면 대개 두 부류다.  특정 종교를 알리려는 일종의 포교 활동(?) 아니면 이른바 '도를 아십니까'일 테다.  그런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도심 한복판에서나 만날 수 있던 '도를 아십니까' 그들을 근래엔 외곽 변두리인 나의 서식지에서도 자주 만나게 된다.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접근 방식도 나날이 발전하는 추세다.  길을 묻는 척 접근하는 경우는 차라리 식상하다.  '어디서 많이 뵌 분 같다' 라거나 '선하게 생기셨다'라는둥 혹은 '복이 많게 생겼다'라고 하며 상대방을 치켜세워 관심을 끌어올리려는 다양한 신공이 선보이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엔 '도를 아십니까'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해왔던 적도 있었으니, 어찌 보면 시대적 변화 조류에 맞게 이 또한 적절히 변화하여 온 덕분에 오늘날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대 - 단 - 하 - 다

 

어제였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서 있었는데, 남녀 2인 1조로 이뤄진, 환상의 복식 팀웍을 구사하던 '도를 아십니까'의 그들을 만나게 됐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이 진짜로 '도를 아십니까' 그들인지의 여부는 말을 끝까지 경청할 수 없었기에 결국 확인 못 했다.  다만 경험상 그럴 것이란 추측만이 가능하다.   

 

ⓒ오마이뉴스

 

그들은 현란했다.  우선 나를 에워싸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상황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복 많게 생기겼네요.  잠깐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예의 그 느끼한 상투적인 멘트로 접근해 왔다.  내 몸에선 조건반사적인 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심 없습니다"

 

"그럼 그냥 듣기만 하세요. 혹시 사장님이세요?  자녀 있으시죠?  남의 얘기도 경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장님이 마음을 조금 더 쓰셔야 자녀들도 잘 됩니다  불라불라....."

 

"관심 없다니까요.  왜 듣기 싫다고 하는데 자꾸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 혼자 떠들고 있는 겁니다.  어차피 신호등 신호 바뀔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텐데 그냥 듣고 있으면 되잖아요.  어쩌고 저쩌고..."

 

막무가내였다.  도무지 소통이란 개념이 애시당초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신호등이 바뀌고 나서야 그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내심 그들의 진짜 정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도를 아십니까'의 그들은 무얼까?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동네 미용실 아주머니로부터 얼마 전 전해 들은 얘기 하나가 있다.  귀 얇은 지인이 '도를 아십니까' 그들의 말에 혹해 직접 따라 갔더니, 무슨 종교집단처럼 꾸며 놓은 공간에서 그를 위해 기도해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단다.  워낙 달변들인지라 말로는 그들을 절대 당해낼 수가 없다나 뭐라나.  물론 이 또한 '카더라 통신'이기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도를 아십니까' 그들은 결국 사기꾼들이었던 셈이다.

 

길거리에서 공개적인 사기 행위를 일삼는 그들, 다 좋다 치자.  다만 이 하나만은 그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일종의 영업행위인 길거리 캐스팅(?) 작업도 기본적인 건 좀 지켜가며 해라.  상대방이 듣고 싶지 않다는 데도 가던 길 못가게 막은 채 과도한 영업행위를 일삼아도 되는 거니? 

 

"기본 예의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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