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경규 골프 회동 논란' 충격 상쇄용 아이템?

새 날 2014. 4. 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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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경규 씨 골프 회동 논란

 

26일 느닷없이 인기 방송인 이경규 씨의 골프 회동 논란이 불거졌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경규가 골프를 쳐 논란이 일고 있다"는 YTN의 보도에 따른 결과다.  물론 피해자 가족들을 비롯한 온 국민이 여전히 비통해 하고 있는 현실속에서 설사 그가 누구인들 행동에 관한한 조심하며 자중했어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이긴 하겠다. 

 

ⓒ스포츠한국

 

하지만, 막말로 이경규 씨가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아닌 마당에 골프 하나 때문에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도중 하차마저 논의되어야 할 만큼 잘못된 행동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크다.  시끌벅적 요란 떨며 이뤄진 행태라면 모를까, 특별히 손가락질을 받거나 욕을 먹을 만한 일은 분명 아니지 싶다.  그렇지 않다면, 이 땅에서 현재 편히 숨을 쉬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겠다.

 

이경규 씨가 골프를 쳤던 26일은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11일차에 해당한다.  참사 피해자와 가족들에겐 너무도 미안한 얘기지만, 어쨌든 비통에 잠겨있던 대한민국 전체가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찰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각 방송사들도 한동안 잠잠했던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를 다시 내보내며 정상화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만일 방송인 이경규 씨의 골프가 문제된다면, 각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도 문제 삼아야 함이 마땅하다.  어찌 이런 시국에 운동 경기를 할 수 있는 거며, 예능에 출연하여 히히덕거릴 수 있는가 말이다. 

 

YTN과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통제 실상

 

가뜩이나 지난 이명박 정권시절부터 권력의 나팔수란 비아냥을 들으며 종편 따라잡기 코스프레에만 여념이 없던 YTN의 삐딱한 행보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형편없는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해 연신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거나 찬양 일색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이 지난 22일 8차 보고서를 통해 YTN의 이러한 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실종자 가족 위로…'책임질 사람 엄벌'"이란 보도를 통해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직접 전화하겠다고 약속하는 발언을 전하며, 대통령에 대한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를 담아냈단다.  반면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의 박 대통령을 향한 따끔한 질책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울러 언론들의 자발적인 충성과는 별개로 다른 측면에서의 입막음 또한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재난 관리 시스템, 이는 그동안 대학 교수를 비롯한 해양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꾸준히 의문점이 제기돼 오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노컷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 활발히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지난 21일부터 약속이나 한 듯 일시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단다.  국정원 등 정보 부처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는 입장이란다.  국민의 알 권리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철저히 차단 당하고 있는 셈이며,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보도 통제의 악령이 고스란히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 역시 자신의 트윗을 통해 지난 22일 그와 관련한 어려운 속내를 토로한 바 있다.  정부의 불신이 극에 달해가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과오가 들춰질 것이 두려운 나머지 본격적인 입단속에 대한 압박과 언론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골프는 최대한 조용히

 

이경규 씨의 골프가 이렇게까지 크게 이슈화되는 데엔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 엿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골프 금지령을 내린 바 있지만, 새누리당의 실세인 윤상현 수석부대표의 부실장 박모씨 등 측근들이 지난 18일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세월호가 침몰했고, 18일이면 이로부터 이틀이 지난 상황이라 대한민국이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던 때다.  더군다나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누이 아우로 호칭할 만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어 더욱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머니투데이

 

YTN이 정작 세월호 참사 앞에서 자중해야 할 정치인들의 골프 회동에 대해선 이슈화를 않은 채 방송인 이경규 씨의 골프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는 건 때문에 지나친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에게 불리한 사안을 덮기 위해 대신 대중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연예인을 타겟 삼아 물타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참사 3일차인 18일 있었던 새누리당 실세 측근의 골프 회동과 11일차인 26일 방송인 이경규 씨의 골프 회동을 굳이 비교해 본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문제가 되는 걸까?  물론 이를 비교하는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답은 너무도 자명하다.  정치인과 연예인에게 주어진 도덕적 책임 한계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경규 골프 논란, 결국 충격 상쇄용 아이템?

 

해양수산부가 대형 선박사고가 발생하면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제공한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정부 언론대응단의 역할로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이 명시돼 있단다.  일종의 국민 시선 돌리기용 떡밥 내지 물타기 신공인 셈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껏 정부와 여권에게 불리한 건이 터질 때마다 정황상 국면 전환용임이 명백한 물타기 사건을 통해 매번 위기를 모면해 왔던 결과가 사실로 밝혀졌으며,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 아닐 수 없다.  혹시나 했지만, 이렇듯 명문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야 말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특별히 문제삼을 만한 대상이 아닌 이경규 씨의 골프 회동을 굳이 논란을 만들어 이슈화하려는 시도는 세월호 참사를 기화로 점차 권력의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민심의 분노가 들끓듯 번져가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 국면을 전환해 보려는, 매뉴얼에 언급된 대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의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이라면, 이 나라 정말 미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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