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홍원 총리 사의 표명 마뜩잖고 대통령은 밉다

새 날 2014. 4. 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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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이어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5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이 현실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직전 대비 9.9%포인트 급락한 39.8%로 조사된 것이다. 

 

ⓒ팩트TV

 

그동안 어떠한 악재와 악조건 속에서도 적당한 방식으로의 국면 전환에 성공하며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굳건히 유지해왔던 터이기에 이의 관리에 일종의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가고 있는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습책 중 하나가 그동안 언제쯤 내놓을까를 궁리하며 만지작거려오던 '총리 사의' 카드 아니었는가 싶다.  27일 오전 정홍원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사의를 표명해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받아들였으며, 수리는 세월호 사태 수습 뒤로 미뤄놓은 상태다.  물론 정 총리의 사의 결정은 대통령과 사전 교감 후 시기적 조율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연합뉴스

 

따라서 사의 발표 시점이 참으로 절묘하게 와 닿는다.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27일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던 날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 남겨진 실종자 분들, 가족과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과 과오가 진짜로 무언지 몰라 그런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부러 모르는 채 하는 건지 우리로선 알 길 없지만, 어쨌든 여전히 사과를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먼저 사과를 해오니 더더욱 면목이 설 수 없게 돼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을 테고, 이를 총리 사퇴로 희석시켜 야당의 선점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꼼수로 읽힌다.  이마저도 물타기를 시도한 셈이라 볼 수 있겠다.



아울러 일단 총리의 사의 카드를 시장에 던져 놓고 반응을 살펴본 뒤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를 마련할 요량이었을 테다.  아마도 성난 민심을 일정 부분 달랠 수 있을 것이란 계산과 함께 시간 벌기 용도로써도 그만이란 나름의 판단에 따른 일종의 '간보기'인 듯싶다.

 

하지만,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얄팍한 꼼수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행정부 수반의 무책임한 행태를 바라보며 그로부터 치솟는 국민들의 분노가 다양한 양태로 표출되고 있는 탓이다.  이제 국민들의 분노는 점차 박 대통령 본인을 정조준한 채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허술하며 무능한 대응과 그 책임자로서 사과도 않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질타의 게시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가 들끓고 있는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척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을 향한 성난 민심은 어느새 그녀가 입은 옷마저도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오바마의 방문 시점부터 제기됐던 박 대통령의 의상 색깔에 대한 문제가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 줄을 모른 채 오히려 더욱 확산돼가고 있는 것이다.  

 

애초 문제 제기는 이랬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 차림을 입어 방문국가의 국가적 참사에 대한 예를 갖췄으나 정작 당사국 대통령은 화려한 하늘색 정장 차림을 입고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와 상황 파악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외국의 손님이 화려한 옷을 입었더라면 충분히 수긍가는 측면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때문에 국가적 재난 앞에서의 우리 대통령이라면 복장 선택 만큼은 신중을 기했어야 함이 옳다.  그야 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상가집에 밝고 화사한 파티복을 입고 나타난 경우와 뭐가 다를까 싶다. 

 

 

우리를 더욱 아연실색케 하는 건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일부 언론사들이 박 대통령의 의상 색을 회색톤으로 보정하여 기사를 내보냈다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대통령이 사과도 않은 채 여느 때와 같이 패션쇼하듯 화려한 옷을 입으며 활동하는 걸 보면 대통령은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 류 따위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 싶은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는 거꾸로가고 있는 대통령과 언론의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입은 옷의 색깔마저 밉보였을까?  국민들의 아픈 마음은 점차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려는 진정성 깃든 노력보다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작금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고 있는 듯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태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국민들의 반응일 테다.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 행태는 여러모로 대한민국 전체를 피곤하게 하고 있다.  이쯤되면 아집도 부릴 때와 부리지 않을 때를 적당히 가려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덕분에 대통령의 사과 시기도 놓쳤다.  행정부의 수반보다 야권에서 먼저 사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번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은 총리를 희생양 삼아 간을 떠본 셈이지만, 때문에 진정성 있는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권위주의적 의식이 팽배하여 이로 똘똘 뭉친 인물이라 해도 후속조치마저도 정치적 논리와 셈법에 의존하여 행해진다면 국민들의 눈물은 과연 누가 닦아줄 것이며, 진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진정 세월호 참사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면, 도무지 이럴 수는 없다. 

 

우리 사회와 정부의 모든 불합리 및 부조리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총체적인 부실 앞에서도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나 몰라라한 채 오로지 정치적 잇속만을 챙기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듯한 대통령, 그래서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영 마뜩잖게 다가오며, 이러한 대통령이 한없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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