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링컨> 보편적 가치와 진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다

새 날 2013. 3. 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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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예정되어 있던 시사회가 극장 측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상영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한 주 늦은 3월 7일에서야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의 대기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중국에서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맹독성 스모그까지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 등이 잔뜩 끼어 주변을 온통 부옇게 만들어 놓은 바람에 숨쉬기가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숨쉬기.. 평소엔 잘 의식 않는 우리 몸에서의 자연스런 생리 활동입니다만, 이렇듯 무언가 제약 조건이 주어질 때면 비로소 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만...

영화 '링컨'은 노예제도 폐지를 통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해 끝까지 헌신했던 미국 링컨 대통령의 일화, 그중에서도 노예제 폐지를 담고 있는 헌법 수정안의 의회 통과 과정에서의 해프닝과 그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의회 모습은 현재 우리네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비하와 비아냥 그리고 인신공격마저 서슴지 않는 모습 속에서 우리나라의 국회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헌법 수정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의회 의석수를 맞추기 위한 반대 진영 당 소속 의원들의 회유나 어르는 일 또한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2시간 30분이란 긴 런닝타임, 영화는 주로 공적인 링컨의 모습만을 비추고, 그의 인간적이며 내밀한 모습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이미 위인전, 교과서 등을 통해 수도 없이 접해 왔었기에, 실은 그런 모습보다는 그의 인간적 갈등이나 소소한 일상 등에 대한 조명이 못내 아쉬웠던 겁니다. 사실 링컨 그가 벌이고 있는 일들 때문에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겁니다. 이를 표출할 길이 없어 혼자 속으로 삭이며, 이의 결과는 고스란히 그의 외양을 통해 축적되고 있었습니다. 몰라볼 정도로 주름이 늘고 수척해져 가고 있던 것입니다.

당시엔 교통 통신이 여의치 않았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늘 국민들과 소통하며, 국민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들만을 위해 일해 왔던 그입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무릇 자신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보단 철저히 국민들의 편에 서서,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해주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공틍으로 관통해 오는 진리라 생각합니다.

"흑인들에게는 일단 자유가 주어지는 게 지상 과제다. 이후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 지 나로서도 아직은 알 수 없으며,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그때 가서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란 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어 있으며, 우린 이를 끊임없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마음껏 누리고 있는 자유 평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마저 한때 급진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하려 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링컨과 같은 선지자의 앞선 노력에 의해 이러한 가치는 마치 숨을 쉬는 것 마냥 보편 타당한 형태로 우리들 삶 속에 녹아 들어가게 된 것이구요. 따라서 현재의 시각에서 바라 볼 때 다소 급진적이거나 위험해 보이는 진보적 외침, 주장들이라 할 지라도 이런 생각과 사상들이 향후 인류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의 진보는 여전히 유효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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