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어설픈 노블레스 오블리제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새 날 2014. 3. 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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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家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선행이 화제를 모았는데요.  언론들은 그녀의 선행에 대해 연일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표현과 함께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언론들의 과도한 삼성 띄우기란 측면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그동안 대한민국 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인색해왔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국민일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기술고문인 빌 게이츠가 5년만에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온통 대한민국 최고 부자 순위가 과연 몇위인가에 쏠렸을 텐데요.  이부진 사장의 아버지이자 삼성家 회장인 이건희 씨가 102위를 차지했더군요.

 

이렇듯 우리는 세계 부자들의 표면적 순위에만 관심을 두며 과연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을까를 궁금해 하고 있을 텐데, 정작 이보다는 그 이면에 감춰져있는 부분들을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가 세계 부자 1위에 재차 등극함으로써 새삼 그들의 기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선진국의 세계적인 부호들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과 달리 가족 대신 사회나 회사에 부를 환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기빙플레지운동을 벌여오고 있으며, 전 세계 122명의 부자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물려받은 재산은 득보다 실이 많기에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철저한 자산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식에게 물려주느니 차라리 조국의 미래와 지구촌을 위해 상속하는 편이 더 낫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것입니다.



반면 대한민국의 부자들은 어떻던가요?  부모가 일궈낸 회사에 자녀들을 앉혀놓아 경영자 수업을 받게 하고, 뒤이어 그들이 오너가 되는 게 가장 일반적인 수순입니다.  부의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대한민국의 부자들이 아무리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더라도 국민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고, 대한민국이 아무리 돈 많은 부자국가가 되어도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고 있습니다.  부의 세습을 통해 한 기업의 오너가 된 이부진 사장의 일회성 선행과 자수성가한 빌 게이츠나 여타 세계 부호들의 지속적인 기부 행위를 단순 비교해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사회적 신분에 걸맞는 도덕적 의무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나요?

 

일회성의 선행 한 건만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용어를 남발하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로 삼성이란 기업이 언론사들에게 있어선 가장 뛰어난 우량 광고주일 테고, 때문에 이들이 일종의 밥줄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른 측면에선 평소 재벌 부자들의 인색했던 면모로 인해 이번 단 한 번의 선행이 유독 눈에 띠는 행동이었던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 언론들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를 국민들에게 있어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선진국 부자들의 지속적인 선행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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