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근혜정부 1년 '경제혁신3개년계획', 선친께 오마주하다

새 날 2014. 2.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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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한 지 25일부로 정확히 1주년이 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 형식을 빌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손수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신년 기자회견 당시 구상을 밝혔던, 이른바 '474 계획'의 구체화 버전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서울신문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 경제, 내수 수출 균형 경제 등 3대 추진 전략을 통해 우리 경제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을 들고 나온 셈입니다.

 

ⓒ경향신문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되면 그럴싸한 주제의 과제들이 나열되어 있긴 합니다만, 과연 저 계획들을 통해 어떻게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 그리고 국민소득 4만불을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떠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어질지 실질적인 계획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표수치와 실행계획 간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경제혁신계획인데,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줄기차게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주장해왔던 경제 민주화에 대한 내용은 예상대로 쏙 빠져 있었습니다.  경제민주화가 빠진 경제계획을 과연 혁신이라 말해도 되는 걸까요? 

 

 

잠재성장률이 최근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있긴 합니다만, 추세적으로 볼 때 여전히 대세 하락기에 놓여 있는 상황인데다가 경기 회복의 흔적을 찾기란 요원한 상황인지라 과연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4%의 달성이 가능한지의 여부, 사실상 회의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가리킵니다.  참고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년 연속 하락해오면서 2012년 전세계 189개 국가 중 117위에 랭크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놓고 볼 때 대통령이 내놓은 4%의 성장률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허구에 가까운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겠습니다.

 

벤처도 좋고, 창업 육성을 위한 문호 개방도 모두 모두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들이 새로운 정부 들어설 때마다 언급되지 않았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요?  현 정부의 바로 이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일명 '747'공약을 내걸며, 장밋빛 일색의 경제 계획을 발표했다가 일찍이 쪽박을 찬 경험을 우린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계획 역시 '747'의 연장선이자 우리 공직사회의 병폐 중 하나인 백화점식 정책 나열의 답습이라 보여집니다.  대통령은 모든 계획 실행 여부를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며 이전 정부와는 엄연히 다를 것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가령 저 계획들이 모두 이뤄진다손쳐도 '474'의 달성과는 별개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역시 과거의 정부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허울 좋은 정책과 계획들만 남발하며 형식적인 제스처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프레시안

 

이번 정부만은 그러한 구태에서 제발 벗어나 차별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바램과는 영 딴판인 셈입니다.  한편 청와대와 언론 통제의 그늘에 갇힌 미디어매체들을 벗어나 시야를 좀 더 넓혀 볼 경우, 우리 사회가 박근혜 정부를 현재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다양하며 제법 정확한 시각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25일은 박근혜 정부 1주년을 맞아 불통과 독선의 나날을 힘겹게 버텨온, 지친 시민들이 대거 시내 거리에 운집하여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어쩔 수 없이 선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올리게 합니다.  학교 다닐 당시 매 회차별로 어떤 산업을 육성했으며, 시행연도를 외우느라 짜증났던 기억이 한 바가지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1년간 언론엔 재갈을 물리며 자유도를 심하게 훼손시켰고, 종북몰이를 통해 국민들의 사상마저 가두어놓으려는 시도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민주주의는 저만치 후퇴하고 전체주의적 통치의 흔적마저 내비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 외적인 요소들에 대해 일정 부분 정리가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이젠 뜬금없이 경제혁신계획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는 인권 유린과 민주 압살, 그리고 반공이라는 미명하에  국민들을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한 채 경제 발전 드라이브를 걸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자못 흡사합니다. 

 

ⓒ오마이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통령직을 인수하며 내걸었던 주요 공약들이 1년만에 줄줄이 파기되거나 후퇴한 상황에서 또 다시 겉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경제혁신계획이란 걸 끄집어냈습니다.  대통령, 당신께서 직접 챙기겠다며 의욕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선친에 대한 향수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신망은 이미 1년 사이에 저 멀리 떠나가 버렸습니다.  금과옥조와도 같은 약속을 내팽개친 채 또 다른 약속을 꺼내들면, 국민이 조삼모사밖에 모르는 원숭이도 아닐 테고, 과연 대통령을 믿을 수 있겠나요?

 

아울러 불통과 독선으로 치달았던 1년, 앞으로도 변할 기미는 손톱 만큼도 보이질 않습니다.  따라서 가령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만들고 이를 발표하여 실천에 옮기는 노력을 한다 해도 국민과의 소통 없는, 이제껏과 같은 일방적인 정책 운용 방식으로 과연 계획들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요?

 

어불성설입니다.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계획이지만, 그래도 이의 성공을 바란다면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자신만의 트레이드인 불통과 고집으로 일관해 간다면 결국 이번 계획 역시 언어유희이자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며, 기껏해야 선친에게 오마주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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