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S대책상'이라 쓰고 '강남책상'이라 읽는다?

새 날 2014. 2.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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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S대 책상'이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네.. 이미 갖고 계시다고요?  저만 몰랐나 보군요 -_-;; 

 

곧 다가올 신학기를 앞두고 시중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책상 가운데 하나랍니다.  일반 책상에 비해 3배 내지 4배 이상의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제대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S대 책상'은 일반 책상과 비교해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요? 

 

ⓒ서울신문

 

저도 직접 본 적은 없기에 이미지만으로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 먼저 양해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이미지 속의 책상은 상판의 각도가 살짝 기운 채였으며, 독서대가 아예 달려 나온 제품이었습니다.  제품 설명을 살짝 거들떠 본 바에 의하면, 상판의 각도 조절이 가능하여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머리를 숙이지 않아도 돼,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네, 정확히 거기까지였습니다.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고 또 뜯어보아도, 그 외 다른 특별한 기능이나 외관상의 특징 같은 건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전형적인 책상의 형태에서 탈피한 외양과 아이디어가 가미된, 일종의 실험성이 가미된 기능성 제품이란 측면에서 해당 제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긴 합니다.  그러나 이 제품이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으며, 덕분에 최근 매출이 전월 대비 3500%나 급증했다는 대목에서 왜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독서대가 정 필요하다면야 별도로 구입하여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그만일 테고, 상판의 기울기 또한 일반 책상 위에 여분의 책들을 쌓아 올려 일정 경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사용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세한 경사도는 바닥에 깔아놓은 책의 두께로 조절하면 그만일 테고요. 

 

그렇다면 기능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이 책상, 이 불경기에 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렇게나 잘 팔리고 있는 걸까요?  무언가 특별한 게 없을까 살피던 중 '서울대 학생 평가단 추천'이란 글귀에서 절로 눈이 멈춰집니다.  옳아 그래서 그랬던 거였군요.  'S대 책상'이란 이름엔 결국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었던 셈이로군요. 

 

이 대목에서 우린 해당 제품 마케팅 담당자의 뛰어난 작명 센스와 높은 안목을 칭찬해야 하는 게 분명 맞겠지요?


 

물론 서울대만이 갖는 우리 사회에서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지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기 책상은 공부를 위한 도구이며, 무엇보다 엘리트 집단인 서울대생들의 추천이 이뤄진 제품이다 보니 부모들의 자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해당 제품에 동한 것이라 봐야겠지요.  실제로 이 책상으로 공부를 할 경우 부모의 바램처럼 자녀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자녀의 성공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대리만족 욕구와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욕망의 발현 때문이라 읽혀지기도 합니다.  서열화된 각급 학교, 입시 위주의 잘못된 교육정책 및 교육 시스템과 부모들의 과욕이 빚어낸 우리 사회만의 독특한 교육적 문화일 텐데요.  결국 'S대 책상'이란 이름 안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녹아들어가 응축되어져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책상은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엄청난 입소문을 타며 '강남 책상'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기도 합니다.  '강남'은 대한민국 사회의 부를 상징하는 지역이자 하나의 브랜드로서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독특한 문화 현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선 '강남'이란 이름만으로도 일종의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강남 책상' 역시 그러한 현상과 궤를 같이하며 단지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프리미엄 효과를 타고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서울대학교라고 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자 엘리트 이미지와 강남의 고급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결합되면서 이 책상은 'S대 책상'이라 쓰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남 책상'이라 읽히고 있는 셈이기도 하지요.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해당 상품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조차 괜시리 모르던 걸 알게 되어 외려 제품 홍보 역할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네요.  죄송스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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