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농협카드 GS칼텍스 나도 피해자? 국민에게 양보하렴

새 날 2014. 2. 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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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닌 말'이 빚은 재앙

 

말이란 건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성격의 것인지라 때와 장소를 가리고, 이치와 경우에 어긋남이 절대 없어야 한다.  때문에 단 한 차례의 단순한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때조차도 아직 머릿속에 맴돌고 있을 단계에서부터 보다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최근 경우에 어긋난 '말 아닌 말'로 인해 구설에 오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구설에 오르기만 하면 다행이다.  이들의 말 한 마디가 뭇 사람들의 아픈 부위를 재차 후벼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기도 하거니와, 자칫 원치 않았던 내면 속 분노의 불길로 승화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정도의 파장이라면 글자 그대로 '설화'에 해당될 듯싶다.  설화(舌禍)란 사전적으로 연설이나 강연 따위의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을 뜻한다.  한 마디로 혀를 잘못 놀려 빚은 재앙을 일컫는다.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 농협카드 "우리도 피해자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해임됐다.  표면적으로는 여수 기름유출사고 현장에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빌미가 된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적절한 처신에 따른, 뒤이은 억지 변명과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라는 말 한 마디가 결정적인 패착이다.  윤 전 장관의 행동이나 발언이 여수 피해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전 국민의 공분을 샀음은 두 말하면 입만 아플 뿐일 테다.

 

 

그런데 윤 전 장관의 설화로 인한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인 7일 카드 정보 유출 대란으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카드사 중 하나인 농협카드 사장이 국정조사를 위한 현장검증 자리에서 "우리도 피해자"라는 발언으로 또 다시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니 그냥 말하더라도 GS칼텍스의 경우나 농협카드 모두 피해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수 기름유출사고는 싱가포르 국적의 선박이 부두에 정박하는 과정에서 GS칼텍스 소유의 송유관과 충돌하여 빚어진 일이었으니 GS칼텍스는 그냥 앉아서 당한 꼴이다. 



아울러 농협카드 역시 자신들이 직접 고객정보를 유출한 게 아닌, 보안관리를 위탁받은 개발업체 KCB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의해 벌어진 사고다.  때문에 GS칼텍스와 농협카드 모두 피해자라고 하소연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은 성립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후폭풍을 놓고 볼 때 그들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주장하기엔 경우가 맞지 않는다. 

 

피해자 지위, 국민에게 양보하렴

 

사상 최대의 카드 정보 유출 대란으로 인해 온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이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유출의 원인 제공자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이를 보듬기 보다는 되레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고객과 국민들 따위는 봉으로 여기고 있노란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윤 전 장관의 해임에 도화선이 된 건 코를 막는 부적절한 행동에서 기인했지만, 여수 피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보다는 그들의 분노를 더욱 부추기며 두 번 울리게 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란 이치와 경우에 어긋난 발언에 의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국민들 편에 서기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장관을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결국 바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는 결코 해선 안 될 발언을 한 셈이다. 

 

설화로 인한 결과는 참담하다.  발언 당사자들의 입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결과가 되었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의해 가뜩이나 뿔난 국민들과 피해지역 주민들이 입었을 상처가 뼈 아프다. 

 

GS칼텍스와 농협카드, 당신들이 피해자라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을 국민들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먼저 양보하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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