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소비가 성장률 못따르는 이유? 살기 어려워 그래

새 날 2014. 2. 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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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경제장관주재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어렵게 살려낸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더욱 크게 살려서 내년에는 모든 국민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1월초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박 대통령은 "경기회복의 불씨가 조금씩, 어렵게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열심히 올해 초부터 힘을 쏟는다면 경기회복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현 경제상황을 긍정 평가했다.

 

ⓒ경향신문

 

이렇듯 대통령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며 경기 낙관론을 설파해 오고 있다.  물론 긍정의 힘은 꺼져가는 불씨조차도 살리게 하는 바람직스러운 자세임엔 틀림 없다.  국정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긍정 마인드를 심어주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급과는 달리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경기는 여전히 최악을 달리고 있는데? 

 

경기불황의 끝은 어디일까?

 

경기불황은 서민들로 하여금 복권 구입마저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월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복권구입 비율은 되레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의 복권구입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의 팍팍해진 살림살이는 복권구입마저 어렵게 하고 있던 참이다.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과 같은 유흥업소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견 바람직스럽다고 봐야 할까?  이의 파장을 고려해볼 때 결코 그렇지 않다.  9일 안전행정부가 발간한 지방세통계연감에 따르면 2012년 나이트클럽과 룸살롱, 요정 등 유흥업소의 재산세 중과건수는 2만6,260건으로 전년보다 2,260건이나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만9,845건이었던 감소폭에 점차 가속이 붙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이들 업소의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뜻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재산세의 감소폭도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경기 불황으로 국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환자들이 병원을 찾은 건수가 4억1,800만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4억2,000만건보다 200만건이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명품 사는 행위에 주저함이 없던 20대 여성들의 소비마저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비씨카드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100만원이 넘는 돈을 결제한 건수는 2013년 7월까지 4,985건에 그쳤다.  아무리 명품 소비를 많이 하는 20대 여성들이라 하더라도 경제적 여유 없는 소비는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치보다 8조5,000억원 적은 20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법인세 등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다.  경기 침체의 늪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의 경제 여건상 올해 세수 목표 달성 가능성 또한 밝지 못하다.  정부의 국세수입 전망치는 21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조6,000억원 많다.  하지만 목표 성장률인 3.9%를 온전히 달성한다 해도 전망이 크게 어둡기만 하다.  참고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였다.

 

그렇다면 이렇듯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최악을 달리고 있고,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도 이와 다를 바 없는데, 어떻게 대통령의 입에선 연신 경기 회복이란 단어가 맴돌 수 있는 걸까?  아마도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0일 KDI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해 12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109포인트를 기록하며 개선 추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향후 경기판단과 소비지출 전망도 밝았다.  경기전망은 96에서 99로 3포인트 높게 예측됐으며, 소비자지출 전망 또한 112로 전월 109보다 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국민들의 체감경기와는 따로 놀고 있었다.

 

우리의 소비가 성장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 미래소비를 위해?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가 우리의 성장률을 따르지 못하는 현상을 분석한 흥미로운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해의 성장률은 2.8%였다.  하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1.9%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은 지속돼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신문

 

이에 대해 한국은행이 분석하여 펴낸 '최근 소비부진과 가계의 시간선호 변화' 보고서를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시간 선호도(현재 소비에 대한 미래소비의 상대적 선호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즉 선호도가 높을수록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비를 늘리게 된다는 개념이다.  우리의 시간선호도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늘고 있어 미래 소비 선호도가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들이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 소비를 더욱 희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은행의 분석이 결코 틀린 결과는 아닐 테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은 우리네 삶의 미덕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어릴적부터 교육받아 왔던 저축 권장도 결국 이와 같은 맥락일 테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훨씬 녹록지 못하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국민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고 있고, 현실의 어려움은 미래를 생각케 할 여지마저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현실 인식 바탕 깔린 진정성 보여야

 

그렇다.  우린 끝도 모를 불황의 터널이 과연 언제쯤 끝나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전혀 체감에 와닿지 않는 선행지표 하나만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대통령은 진작부터 대대적인 자신의 공약 후퇴와 철회로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잃은 바 있다. 

 

생활고를 겪고 있을 서민들에겐 이런 막연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속삭임이 영 달갑지 않게 와닿는다.  창조경제와 비정상의 정상화 등과 같은 형형색색의 말잔치보다는 현실의 어려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체감 가능한 진정성 어린 말 한 마디가 고단한 국민들에겐 더욱 절실할 테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막연한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행위,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의 각박해진 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선 영 바람직스럽지 못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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