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표현의 자유가 일탈을 넘어 망동으로 이어진다면?

새 날 2014. 2. 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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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란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의 의사 표현은 자신이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 가능해야 하며, 각자가 갖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도구로서도 적극 활용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 

 

'표현의 자유' 오남용하는 무리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어서도 아니 된다.  그에 따르는 공적 기능을 염두에 둬야 하기도 하거니와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인간의 존엄을 해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의 의사가 모여 여론을 형성하고 결국 공론화로 꽃 피우게 될 표현의 자유, 공동체의 이익을 벗어날 시엔 적절한 제재가 따라야 하는 게 맞겠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란 미명하에 방종을 일삼으며 자신들의 권리 주장을 설파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심지어 심각한 명예훼손마저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 부류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이들로 인해 구석구석에서 썩은내가 진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존재한다.  추악한 오염물을 잔뜩 배설해 정작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와 놓고, 그에 대해 공동체 내에서의 지탄이 모아질 시 외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억울해하거나 뻔뻔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을 해하는 표현은 이미 자유라 부를 수가 없다.  이는 일탈이나 방종도 아닌, 그저 인간의 탈을 쓰고 벌이는 망동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의 행동이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단순히 그들만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소위 보수를 표방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편으로 이들 집단의 지역차별과 약자 혐오를 이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KISO, 지역 성별 모욕 게시물 삭제 정책 시행

 

아울러 단순히 재미로 올린 게시물이 상대방에겐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팔 만큼의 고통을 선사하고, 인간의 존엄마저 내팽개친 패륜 행위를 일삼아오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죄는 눈꼽 만큼도 인정하지 않는 부류가 바로 그들이기도 하다.  5.18 희생자를 '홍어택배'라 조롱하여 재판에 넘겨진 일베 회원의 태도가 바로 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ISO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인터넷 사업자로 구성된 기구가 마침내 이러한 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네이버, 다음, 뽐뿌, 클리앙, 오늘의유머 등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4일 '온라인 공간에서의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결정'을 마련했다.  정책의 주요 골자는 앞으로 지역, 성별, 모욕 등의 인터넷 게시물이 적발될 경우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가 이를 직접 삭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지역, 장애, 인종, 출신국가, 성별, 나이, 직업 등으로 구별되는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을 통해 해당 집단이나 구성원에게 굴욕감과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게시물이 신고 등을 통해 발견될 시 삭제도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정치인 등 공인의 공적업무와 관련한 게시물은 예외다.  매우 진일보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KISO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정책이 갖는 함의

 

다만, 이의 실제 적용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듯싶다.  만에 하나 게시물 삭제로부터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테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맘껏 향유해야 할 인터넷 공간에서마저 과도한 규제로 외려 기본권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단순히 선언적 구호로만 그쳐서도 안 될 일이다.  이번 정책을,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채 각종 쓰레기 수준의 오염물을 양산해내며 우리들의 일상으로까지 야금야금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일베류 따위가 숨 쉬며 활동해온 생태계의 환경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양대 포털이 소속되어 있는 KISO의 회원사들이 자신들의 인터넷 공간에서 지역, 성별, 모욕, 혐오 류의 쓰레기 게시물들을 애초부터 발조차 못 들이게 할 경우 그에 따르는 파급효과는 제법 크리라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활동 반경인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극우 코스프레 망동을 일삼는 집단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테고, 적어도 그들을 밖으로 뛰쳐나오게끔 하는 일 없이 자신들만의 울타리 내에 묶어둘 수 있는 효과로는 그만일 테니 말이다.  그들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해오고 있던 자칭 보수세력들에게도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채 혐오와 모욕적인 언사로 상대진영에게 굴욕적인 공격을 퍼부어온 그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마저 방해해온 행위를 원천 봉쇄하여 삐뚤어진 채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던 인터넷 상 자유공간을 예전의 정상적인 의사 소통의 마당으로 다시 원복시켜야 할 테다.

 

때문에 이번 KISO의 정책 결정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며, 따라서 적극 환영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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