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는 민간의 '동해 병기' 노력에 찬물끼얹지 말라

새 날 2014. 2. 12. 08:13
반응형

미국 거주 한인들의 교과서 동해 병기 운동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버지니아 한인회가 백악관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로 잘못 표기돼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부터 비롯됐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 중인 '동해 병기 운동'

 

이후 한일 양국의 사이버전쟁으로까지 비화됐던 이 운동은 일단 우리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물론 다른 관점에선 이제부터 시작이라 볼 수도 있겠다.  미국내 주요도시 한인회장들의 뉴욕 모임을 통해 논의됐던 '교과서 동해 병기법안 추진안'이 지난 6일 버지니아주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주지사의 서명을 거치는 대로 오는 7월부터 동해와 일본해가 버지니아 교과서에 함께 표기된다.

 

이렇듯 버지니아주에서 조그맣게 시작된 동해 병기 운동이 어느덧 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의 추가 법안 추진이 확인됐으며, 캘리포니아 등 적어도 4-5개 주에서도 이 대열에 합류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내 우리 한인들이 조국을 위해 이렇듯 힘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찬물을 끼얹을 만큼 천인공노할 국내 소식 하나가 전해져 왔다.  확인된 대부분의 주한 외국대사관 홈페이지 지도서비스에 일본해와 독도 관련하여 일본 측에 유리한 지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주한 외국대사관 홈페이지 지도에 '동해와 독도'는 없었다

 

 

11일 정의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에 따르면 홈페이지 내 지도서비스를 운영중인 17개 대사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6개국 대사관이 '일본해'와 '리앙쿠르 암초'가 표기된 일본 입장의, 마치 일본을 대변하는 듯한 편향된 지도정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로 '리앙쿠르 암초'란 독도가 사람이 살지않는 무인도이며, 또한 분쟁지역임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이 국제사회에 유포하고 있는 명칭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이스라엘 대사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사관 홈페이지 지도가 동해 표기 대신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거나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라 표기하고 있었다.  그나마 동해가 병기된 지도 역시 일본해로 크게 표시돼 있어 동해가 병기된 사실을 맨눈으로 확인하긴 사실상 어려울 정도란다.

 

아울러 정의당이 독도 및 동해 표기와 관련하여 정부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준비 과정에서 경상북도가 정치외교적인 마찰을 불러온다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브리핑실 사용을 막는 해프닝마저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행동을 볼 때면 도둑이 제발 저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정부나 지자체 할 것 없이 모두 자신들의 과오를 인지하고 있긴 한가보다란 생각마저 든다.

 

민간은 동해 병기 노력, 정부는 일본해 표기 방치.. 엇박자

 

최근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선 이렇듯 동해 병기 운동과 위안부 기림비 설립 운동 등 일본의 극우 망동과 역사왜곡에 맞서 의로운 싸움을 전개해 오고 있다.  다행히 버지니아주를 필두로 한 한인들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비단 이번 일 뿐이랴.  지난해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도발에 맞서기 위해 제작한 독도 홍보 동영상에 일본이 제작한 영상의 일부를 사용한 것이 확인돼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바 있다.  정부는 민간의 활동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며 실수를 저지르거나 일본에 유리한, 일본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편향된 지도서비스를 방치해 오면서 이들의 활동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말이다.



이쯤되면 이웃의 티끌을 탓하면서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현상과 진배 없다.  그래서 그래왔던 걸까?  일본의 망동엔 늘 뒷북 치듯 형식적인 제스처와 발언으로 일관해오고 있는 정부, 이쯤되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이런 얼빠진 상태에서 일본에게 뭐라 한들 말발이 제대로 설 리 만무하다.  혹여 이와 같은 사실을 일본이 알게 되는 날엔 얼마나 비웃고 있을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이번 대사관 홈페이지 지도와 관련하여 이어진 정부의 핑계가 더욱 가관이다.  확인해보니 상당수 나라가 구글 지도를 사용하여 나타난 현상이었단다.  이는 마치 극우 코스프레 일베 꼬꼬마들이 장난으로 만들어 놓은 대학교 엠블럼을 방송국이 구글 검색을 통해 다운받아 사용,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대목과 묘하게 일치하고 있지 않은가.

 

민간은 해외에서 동해 병기를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벌여오고 있고, 우리 정부는 반대로 마치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듯 일본해 단독 표기와 독도를 암초로 표기한 지도서비스를 방치해 오고 있다.  엇박자도 이렇듯 제대로된 엇박자는 보기 드문 일일 테다.  정부는 해외 민간인들이 벌이고 있는 일본 역사 왜곡과 망동 저항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려거든 지금 당장이라도 문제가 된 사이트들의 지도서비스부터 정비해야 할 테다.  아울러 비슷한 사례가 또 없는지 면밀한 실태조사와 즉각적인 사후조치 또한 반드시 필요하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