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서울대 합격 강남출신이 싹쓸이, 부의 대물림 고착화되나

새 날 2013. 11. 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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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하지만 수십 년이 흘러도 한결 같은 게 있긴 하다.  바로 고교 평가 기준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울대학교 진학률이 그 잣대가 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우리의 교육제도는 쉴 새 없이 뜯어 고쳐져 누더기가 된 지 오래이지만..

 

ⓒ서울대학교

 

지금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 고등학교는 기껏해야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교와 취업을 목표로 하는 실업계교 정도로 양분되어 있었다.  당시 인문계 고교의 수준을 판가름하던 바로미터는 다름 아닌 서울대 진학률이었다.  아주 단순명료했다.  서울대에 몇 명을 보내느냐에 따라 해당 학교는 명문고냐 비명문고냐의 양 갈래로 나뉘었다.

 

당시엔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이 수월성 교육을 하는 학교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서울을 기준으로, 각 자치구에 위치해 있는 학교마다 서울대 합격률에 있어 제법 고른 분포를 보여주곤 했었다.  물론 당시에도 강남 8학군, 엄연히 존재했다.  때문에 지금처럼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강남 쏠림 현상이 전혀 없진 않았다는 얘기다.



일반고 서울대 합격 강남출신이 싹쓸이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강남 열풍은 우리의 과도한 교육열과 합쳐져 상승효과를 불러오더니, 기어코 강남 쏠림이란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더군다나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의 등장은 그와 같은 교육 특구로의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효과마저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화룡점정을 찍어준 건 다름 아닌 이명박정부였다.  특목고를 필두로 싹이 트기 시작한 고교 서열화, 자사고 등의 도입과 함께 완벽한 밑그림을 완성해 놓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교 서열화는 부의 서열화에 다름 아니었다.

 

 

18일 최초로 공개된 서울대 전형별 입학생 자료는 이러한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3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합격자 중 서울 지역 일반고등학교 출신 187명 가운데 131명(70%)이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3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 특구라 불리는 양천과 노원구까지 포함할 경우 무려 80%를 넘어서게 된다.  흔히 예상하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11-2013학년도 서울 지역 전형별 서울대 신입생 현황'에 따르면 서울 소재 특목고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학년도 28.1%에서 2013학년도엔 28.5%로 꾸준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일반고 출신은 54.6%에서 50.9%로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에서 잠깐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일반고의 비중이 50%를 넘어섰으니 그리 나쁜 수준이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고, 때문에 사회 일각에서 표현하는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다소 과장된 것 아니냐는 오해도 불러올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아래 고교 유형별 인원수를 한 번 살펴 보자.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특목고생은 전체 고교생 중 고작 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반고생은 무려 71.5%나 된다.  이제 감이 잡히는가?  전체 고교생의 3.5%에 불과한 특목고생들의 서울대 입학 비중이 무려 30%에 육박하고 있고, 반대로 70% 넘는 절대 다수의 일반고생들의 서울대 입학 비중은 50% 언저리에 살짝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맹모강남지교와 교육 불균등 현상 심화

 

한 대학의 단순 통계로만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학교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상징성이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재도 그렇지만, 예로부터 서울대 진학률은 모든 고교 평가의 바로미터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던 터다.  이미 통계에서도 확인된 바 있듯 한 줌도 되지 않는 특목고생들이 서울대 입학 정원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0% 정도의 비중이 일반고의 몫이지만 이 마저도 강남 3구를 비롯한 교육 특구가 80%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정시에서 일반고생 중 아예 단 한 명의 합격자조차 배출하지 못한 자치구도 부지기수다.

 

고교 서열화의 심화로 인해 가뜩이나 일반고는 나락으로 떨어지며 슬럼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대부분의 몫을 강남 3구를 비롯 소위 교육 특구에게 빼앗겼다.  때문에 고교 서열화는 곧 부의 서열화가 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있다.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시키거나 적어도 강남 등 교육 특구 내에 속한 일반고에는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 사이에 팽배하다.  가히 맹모강남지교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권에서 활개를 치며 꽃을 피운 사교육시장, 이를 좇아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사람들, 결국 돈이 있는 곳으로 교육 자원이 몰리기 마련이었고, 세간의 사람들 강남의 과도한 교육 방식을 손가락질하며 비웃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이 옳았음을 해당 통계가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교육 너마저?  부의 대물림 고착화 수단으로 전락

 

이러한 결과엔 교육 당국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일반고의 슬럼화를 막겠다던 애초의 시안을 뒤집고 오히려 자사고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일반고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린 바 있다.  줏대 없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고교 서열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각종 특혜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특수목적 중학교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오고 있다.  일종의 귀족학교가 돼버린 이들 특수학교들이 결국 지금과 같은 교육 불균등 효과의 씨앗 및 자양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표현, 21세기엔 사라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돼버렸다.  부의 양극화 현상은 그의 후세대들을 다시 고교 서열화에 의해 같은 줄에 세우게 되고, 이는 결국 부의 대물림 현상을 빚어 계층간의 이동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들 교육이 이젠 부의 세습 현상마저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학교 입학 통계는 우리가 평소 막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해왔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때문에 우리 사회도 이젠 선대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 없이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든 듯하여 못내 씁쓸하다.  아이들 교육마저도 자본의 논리에 본격 휘둘리게 된 셈이니 그저 안타까울 밖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아무 것도 없다지만 개천에서도 얼마든 용이 탄생할 수 있다는 신화만은 깨지지 않고 유지되어 선대 세대들이 그러했듯 우리 아이들 또한 이를 몸소 체득하며 희망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도록 영원히 변치 않는 그런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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