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재확인

새 날 2013. 11. 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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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던 날이다.  역대 대통령 중 네번째에 해당하는 이번 연설에 대해 각 언론사들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가며 부산을 떨었으며, 며칠전부터는 무슨 내용이 담길까에 대한 예측 기사를 쏟아내며 여론 몰이에 나선 모습이었다. 

 

 

결과론적인 얘기겠으나 사실 연설 내용이야 뭐 특별히 기대를 했던 건 아니다.  어차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껏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지속돼온 박 대통령의 불통 행보, 국회에서의 연설이라고 하여 특별히 달라질 게 없으리란 나름의 판단이 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 현안에 대해 모종의 입장을 기대했던 야권에겐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셈이라 말 그대로 황망했을 것이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뻔한 연설 내용보다는 자연스레 다른 부분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을 맞이하고 연설을 경청하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인해 야권과 박 대통령간의 대립각이 첨예한 상황인지라 야당 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고의적인 외면 내지 왕따 행위가 점쳐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입장과 퇴장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일어서지 않았거나 연설시 박수를 보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긴 했으나 과거에 비해 비교적 예우가 잘 지켜진 편이었다.   



우린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이 16대 국회를 방문했을 때의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였던 유치한 태도를 기억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기립 환영도,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보내지 않았던 그들이다.  이렇듯 야당 의원들의 대통령을 무시하는 유아적 태도는 하나의 전통이 되어 때마다 반복돼오고 있다.  야당 및 여당의 주인과 얼굴만 바뀔 뿐 좋지 않은 관행과 전통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던 것이다.

 

혹자는 애초 유아적 장난(?)을 시도했던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일종의 자업자득의 속성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정쟁만을 일삼는 후진적 행태에서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바라 더욱 가슴 저미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돌아가면서 한 번씩 되갚아 주는 모양새를 보고 있노라면 저들이 진정 민의의 전당에서 일하는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당파를 떠나 모든 의원들이 기립 박수로 대통령을 맞이하고 연설 중엔 수십 차례의 박수를 통해 성원을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 모습이 새삼 부러울 뿐이다. 

 

 

우리의 암울한 양 진영간 높다란 불신의 벽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 기어코 일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청와대 경호실과 야당 의원들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폭력사태로 비화된 것이다.  평소 좋지 않았던 감정과 불신은 이렇듯 사소한 일을 빌미로 폭발하고야 마는 속성을 지닌다.

 

잘잘못을 가릴 필요조차 없다.  양측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박수라는 건 손바닥 하나만으로 칠 수 없는 법이다.  청와대가 과잉 경호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애초 소통과 거리가 먼 불통과 독선으로 치닫고 있는 박 대통령 스스로의 셀프 보호막이 절실했기 때문이며, 이의 모습은 마치 유연함이라곤 털끝 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것처럼 뻣뻣하고 견고한, 이전 정권의 '명박산성'과 같은 철옹성을 연상케 한다.

 

혹시나 했던 야당 또한 자신들의 주장이 여전히 묵살되고 외면받자 그동안의 반목이 한꺼번에 폭발, 애꿎은 경호실 직원들과의 충돌로 전이됐다.  대선 이후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양측이 직접 물리적인 접촉이 이뤄지자 그동안 억눌려왔던 격앙된 감정이 일시에 폭발, 결국 일을 그르치고 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또 다른 반목만을 연출했다.  이쯤되면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돼버렸다.  결국 우리 현실 정치의 높다란 벽을 재차 확인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꼴이 된 셈이다.  이럴 바에 대통령은 무엇하러 국회로의 그 무겁고도 힘든 발걸음을 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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