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베가 망언을 퍼부어도 딱히 할 말 없는 이유

새 날 2013. 11. 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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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망언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온통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의 망언과 망동이야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닌지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번 발언은 그 수위가 제법 센 편이다.

 

아베 총리, '한국은 어리석은 국가다'

 

한국이 어리석은 국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단다.  14일 발매된 일본내 강경 보수 잡지 주간문춘 21호에 실린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라는 특집기사를 통해서다.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국가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주변의 '간신'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강제로 징수당하면 대항조치는 금융제재밖에 없다.  한국에는 대형 은행으로 부를 수 있는 곳이 없으며, 그나마 가장 큰 우리은행도 미쓰비시도쿄UFC은행의 10분의 1 규모다.  일본 금융기관이 한국 기업이나 경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중단하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수 있다.

 

이렇듯 비이성적 발언을 내뱉은 바 있는 아베, 마치 언제 그랬냐는듯 얼굴과 태도가 급작스레 돌변했다,  1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에 참석한 우리측 정치 및 재계 인사들에게 과거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고,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이다.  아베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마치 다중인격자를 연상케 할 정도로 끔찍하다.

 

 

물론 아베라는 인물의 됨됨이는 진작부터 누누이 알려진 바 있고, 때문에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막말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며 일희일비하기엔 그에 쏟는 노력과 시간조차 사실 아깝다.  다만 그의 막말 수준이 점차 수위가 높아지더니 이젠 반드시 지켜야 할 금도마저 벗어난 느낌이라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그런데 아베의 잇단 망동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상황을 비춰볼 때 오히려 그의 망언이 모두 그릇되었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며 워낙 해괴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 마음을 편히 먹기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근자엔 새로 임명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  한국인은 짐승과 같은 저열한 상태에 빠져 있고 도덕적 수준이 낮아 독립을 지키지 못했다며 일본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고 우리 민족을 스스로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승만이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해서 한국의 구세주와 같은 분이라며, 한국의 영웅으로 치켜올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사에 관한 자료를 조사 및 연구하고 편찬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사료편찬기관 수장의 사고가 이럴진대 다른 나라 총리가 우리를 비하한들 사실 그에 대해 뭐라 하기도 민망하다. 

 

암울한 우리의 현실이 아베를 더욱 춤추게 한다

 

오죽하면 국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와 친일 논란을 두고 일본 언론들이 자신들을 미화한다며 '한국 교과서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다'라는 제하의 기사까지 실었을까?  솔직히 아베가 아무리 우리에 대해 망언을 퍼부어도 낯 뜨거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로부터 촉발된 뉴라이트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발 역사 뒤집기 음모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친일사관으로 덧씌운 채 이승만과 유신정권마저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들의 도발은 최근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주장으로까지 옮겨갔다.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공고히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과 함께 역사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본격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역사 도발의 선봉장 김무성 의원은 물론이거니와 국무총리까지 직접 나서가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 대한 군불을 모락모락 지피고 있는 모양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곧 뜨겁게 달궈질 태세다.

 

극우 코스프레 집단 일베 꼬꼬마들의 망동은 더욱 가관이다.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라 지칭하며 일본의 망언 망동에 보조를 맞춰 부화뇌동하고 있다.  일베만이 그렇다면 다행인 셈이다.  이들을 추종(?)하는 얼빠진 꼬꼬마들마저 일베 아류 커뮤니티나 카페, 블로그 등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

 

권력을 움켜 쥐고 있는 자들의 올바르지 못한 역사관과 그릇된 사고로 헤게모니 장악을 꿈꾸는 한, 일부 철없는 꼬꼬마들이 정신나간 채 친일 행각을 벌이는 한, 일본의 망언과 망동은 그 틈을 비집고 더욱 활개를 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어리석은 국가란 취급을 받아도 딱히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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