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몽타주> 잘 짜여진 범죄극, 밋밋함은 극복 못해

새 날 2013. 5. 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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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엄정화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함께 목놓아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이 잃은 엄마의 애끓는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다소 힘든 일이겠지만, 살아 돌아올 것이라 철석 같이 믿었던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이를 감싸안은 채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짠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영화 <몽타주>는 아동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다.  치안이 강화되고 시민들의 안전 의식 고취로 근래엔 많이 수그러들었다지만, 아동 유괴 사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종종 발생해 왔던 터다.

 

정확히 15년전, 서진이란 여아의 유괴 살해 사건이 있었고, 이 사건은 공소시효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끝내 영구 미제 사건에 처하게 될 운명이다.  물론 서진이의 엄마(엄정화 분)는 사건 이후 단 하루도 아이를 잊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집에 보관된 최근까지의 각종 사건 기록물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날 이제 며칠 뒤면 공소시효 만료 시점, 때문에 담당 형사들은 마지막 작은 불씨라도 잡으려 안간힘을 써보는데, 서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에서 국화꽃 한 송이가 놓인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이를 근거로 범인 추적에 나선다......

 

 

 

15년전 서진이 유괴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청호(김상경 분), 자신이 맡은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게 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기보다 서진이 범인을 꼭 잡아주겠다던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 더 마음에 걸리는 그다.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공소시효 이전에 범인을 잡으려는 의욕이 넘친다. 



스크린에서 김상경씨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큰 기복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느낌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유괴 당한 아이의 엄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엄정화, 아이 잃은 엄마의 슬픔이 내재된 캐릭터라 미혼인 엄정화씨에게 다소 힘에 부칠 법도 한데 제법 잘 소화해낸 느낌이다.  모성애란 것, 미혼이든 기혼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여성둘에게 있어 공통분모 형태로 잠재되어 있기라도 한 때문일까.

 

 

극중 유괴당한 봄이의 할아버지 한철(송호창 분), 자식과 손녀에 대해 지극한 부성애를 선보이며, 엄정화의 모성애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몇 차례의 추격씬이 등장하며, 액션적 요소도 제법 가미되었지만, 전반적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이 둔탁했다.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차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개인적으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정신 없이 마구 흔들어대는 카메라의 영상보다 오히려 이런 차분함이 더 좋았던 듯싶다.  이는 김상경씨의 연기 스타일과도 절묘하게 매치되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 잃은 엄마의 아픔을 평생 짊어진 채 살아가는 서진 엄마의 슬픈 내면을 표현하느라 극도로 감정을 끌어내린 엄정화의 연기, 때문에 영화는 마치 짙은 무채색으로 칠해진 것 마냥 시종 차분한 분위기이다.

 

퍼즐 맞추듯 매끄러운 사건 전개 과정과 제법 잘 짜여진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반전 요소들은 빠르지 않고 큰 굴곡 없는 화면 전개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는 흡인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만의 장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장점, 다른 측면에선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잔잔함과 밋밋함 덕분에 종영 후에도 특별히 긴 여운이 남지 않는다.  과연 이 영화를 통해 아동 유괴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다시금 불러올 수 있을런지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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