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스타 트렉 다크니스> 공간 워프? 시대마저 워프한 대작

새 날 2013. 5. 30. 08:27
반응형

 

스타 트렉, 어릴적 다른 TV 방송으로의 채널 돌리는 중간 중간 걸려든 주한미군방송 AFKN을 통해 가끔 불 수 있었던 드라마다.  물론 미군들을 위한 방송이니 당연히 영어로 떠둘어댔을 터,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어 내용은 철저히 무시한 채 그저 이미지만을 스캔하는 일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작정하고 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대충 커다란 우주선 하나가 늘 등장했고, 그 안엔 귀가 뽀족하게 생긴 - 당시엔 외계인이라 생각함 - 승무원과 다른 여타 승무원들이 탑승하여 우주를 유영하며,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이야기 구조였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가 끝난 후 팜플렛을 슬쩍 보니 이 영화에 앞서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만들어졌었는가 보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비기닝에 대한 내용도, 예전부터 방송되어 왔던 드라마에 대한 내용도 전혀 모른 채 작성되었다.  오롯이 이번 다크니스만을 보고 끄적인 글이란 점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이지만, 20세기에 만들어진 드라마였기에 꽤나 어설프고 칙칙했을 터, 어릴적 보았던 흑백화면 속 추레했던 이미지의 그 고전 드라마가 극장판으로 대폭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사실 과거의 진부한 이미지 때문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다.  아울러 장르가 장르인지라 대충 이야기의 얼개까지 짐작해 보는 오지랖까지..

 

하지만 나의 예측은 다행히(?) 빗나갔다.  멋진 영상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재탄생하여 우리 앞에 등장한 것이다.  우주를 넘나드는 광활한 무대와 멋진 미래도시, 아울러 첨단 우주선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 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때는 바야흐로 2200년대?  하지만 영화속 정확한 연도는 근래의 급속한 기억력 감퇴로 재생 불가, 지구밖 행성M의 화산폭발을 잠재우기 위해 스팍(채커리 퀸토 분)이 투입되지만 고립된다.  결국 죽음을 각오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스팍,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커크(크리스 파인 분)는 규정을 무시한 채 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모험을 감행, 다행히 그를 구출해낸다.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 엔터프라이즈호, 그러나 이들의 규정 위반이 윗선에 알려지게 되며 결국 커크는 함장의 자리를 내놓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 엔터프라이즈의 거점인 스타플릿은 쑥대밭이 되고 그들의 새 함장마저 목숨을 잃고 만다.  때문에 커크가 다시 엔터프라이즈호의 새 함장으로 임명되고, 그에게 테러 공격을 가해온 이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이윽고 살상용 첨단 어뢰와 함께 정예 요원을 추려 싣고 테러분자를 죽이기 위해 엔터프라이즈는 다시 우주로 향하는데...

 

 

뾰족귀는 영화 속에서도 등장한다.  뽀족귀 없는 스타 트렉은 팥 없는 단팥빵?  사실 주인공은 함장 커크이지만, 오히려 뾰족귀 일등항해사 스팍의 개성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감정을 배제한 채 매사를 논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언어 구사 또한 철저히 이에 따른다.  감정 표현이 없으니 겉으로 볼 땐 영락 없는 냉혈한이다.  하지만 그의 고향인 발컨에서 있었던 끔찍한 과거 기억 때문에 극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을 뿐 그 또한 결정적인 순간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커크의 저돌적이며 때로는 무모한 시도가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을 살려낸다.  그의 희생에 따른 대가다.  가끔 스팍과 커크 두 사람의 툭툭 내뱉는 듯한 썰렁한 대화가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하지만 함장으로서의 커크, 왠지 스팍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인다.  한때 커크의 부재로 인해 함장 자리를 대신 꿰찼던 스팍의 모습이 커크보다 더 잘 어울리기라도 한 때문일까?

 

 

무자비한 테러를 일삼는 무척이나 잔인한 성향의 인물이지만, 이러한 속내를 철저히 감춰 온 악당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 분), 또는 칸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화는 그를 쫓는 추격으로부터 시작되어 그와의 일전으로 끝을 맺게 된다.  그의 차가우면서도 이면에 감춰진 다중인격 연기가 나름 매력있게 다가온다.

 

 

엔터프라이즈의 웅장한 자태와 그 섬세한 내부 구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게 한다. 

 

 

악당의 변신은 무죄?  그 점잖던 해리슨의 모습은 한 순간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극악무도한 본색만이 남는다.

 

 

비행선 위에서의 스팍과 칸의 격투씬, 사실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그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선 상단 위에 서 있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거다.  아울러 관성과 중력이 무시된 억지 움직임들도 내 눈에 포착되었다.  옥에 티라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 결점 일일이 따지다 보면 무슨 재미로 영화를 관람해야 할까 싶다.  우린 그저 내용에 심취하여 영화 속으로 함께 빠져들면 그만이다.  사람과 비행선을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시키는 기술 트랜스 워프의 개념 또한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서는 실현 불가능한 영역 아니겠는가.

 

 

스팍의 여자친구 우후라(조 샐다나 분), 사실 눈썰미 약한 난 몰랐는데, 영화 아바타에서 등장했던 분이라 한다.  이곳 저곳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과학자의 신분으로 엔터프라이즈에 몰래 동승한 이름 모를 이 분, 극의 흐름과는 전혀 관련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자신의 몸매를 과시(?), 눈요기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겉보기와 달리 매우 글래머러스하며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였다.  -_-;;

 

어찌 보면 쉽게 예상했던대로 우주에서의 전투씬 장면 등장과 선과 악의 극명한 대비를 통한 절대선의 승리, 뭐 뻔한 공식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심오하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이 영화를 택하신 분들, 당연히 없으리라 본다.  이런 영화는 그냥 눈으로 즐기면 그만이다.  비록 식상한 스토리 라인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탄탄한 구성과 반전의 요소도 곳곳에 숨어 있다.  중간중간 웃음 코드를 배치한 점 또한 썩 괜찮게 와 닿는다.

 

다만 영화 제5원소에서 이미 본 듯한 창의적이지 못한 미래도시 모습과 사람 얼굴에 탈바가지 씌운 듯한, 인간이나 동물 형상을 꼭 빼닮은, 뻔한 외계인의 형상은 아쉽다.

 

어차피 우주선을 비롯한 우주의 모습이나 미래 도시 형태들 모두 CG가 사용되었을 테고, 언제나 우리편인 절대선이 승리하리라는 점도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하고픈 이유, 짜임새 있게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탄탄한 구성 그리고 연기자들의 열연, 아울러 정교한 CG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비록 2D로 보았지만, 이왕지사 3D나 IMAX로 보게 될 경우 좀 더 생생하고 재밌는 관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