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두 번 우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

새 날 2013. 5. 14. 08:54
반응형

<이미지 출처 : SBS>

 

학교폭력을 당한 어느 한 아이의 아버지가 가해자들을 편의점으로 불러 "자기 아이 앞으로 괴롭히지 말고 잘 봐달라"며 무려 99개의 품목, 영수증 길이 40cm에 달하는 물건을 그들에게 안깁니다.  일종의 뇌물이자 접대였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해당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화가 나 영수증 사진과 함께 글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알려지게 된 일입니다.

 

 

피해자인 아이가 당한 상처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텐데, 왜 그의 아버지까지 나서며 가해자들에게 굽신거리고, 이렇듯 접대 아닌 접대를 해야만 했을까요.  왜일까요?

 

  학폭 피해자들 두 번 운다

 

학교폭력이 원인이었던 잇따른 투신자살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으며, 결국 학교폭력 근절대책이 마련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책은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근절대책이 발표된 이후 피해자와 학부모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조처가 일선 학교에까지 어느 정도 효과를 불러오며 학교폭력 건들이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학교에서의 조처는 여전히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미한 징계 조치가 내려져 답답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고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잡무 많은 교사들에게 전문 영역이 아닌 업무를 맡기다 보니 지금과 같이 형식적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해 학생들 대부분, 가해 학생을 피해 전학을 가게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해 3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피해학생 전학 조치는 삭제하고 가해학생 강제 전학 규정을 삽입하였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억울하게 학교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의 보복이 두려워 쫓기듯 학교를 떠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와 전학에 의한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스란히 학폭 피해자의 몫이었습니다.  전학 이유에는 가해자의 추가 보복 우려 때문 말고도 학교 측과의 갈등이 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학교 측에서는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되도록 이 문제를 축소하거나 덮으려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학폭 피해자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결국엔 자연스레 해당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학폭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도 신경써야

 

<학폭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의 학폭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 마련 촉구>

 

아이들의 폭력행위는 단순한 놀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럿이 한 명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들 가해 학생들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가벼운 징계로 일관하게 된다면 그들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며, 이는 또 다른 학교 폭력을 부르는 일과 매 한 가지인 것입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책, 절실하지만 너무 미흡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폭력에 의해 1차로 피해를 입고 이후로는 그의 가족들까지 2차로 피해를 입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학교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학교폭력 근절 활동이 엄중하게 이뤄지고 있다면, 편의점에서의 씁쓸한 가해자 상납 따위의 일들이 일어날 리 없었을 것입니다.  신고를 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또 2차 피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섣불리 신고를 할 수 없었기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예방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 당연합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의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여 할 것이며 이들에 대한 지원 또한 병행해 나가, 이 땅에서 학폭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일,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관련   '편의점 알바생 목격담'에 네티즌 분노 폭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