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상생은 말뿐인가, 골목상권 구석구석 노리는 대기업

새 날 2013. 5. 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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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골목 상권 구석구석까지 장악해 오며 주변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은 늘 위협받고 있는 상황, 때문에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 출점을 규제하고, 월 2회 실시되고 있는 의무휴일제는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상생 내지 동반성장의 명분을 살리고 골목상권의 고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상징성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이 뛰어난 일부 대형 유통업체가 꼼수 부리듯 여전히 골목상권 장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신세계의 편의점 진출 움직임

 

최근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내에 신사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편의점 운영형태 등의 전략을 짜며 진출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내용들이 사뭇 구체적인지라 이에 대한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예로 운영형태를 가맹점으로 할 것인지 혹은 직영점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해당 팀이 일본 편의점 업계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수 차례 일본을 방문했으며, 기존 편의점의 인수보다는 새로운 형태로의 직접 진출을 꾀할 것이라는 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면 이미 운영하고 있는 백화점을 비롯, 대형마트, SSM, 아웃렛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유통 대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현재의 주도적 사업들이 장기적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 우리나라의 높은 인구밀도의 특성 때문에 편의점의 성장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 관측되고 있어 기존사업의 한계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기에 신세계의 편의점 진출설이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편의점이 대형마트, SSM과 달리 규제를 덜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편의점 모범거래 기준을 마련하여 반경 250m 이내에 같은 브랜드의 새 점포를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나섰지만, 신규로 진출하는 업체는 해당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영악한 신세계가 모를 리 없다.

 

  SSM 의무휴업 효과 있었다

 

한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취지로 실시되고 있는 SSM 의무휴업제도 과연 효과 있었을까?  그동안 이해 당사자들에 따라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준다.

 

 

지난 4월 28일 시행된 의무휴업과 관련하여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대형마트,·SSM 주변 중소 소매업체 694개, 전통시장 내 점포 1,000개를 대상으로 이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이전 주에 비해 평균매출 9.1%, 평균고객이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전통시장의 평균매출은 무려 11.1%, 평균고객은 11.3%나 증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소상공인, 전통시장 내 상인들은 대형마트,·SSM 의무휴업 규제 강화가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53.8%로, "도움이 안 됐다"는 응답(23.6%)보다 두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되어 SSM 의무휴업 제도가 전혀 효과 없을 것이란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장과는 달리 상당한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단 한 번의 조사만으로 유의미하다며 속단하긴 이르지만, SSM 규제제도가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던져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상생은 허울뿐이었나, 꼼수 부리는 신세계

 

신세계는 자사의 편의점 진출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극구 부인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신사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타당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 상품을 공급하고 마진으로 이익을 남기는 형태의 사업을 검토 중인 것이라며 발뼘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SSM 규제가 별로 영향 없을 것이란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 제도가 실제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이들에게 성장의 한계와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점차 피부 깊숙이 전달해 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형마트와 SSM, 그리고 골목 구석구석 편의점으로까지 그물처럼 이어지는 완벽한 형태의 유통구조를 꿈꾸며, 골목상권마저도 모두 휩쓸어버리겠다는 데에까지 욕심이 이르렀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해진다.

 

이윤추구가 기업 존재의 주된 이유이긴 하겠지만, 앞에서는 영세 상인과 골목상권 보호와 같은 상생 및 동반성장을 언급해 오며, 뒤로는 꼼수를 이용하여 골목상권마저 장악하려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우리 기업들의 현 주소다.  과연 신세계가 편의점 업계에 직접 발을 들여놓을지, 아니면 자신들이 언급한 것처럼 움직일런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이들의 꼼수 짓을 보고 있자니 영 불편한 느낌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통업계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사업 수완을 보이고 있는 신세계, 때문에 이들의 편의점 사업 진출이 의미하는 바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골목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오는 대형 업체들의 출점과 자본을 앞세운 공격적인 경영으로 매일 같이 가슴 졸이며 살아갈 골목상권 내의 영세 상인들에게 있어 신세계라는 공룡의 편의점 진출은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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